[영상] “‘배터리 불지옥’, ‘배터리 화형식’ 더 가혹하게 테스트해요”…400억 투자 친환경車 인증센터 가보니

2023. 11. 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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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분간 배터리를 활활 태운 버너가 꺼지자 메케한 연기가 가득 차올랐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광주에 새롭게 구축한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의 실험 장면이다.

지난 23일 헤럴드경제가 방문한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 내 화재시험챔버에서는 이른바 '배터리 불지옥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가혹한 환경에서 철저하게 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센터 내부에서 '배터리 불지옥', '배터리 화형식' 등으로 불리는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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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버너로 가열…3시간 후 폭발 확인
배터리 분야만 12개 항목 안전성 시험 평가
침수시험·주차 중 화재 안전성 연구도 집중
광주 광산구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 내 화재시험챔버에서 배터리 시험을 하는 모습. 김지윤 기자

[헤럴드경제(광주)=김지윤 기자] #. 초대형 버너에서 불꽃이 하나둘 점화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전기차 배터리 전부분이 화염에 휩싸였다. 약 1분간 배터리를 활활 태운 버너가 꺼지자 메케한 연기가 가득 차올랐다.

이는 자동차 사고 현장이 아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광주에 새롭게 구축한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의 실험 장면이다.

지난 23일 헤럴드경제가 방문한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 내 화재시험챔버에서는 이른바 ‘배터리 불지옥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가혹한 환경에서 철저하게 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센터 내부에서 ‘배터리 불지옥’, ‘배터리 화형식’ 등으로 불리는 실험이다.

화재시험챔버는 배터리를 비롯해 대형 버스의 화재재현 시험이 가능하다. 원통형 디자인의 건물 내로 들어서자 초대형 후드(연기를 빨아들이는 장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건물 한가운데에는 LPG(액화석유가스) 버너가 있었고, 그 위에는 전기차 배터리가 놓여있었다. 800~900도로 약 150초간 배터리에 불을 붙인 뒤 3시간 후에 폭발이 없는지를 확인한다.

특히 LPG로 초대형 버너를 구현해 실험한다는 것이 이곳의 차별화된 특징이다. 기존 국제 표준은 커다란 그릇에 휘발유를 담아 불을 붙이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한국에서 처음으로 LPG 형식을 제안, 국제 표준 시험 기준으로 채택됐다.

문보현 미래차연구본부 미래차연구처 책임연구원은 “휘발유는 반복성과 재현성이 떨어지는데, LPG는 누가 시험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며 “한국에서 시험한 방식이 국제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 내 화재시험챔버. 김지윤 기자

자동차안전연구원은 1987년 개원한 국토교통부 산하 연구기관이다. 자동차의 제작결함조사, 자동차 안전도평가사업(KNCAP), 안전기준 국제화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최근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자동차안전연구원은 광주 빛그린산단 내 2만9916㎥ 부지에 자동차·부품 인증센터를 새롭게 설립했다. 센터는 화재시험챔버, 배터리시험동, 충돌시험동, 충격시험동으로 구성돼 있다.

센터에서는 국제기준(10개 항목)보다 강화된 12개 항목의 배터리 안전성 시험평가가 한번에 이뤄진다. 배터리 연소시험을 비롯해 배터리시험동에서는 ▷열충격 ▷단락 ▷과충전 ▷과방전 ▷과열방지 ▷과전류 ▷침수 ▷진동 ▷충격 ▷압착 ▷낙하시험 등이 진행된다.

광주 광산구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 내 옆문 및 후부 안전판 강도시험 시설. 김지윤 기자
광주 광산구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 내 천정강도 시험시설. 김지윤 기자

특히 침수시험은 한국이 국제화를 준비하고 있는 분야로 꼽힌다. 침수시험은 해수 평균 염도의 염수에서 배터리를 1시간 완전 침수를 한 뒤에도 발화나 폭발이 없는지를 테스트한다. 미국·유럽연합(EU) 등 대부분의 국가는 아직 배터리 침수시험을 의무화하지 않은 상태다.

또한 센터는 주차 중 화재 안전성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주차 상태에서 화재가 나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대응책이 없어서다. 주차 중 화재가 날 경우 차의 BMS(Battery Management System)가 상시 모니터링을 해 자동으로 소방이 출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전준호 미래차연구본부 안전연구처 처장은 “제작사가 기술을 도입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센터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충돌시험동, 충격시험동에서는 충돌사고 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화재, 폭발, 파손 등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한다. 거대한 프레스 기계가 옆문 및 후부, 천정을 눌러 파손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현장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는 바닥에 깔려있기 때문에 옆문에 강도 높은 힘이 가해졌을 때 승객 거주공간이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는 2019년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공모사업에 광주광역시가 최종 선정돼 총 393억원(국비 194억, 지방비 199억)이 투입돼 설립됐다.

광주 광산구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 내 화재시험챔버에서 배터리 시험을 하는 모습.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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