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는 시간끌기용” 내부 발언에 일부 위원 사퇴설 소동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이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서 열린 가운데 김기현(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인 위원장이 김 대표에게 어제 바빴다고 말하자 고생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일부 위원들의 사퇴설 소동이 24일 발생했다. 일부 당 외부 위원들이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 유지를 위한 시간끌기용”이라는 한 위원의 발언에 반발해 사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알려졌고 인 위원장이 이들과 만난 후 사퇴설이 일단락됐다. 김 대표는 오는 25일 지역구 의정보고대회 일정을 두고 “내 지역구에 가는 게 왜 화제인가”라고 밝히며 혁신위가 요구한 험지 출마 의사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혁신위 내부 혼란과 당의 무호응이 겹치면서 당내에서는 혁신위 해체 주장까지 나왔다.

인요한 혁신위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일부 언론에 보도된 3명의 혁신위원과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오늘 오찬을 하면서 확인한 바, 3명의 혁신위원이 사의 표명을 한 바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 혁신위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격렬하게 토론하고 그 속에서 혁신을 더 강하게 주장하셨던 분들이, 그분들 주장과 다른 결정을 위원장이 하니까 서운함을 표했던 건데 위원장이 잘 얘기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박소연·이젬마·임장미 혁신위원은 전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전날 혁신위 회의에서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불출마·험지출마 권고에 대한 조속한 응답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혁신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 혁신위원은 “그분들(사퇴 의사를 밝힌 분들)은 (험지 출마) 권고안을 (혁신위) 공식 안건으로 의결하는 것을 빨리해야 한다고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위원들은 “권고안 의결을 지금 하나, (인 위원장 주장대로) 다음에 하나 무슨 큰 차이가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한 혁신위원이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끌기용”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점이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다만 한 관계자는 “시간끌기라는 것은 외부에서 그런 얘기가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혁신위가 사퇴 소동을 일단 수습했지만 근본적 원인인 험지 출마에 대한 혁신위와 당 지도부의 이견은 해소되지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25일 지역구인 울산에서의 의정보고회 일정에 대해 “울산은 내 지역구이고 내 고향인데 울산에 가는 게 왜 화제가 되나”라고 밝혔다. 의정보고회를 두고 혁신위의 불출마·험지출마에 우회적 거절을 뜻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김 대표는 혁신위의 불출마·험지출마 공식 안건 채택 예고에 대해서도 “혁신위가 나름대로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혁신위 활동 결과를 잘 지켜보도록 하겠다”며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답했다. ‘거취를 결단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도 “좋은 의견들 잘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당내에서는 내홍이 발생한 혁신위와 버티는 지도부를 향해 한통속이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어제 혁신위 내에서조차 ‘혁신위는 시간끌기용’이라는 실토가 나오고 이에 반발해 일부 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히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혁신위가 그동안 당 지도부와 짜고 친 고스톱이었음을 고백한 셈이다. 혁신위는 더 이상 국민과 당원들을 우롱하지 말고 이쯤에서 자진 해산하는 것이 답”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혁신위는 이미 제 생각에는 해체 상태”라며 “알고 봤더니 시간 끌기용이었다 이렇게 본인이 시인한 거면 이건 혁신위가 그냥 종결된 거라고 봐야 하고, 말 실수면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