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체제 시간끌기용" 발언 파문… 혁신위 내홍 격화

불출마 건의 시점 놓고 강경파 vs 온건파 설전
혁신위원 3명, 김경진 '시간 끌기' 발언에 반발
"물리적 시간 필요" vs "일주일 미뤄 달라지나"
인요한, 긴급회동 후 사퇴설 일축…잡음 계속
국힘 내 "혁신위, 지도부와 짜고 치는 고스톱"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10차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23.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김기현체제 시간끌기용이란 논란을 놓고 일부 위원들의 '사의 표명설'까지 불거지며 내부 혼란을 겪고 있다.

혁신위는 "일부 혁신위원의 사의 표명 사실이 없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지난번 불거진 '조기 해체설'부터 시작해 혁신위 내부에서 잡음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24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전날 4시간가량 진행된 혁신위 전체 회의에서는 당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의원 험지 출마 불출마 권고안을 언제쯤 정식 안건으로 지도부에 보낼지를 두고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는 내주 권고안을 당 최고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보내기로 의결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은 '일주일 더 미루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당장 이번 주 최고위원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보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 보도에 따르면 박소연, 이젬마, 임장미 혁신위원은 전날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은 전날 혁신위 회의에서 '혁신위는 시간 끌기용'이라는 김경진 혁신위 대변인의 발언을 듣고 사의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에는 해당 혁신위원들이 직접 인 위원장과 만나 김경진 대변인의 공식 사과와 대변인직 사퇴 등을 요청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반면 다른 혁신위원들은 혁신위가 '중진 불출마' 권고안을 지도부에 요청할 예정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며, 구체적인 시점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소수 위원들의 이견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경진 혁신위 대변인의 '김기현 체제를 위한 시간 끌기용' 발언을 두고는 국회 예산 정국 및 지도부 상황, 매주 혁신안을 내는 혁신위 입장 등을 고려해 물리적 시간을 줘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혁신위원 가벼운 입이 혁신위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 것이어서 파장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혁신위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중진 등 불출마) 권고안을 지도부에 이번 주에 내느냐, 다음 주에 내느냐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의 의사 표명이 있었던 것"이라며 "(해당 위원들이) 실제로 사의를 표명한 적 없다"고 전했다.

이어 "'시간 끌기용' 발언도 지도부가 돌아가는 상황을 볼 때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며 "과대 해석된 부분이 있다. 조기 해체설 이야기가 나왔던 것처럼 의사 표명 과정에서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혁신위원도 김경진 대변인의 발언과 관련 "그동안 혁신위가 계속 강한 안건들을 냈으니 좀 연착륙을 하자(는 취지였다)"며 "일주일만 더 시간을 더 주자고 의결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의 표명설이 불거진 일부 혁신위원들을 두고는 "이미 권고안을 내주 지도부에 보내기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판이 깔려야 지도부도 권고를 수용할 것 아닌가. 일주일만 더 시간을 주자고 한 건데 본인들이 혁명인 것처럼 (사의를 표명하면) 곤란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8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1.17. scchoo@newsis.com

혁신위도 '사의 표명설'이 불거지자 진화에 나섰다. 혁신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일부 언론에 보도된 3명의 혁신위원과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오늘 오찬을 하면서 확인한바, 3명의 혁신위원이 사의 표명을 한 바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기 해체설'부터 불거진 혁신위 내부의 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가 혁신안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이 없는 상황에, 혁신위 내부에서부터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당내에서도 당 지도부 혁신을 위한 혁신위가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허은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나는 공천이 확정됐다'고 말한 정치인 출신 혁신위원이 누구인지 심증은 있지만 실명은 밝히지 않겠다. '혁신위는 시간 끌기용'이라는 진솔한 자기 고백도 있었다고 한다"며 김경진 대변인을 저격했다.

그는 "앞으로의 불공정 공천의 증거를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며 "인요한 위원장의 취임 일성이 통합이었나. 통합은 무슨"이라고 비꼬았다.

이용호 의원도 이날 입장을 내고 "인요한 혁신위는 차라리 더 이상 지도부 들러리 서지 말고 자진 해산하는 것이 옳다"며 "혁신위 내부에서조차 '시간 끌기용'이라는 실토가 나오고, 일부 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히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그동안 당 지도부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음을 고백한 셈"이라며 "더 이상 국민과 당원들을 우롱하지 말고 이쯤에서 자진 해산하는 것이 답"이라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dyh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