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천하' 샘 올트먼과 오픈AI 사태가 남긴 것 [긱스]

2023. 11. 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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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복귀하면서 IT업계를 뒤흔들었던 '샘 올트먼 해고 사태'가 일단락됐습니다. 생성형 AI 회사 올거나이즈의 이창수 대표가 한경 긱스(Geeks)에 이 사태를 정리하고, 미친 영향에 대한 생각을 전해왔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픈AI 이사회의 샘 올트먼 해고가 5일 천하로 끝났다. 오픈AI는 X(옛 트위터)에 22일 오후 3시, 샘 올트먼의 CEO 복귀에 합의했다며 새 이사회 멤버를 올트먼과 함께 브렛 테일러, 래리 서머스, 아담 디안젤로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의장은 브렛 테일러 전 세일즈포스 공동 CEO가 맡기로 했다. 

17일 이사회의 해고 발표 후, 22일 오후 3시까지 전세계 미디어에 실린 기사 수는 9만3700 여건(구글 뉴스 기준)이다. 갑작스러운 해고의 원인에 대한 추측성 기사부터 긴박하게 돌아가는 투자자와 이사회의 움직임, 마이크로소프트의 고용 메시지까지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17일부터 22일까지의 타임라인을 간단하게 요약해 보자.

11월 17일: 올트먼 해고와 브록먼 사임 
오픈AI 이사회는 "이사회와의 의사소통에 일관되게 솔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샘 올트먼을 해고한다.

올해 초 오픈AI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해고 발표 5분 전에야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오픈AI의 지분 49%를 확보하고도 이사진을 한 명도 넣지 못했던 마이크로소프트 법무팀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을 것으로 보인다. 4시간 후, 그렉 브록먼도 사임하겠다고 밝혔고, 임시 CEO는 CTO인 미라 무라티가 맡게 됐다.

11월 19일: 올트먼, 게스트 아이디로 오픈AI 방문 및 협상 무산
에밋 시어 트위치 공동창업자가 오픈AI의 임시 최고경영자로 임명된다. 오픈AI의 이사회가 깃허브 CEO였던 넷 프리드먼과 스케일 AI의 CEO 알렉스 왕에게 먼저 CEO 제안을 했는데 거절당했다. 오픈AI 직원들은 새 CEO와 함께 하는 긴급 전사 참여 미팅을 거부했으며, 슬랙 공지에 부정적 반응의 이모지를 남겼다.

11월 20일: 앤트로픽과 합병 무산, 샘 올트먼과 직원들 MS 합류 소식 
오픈AI 이사회가 LLM 개발 경쟁사인 앤트로픽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다리오 아모데이에게 합병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한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4시 53분 X에 샘 올트먼과 그렉 브록먼이 MS에 합류하기로 했으며 AI 리서치팀을 이끌게 될 거라고 발표했다. 

오픈AI 직원 770명 중 710명은 샘 올트먼과 그렉 브록먼을 복직시킬 것을 요청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이 복직되지 않으면 마이크로소프트에 함께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2시 15분, 오픈AI의 공동 설립자이자 이사회 일원인 일리야 수츠케버는 샘 올트먼을 해고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는 트윗을 남긴다. 

11월 21일: 샘 올트먼 복귀 소식이 흘러나오다 
오픈AI 글로벌 담당 부사장 안나 마칸주는 샘 올트먼의 복귀를 위해 이사회와 논의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직원들에게 밝혔다.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를 포함한 오픈AI 투자자들은 샘 올트먼의 복귀를 돕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인포메이션이 보도했다. 오픈AI 투자자들은 올트먼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한국 시간 11월 22일 오후 3시에 샘 올트먼은 CEO로 다시 복귀한다. 5일 동안의 해프닝으로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오픈AI의 GPT-4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을 이용해 기업의 업무생산성을 혁신하는 AI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대표로서 살펴본 바는 다음과 같다.

●오픈AI가 얻은 것: 더 빠른 AI 개발 추진력, 샘 올트먼 CEO의 사내 장악력
●오픈AI가 잃은 것: 서비스 안정성을 우려한 일부 고객의 이탈, 비영리법인 존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

오픈AI 이사진의 샘 올트먼 해고 이유에 대해서 명확하게 공지된 바는 없다. 올트먼이 AI 칩에 대한 자금 지원과 개발 등 하드웨어 프로젝트를 고려하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온 것, 최근의 데브데이 발표에서 GPT 스토어 등 빠르게 상업화로 가고 있는 방향, AGI(인공 일반 지능) 개발을 둘러싸고 안전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갈등 등 여러가지 추측이 나왔다. 오픈AI 측 내부 메모에 따르면 오픈AI 이사회는 올트먼을 '재정적 불법 행위'로 고발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샘 올트먼의 해고에 반발하며 오픈AI 직원 770명 중 710명이 복직 요청 서한에 서명한 것을 보면, 예상했던 것보다도 샘 올트먼에 대한 오픈AI 직원들의 신뢰가 대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내년에 발표될 GPT-5의 기술 개발이 탄탄하게 이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AI의 일부 고객사는 샘 올트먼 해고 보도 이후 서비스 안정성에 의문을 가지고 이탈했다. 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 100명 이상의 오픈AI 고객이 앤트로픽에 연락했다고 한다. 구글 클라우드와 코히어에 연락하는 고객도 늘었다. 상당수의 고객은 오픈AI 모델 및 다른 LLM 모델도 제공하는 MS Azure 서비스로의 전환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샘 올트먼이 빠르게 복귀하기는 했지만, 기업용 서비스 고객이 신뢰를 잃게 되면 회복이 쉽지 않다.

오픈AI의 비영리 조직으로서의 경영 방식에 대한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픈AI는 2015년 비영리법인으로 설립되었고, 2019년 영리법인 ‘오픈AI 글로벌’을 출범해 투자를 받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오픈AI는 이 두 존재의 공존 원리에 대해 영리 목적의 자회사도 비영리 기업에 의해 주도되며, 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수익에도 한도를 정해두겠다고 설명했다. 최대주주인 MS가 이사회 멤버로 참여할 수 없는 것도 제한 규정 때문이다. 이번 해고 또한 이런 존속 방식에 대해 경영진과 이사회, 투자자들 사이의 갈등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보도가 많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얻은 것: 오픈AI와의 공고한 파트너십, AI 시장 주도 자신감, 사티아 나델라 CEO의 전략적 판단에 대한 지지
●마이크로소프트가 잃은 것: 없음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21일, CNBC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샘 올트먼이 오픈AI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CNBC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오픈AI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면서도 이사회 거버넌스가 변화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이전에도 의결권 없이 이사회 참관인 형태로 참여하는 것을 고려했었다고 하는데, 이번 기회로 오픈AI에 대한 지배력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계속해서 추측성 기사가 나오고, 오픈AI에서는 공식적인 PR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을 때 사티아 나델라는 X와 메이저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확고한 메시지를 발표했고, 이번 사태를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면서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는 이미지를 전달했다.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이 공고하다는 것을 밝히고, 샘 올트먼과 그렉 브록먼을 고용해 AI 리서치팀을 맡길 것이라고 빠르게 의제를 선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TO는 오픈AI에서 마소로 이직하는 모든 직원들을 고용할 것이며, 연봉을 맞춰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샘 올트먼이 복귀 트윗을 올리자, 사티아 나델라는 이를 인용하며 앞으로 오픈AI 이사진과 좀 더 안정적이고, 정보가 미리 공유되며, 효과적인 거버넌스를 위한 첫 번째 스텝이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을 엑스에 올렸다. 샘 올트먼과 그렉 브록먼이 캐주얼한 메시지로 복귀를 알렸다면, 사티아 나델라는 가장 공식적이고 비전을 내포하는 메시지를 5일 내내 적시적소에 배포했다.

사티아 나델라는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의 CEO로 취임한 후 시가 총액을 3000억달러에서 2조7700억달러로 10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윈도우에서 클라우드로 피버팅해 시장을 주도하고 이제는 AI 레이스를 확실히 이끌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900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 받은 오픈AI가 5일간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서, GPT 단일 모델을 써온 기업들은 서비스 지속가능성에 대해 불안해 했다. 다행히 시장에는 앤트로픽, 구글, 네이버 등 다양한 경쟁자들이 LLM 성능을 앞다퉈 개발해가고 있다.

LLM은 훌륭한 ‘엔진’이고, 기업의 실무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자동차’는 함께 커나가는 시장이다. 클라우드 위에서 수많은 유니콘이 탄생했듯, LLM 위에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의미다. 오픈AI의 5일 천하가 마치 인기 드라마처럼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을 보면서 그만큼 AI 기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커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빅테크 기업의 엔진 성능 경쟁 뿐만 아니라, 엔진을 응용한 LLM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멋진 드라마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이창수 | 올거나이즈 대표
KAIST 컴퓨터 사이언스 석·학사를 졸업한 이창수 대표는 AI 분야 연쇄창업자입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2010년 데이터 분석업체 파이브락스를 창업해 4년 만에 미국 탭조이에 매각한 뒤 탭조이의 수석부사장으로 일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탭조이에서 일하던 중 또다시 회사를 뛰쳐나와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올거나이즈를 창업했습니다. 올거나이즈는 인지검색 솔루션과 답변봇 ‘Alli(알리)’로 기업 고객과 직원의 검색 시간을 줄이고 있습니다. 인지검색 솔루션은 사용자가 질문하면 AI가 문서에서 답을 찾아주는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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