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스포츠 메카' 제주서도 문의 왔다... '몸만 오시면 됩니다' 축구 등 전훈 유치에 진심인 보은군

임기환 기자 2023. 11. 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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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보은)

'스포츠 메카'인 제주도에서도 문의 전화가 왔다. "대체 어떻게 그런 인센티브책을 펼칠 수 있었느냐"였다.

충청북도 보은군이 매력적인 인센티브 정책으로 전국 팔도의 스포츠 팀들을 유혹하고 있다. 2010년 신설된 군청 스포츠진흥과 전지훈련팀은 13년 만에 연간 35억 원의 경제효과를 전지훈련 한 분야에서만 창출해 냈다. 인구 수 3만 명 남짓한 소도시의 기적이다. 

24일 2023 보은 풋볼 페스타가 열리고 있는 보은 스포츠파크 한켠에는 '대한민국 제일의 스포츠 메카', '전국 최고의 전지훈련지 보은군'이라고 쓰인 플랫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에 따르면 전훈지로서 갖는 보은군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접근성이 뛰어나다. 지리적으로 국토의 중앙에 위치해 전국 어디서나 2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국토의 대척점에 있는 서울에서나, 부산에서나 차로 2시간이면 닿는다는 소리다.

두 번째는 우수한 환경적 여건이다. 여름철 다른 지역보다 3~4도가량 기온이 낮다. 속리산의 울창한 산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산소는 선수들의 피로 회복을 돕는다. 

세 번째는 완벽한 경기장 시설이다. 연중 날씨와 관계없이 훈련이 가능한 전천후 육상 보조경기장, 공설운동장, 야구장, 축구장, 수영장 등의 체육 인프라가 한곳에 집중되어 있다. 축구로 한정해도 천연 잔디구장 3면에, 인조 잔디구장 2면, 그리고 전용 헬스장까지 탄탄한 인프라를 보유했다.

보은군은 이러한 장점을 내세워 전국대회 개최 및 전지훈련팀 유치로 연간 30만 명 이상의 선수가 찾는 스포츠의 고장으로 거듭났다. 2014년 스포츠 산업 대상, 2018년 스포츠 마케팅 어워드를 수상했다. 말뿐인 고장이 아닌, 진짜 고장이 된 셈이다. 2010년 지자체에서 선구자 격으로 전훈팀을 신설한지 5년 안팎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낸 쾌거다.

보은군청 스포츠산업과 전지훈련팀 황성수 팀장은 "유소년 선수 뿐만 아니라 함께 오는 부모님들이 보은에 와서 먹거리와 즐길거리를 즐기실 수 있도록 관광과 접목을 시켰다. 과거 수학여행 일번지였던 속리산과 법주사를 중심으로 스포츠 대회와 관광을 연계하여 올해 축구만 10개 대회를 유치했다"라며 프로그램 연계의 취지와 의의를 언급했다.

보은군은 2023년 한해에만 축구 포함 총 35개의 대회를 유치했다. 야구, 농구, 배구, 우슈, 세팍타크로 등 종목 불문하고 매월 약 3개의 대회를 유치한 셈이다. 황 팀장은 "우리 장점이 스포츠 시설이 한 군데 집적되어 있다는 거다. 반경 1~2km 내에 웬만한 스포츠 인프라가 다 갖춰져 있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부서의 안성민 주무관은 "전국 어디든 2시간 안쪽이면 다 오시니까 대회 개최 시 팀 모집에 수월한 측면이 있다. 특히 전훈은 여러 팀들이 연계해 오는 경우가 많아 팀을 모아서 오기도 쉽고 연습경기도 여러 번 할 수 있다"라며 설명을 거들었다. 야구 같은 경우엔 내년 1월까지 전훈 스케줄이 다 차 있다.

보은군이 다른 군과 차별화된 대표적 장점을 들자면 인센티브, 즉 전지훈련 혜택을 빼놓을 수 없다. 생수 지원은 기본이고, 20인 이상, 5일 숙박 기준만 충족한다면 숙소와 훈련장 사이를 편히 오갈 수 있도록 차량을 지원해 준다. 군내 병원 세 곳(한양병원, 계춘당한의원, 보은한의원)에서는 전지훈련팀의 물리치료를 지원한다.

레저 및 문화 지원은 가히 압도적인 수준이다. 작은영화관 영화 관람권, 꼬부랑길카페 음료 이용권, 농경 문화관 대장간 체험권, 정이품송 공원 어가 이용권, 말티 지방 정원 체험권 등을 지원한다. "몸만 오시면 됩니다"라는 소리가 단순 구호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황 팀장은 "제주에서도 문의차 연락이 오셨다. '어떻게 했길래 그렇게 인센티브를 다양하게 추진할 수 있느냐'라는 게 요지였다"라며 보은군의 정책에 은근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숙박 인센티브는 전훈팀을 해당 지역으로 이끄는 핵심 유인책이다. 보은군은 3일 이상 군에 체류하는 전지훈련팀을 대상으로 지역상품권과 현금을 각각 5대5 비율로 지원하고 있다. 훈련 기간이 3~4일면 1인당 2만 원씩을, 5~9일이면 1인당 3만 원씩을, 10~14일이면 1인당 4만 원씩을, 15일 이상이면 1인당 5만 원씩을, 30일 이상이면 숙박비의 20%를 지원한다. 팀별 한도액은 100만 원이다.

보은군이 이토록 과감한 지원책을 펼치는 궁극적 이유는 무엇일까? 보은군 역시도 최근 수 년간 가속화하는 지방 도시 인구 감소의 국면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1966년에 11만 명을 넘겼던 인구 수는 2023년 현재 3만 1,000명가량까지 줄었다. 정점 대비 3/4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이러다간 3만 명선 유지도 장담하기 어려운데, 스포츠 메카로서 전훈지 유치 같은 전략을 통해 쇠락해가는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 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황 팀장은 "축구, 야구의 경우엔 유소년 대회를 많이 유치하려고 한다. 유소년 대회를 하면 학부모님들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데, 필수적으로 숙박을 하게 되고, 이것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유소년이 많은 종목이 축구와 야구라 그쪽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안 주무관은 "수학여행 일번지였던 속리산이 해외 및 제주도 여행 트렌드로 바뀌면서 수요가 급감했다. 그런데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속리산 인근 숙박업소가 활기를 되찾았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체감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2020년 보은군 용역 조사에 따르면 전훈 참가팀 중 1인당 지역 내 소비 효과는 8만 6,000원가량이라고 한다. 여기에 연간 전훈 참가 인원 4만 명을 곱하면 34억 원의 경제 효과가 산출된다. 이는 순수 전훈만 따진 단순 계산으로, 다른 분야까지 더한다면 수치는 더 늘어난다. 인구 3만 소도시가 지방 쇠퇴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을, 보은군은 축구 등 유소년 대회 유치를 통해 몸소 입증하고 있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보은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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