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작은 것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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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업무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적이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싱가포르는 아시아 내에서 홍콩과 함께 대표적인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꼽힌다.
싱가포르 전체 인력의 5%가 금융 부문에 근무하고 있고 은행업은 국내총생산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싱가포르는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이래 정책적으로 금융업을 육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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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업무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적이 있다. 1년 내내 후텁지근한 여름 날씨만 보여주는 이 나라는 매우 매력적인 곳이다. 머라이언 동상이나 마리나베이, 유니버설스튜디오 같은 랜드마크들로 유명하지만 수많은 볼거리만큼이나 다양한 사회적 구성, 뛰어난 국가 경쟁력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공식 언어는 말레이어지만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의 다양한 민족들로 구성된 국가이기에 이들의 모든 언어와 종교가 공존하는 곳이다. 그리고 이 모든 다양성은 고작 서울시보다 조금 큰 규모의 국가인 싱가포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이곳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많은 양의 해운 컨테이너와 항공화물을 처리하는 글로벌 물류와 교통의 중심지이며, 세계 3대 원유거래 시장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최고의 핵심 산업은 바로 금융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싱가포르는 아시아 내에서 홍콩과 함께 대표적인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꼽힌다. 싱가포르 전체 인력의 5%가 금융 부문에 근무하고 있고 은행업은 국내총생산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3개 은행은 거의 매년 글로벌 100대 은행에 포함된다.
싱가포르는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이래 정책적으로 금융업을 육성했다. 좁은 국토 면적으로 인해 마땅한 지하자원이 없었고 초기 산업 기반시설을 갖추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싱가포르는 수십 년간의 꾸준한 금융업 육성 정책과 여러 기업 친화적인 제도를 통해 성공적인 글로벌 금융허브가 될 수 있었다.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아래에 펼쳐진 싱가포르 풍경은 필자에게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거대한 금융을 품고 있는 작은 싱가포르를 보며 작은 것의 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작은 것보다 큰 것을 선호하곤 한다. 작은 집보다는 큰 집을, 작은 차보다는 큰 차를 좋아하고 작은 회사보다 큰 회사를 좋아한다. 큰 것이 주는 여유로움과 안정감, 그리고 우월감을 알기에 큰 것을 선호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자주 생각하지 않았을 뿐, 작은 것에도 다양한 장점이 있다. 특히 기업 경영의 측면에서 본다면 작은 조직은 시장 변화에 대해 더욱 신속하고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의사결정과 혁신의 전파 속도도 더욱 빠르다. 최근 몇 년간 조직 관리의 화두 중 하나였던 애자일(Agile) 조직도 근본적으로는 비대한 조직 구조의 비효율성을 개선하여 효과적으로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경영 방식의 일환이다.
7년 전 이맘때 Sh수협은행이 출범했을 때 수협은행은 상대적으로 작은 은행이었다. 하지만 민첩한 시장 대응과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이제는 총자산 70조원이 넘는 든든한 금융 파트너로서 어업인뿐 아니라 일반 고객들에게도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도 필자와 수협은행에는 많은 여정이 남아 있다. 도전과 성공뿐 아니라 여러 난관과 아쉬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와중에도 일관된 노력을 통해 성공한 싱가포르의 사례를 거울 삼아 다시 한번 은행장으로서 마부작침(磨斧作針)을 다짐해 본다.
[강신숙 Sh수협은행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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