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머스크의 존재적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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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머릿속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 질문이 똬리를 틀었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컴퓨터는 답변한다.
일론 머스크는 월터 아이작슨의 책 '일론 머스크'를 통해 "의식의 범위를 확장해야 질문을 더 잘 던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의식의 범위를 우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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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머릿속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 질문이 똬리를 틀었다.
종교든 과학이든 마지막 질문은 하나였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왜 존재하는가." 소년은 곧 책 하나에 빠져든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영국식 블랙 유머로 범벅된 SF 소설책이다. 외계인이 '모든 질문에 궁극적인 답'을 내놓는 슈퍼컴퓨터를 700만년에 걸쳐 만드는데, 컴퓨터는 마침내 궁극의 답인 '42'를 내뱉는다.
왜일까. 컴퓨터는 답변한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철학 종교 과학을 해학으로 녹여낸 소설책은 소년에게 청량감을 주는 탄산수이자 사고실험의 놀이터였다.
그는 훗날 순자산 253조원을 보유한 세계 최고 부자가 된다. 일론 머스크는 월터 아이작슨의 책 '일론 머스크'를 통해 "의식의 범위를 확장해야 질문을 더 잘 던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의식의 범위를 우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소설책을 껴안고 살았다. 페이팔을 매각한 뒤 2002년 화성 이주를 위한 스페이스X를 설립한 것은 필연에 가깝다. 전기차 시대를 위한 테슬라, 인간 지능을 위한 뉴럴링크, 교통체증 해소를 위한 보링컴퍼니는 사고실험의 산물이다. 그는 소설책에서 배운 코드를 여기저기에 숨기는 익살마저 부린다. 로드스터의 대시보드에는 '당황하지 마(Don't panic)'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데 SF 소설 주인공이 우주선에 탑승할 때 읽은 메시지고, 스페이스X의 첫 화성 정착선을 '황금의 심장(Heart of Gold)'으로 부르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소설 속 우주선 이름이다.
이뿐인가. 인공지능(AI) 챗봇인 그록(Grok)은 소설 속 반항적인 AI 이름이며, AI 업체 창립일을 2023년 7월 12일로 한 것 역시 절대적인 컴퓨터 '42'에서 따왔다. 7+12+23=42.
사람은 존재적 질문에 답할 순 없지만, 노력에 따라 실존적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동물이다. 상상력은 그래서 버티고 도약하게 해주는 힘이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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