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완의 주말경제산책] 두번째 중동 붐은 가능하다

2023. 11. 2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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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20년 원유수요 큰폭 감소
중동 산유국 미래 위기 현실화
첨단산업 중심 개편에 목말라
빠른 경제구조 개편 경험한 韓
사우디 등과 협력할 절호 기회
尹 몇 번 더 방문해 대화할 필요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경제 변수는 무엇일까? 그중 하나는 미국 기준금리이고 또 다른 하나는 원유가격일 것이다. 아마도 여기에 이견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두 변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고? 이것은 정말 선택하기가 어렵다. 미국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의 기준점이고 원유가격은 글로벌 제조업의 기준점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렇게 중요한 원유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자. 미국 초등학교의 단어 맞히기 문제에서 'OP○○'에 들어갈 단어를 물어보았더니 많은 학생들이 'OPEC'으로 답하였다는 웃지 못할 농담이 있다. 답은 'OPEN'인데도 말이다. OPEC으로 대표되는 원유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비행기부터 제약산업까지 현대 경제의 화려한 모습은 원유 없이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원유의 위력에 점점 흠이 가기 시작하고 있다.

위 그래프를 보자.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국에서 2040년까지 예측한 글로벌 원유 수요이다. 세계 주요 기관들에서 원유에 관련된 의사를 결정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자료이다.

놀랍게도 글로벌 원유 수요는 2040년까지 2022년 대비 약 10% 감소한다. 이전에는 이렇게 원유 수요가 감소한 적이 없었다. 글로벌 경제와 인구는 항상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원유 수요 감소는 많은 나라에서 추진하는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 때문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0% 감소하기로 하였고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더 빠른 탄소 배출 감소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원유 수요 감소는 산유국들에 충격을 넘어 공포이다. 온전히 원유 판매 수입에 의존하는 국민의 삶과 정부 재정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1인당 '세전 소득'이 4만5000달러 정도인데 국민에게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을 뿐 아니라 무상으로 대학 교육과 의료를 제공한다. 1인당 소득이 비슷한 다른 선진국들보다 삶의 수준이 높다. 이 모두를 원유의 힘으로 하는 것이다. 원유 수요가 감소한다면 중동 산유국들은 경제적 혼란뿐 아니라 전통적 왕정을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중동 산유국들은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원유 수요가 감소하기 전에 원유경제에서 첨단산업 경제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체된다면 원유 수요는 더 감소하여 산업구조 개편의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고 이전의 가난했던 사막 농업국가로 돌아갈 수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를 미국 증시에 상장하여 재원을 마련하고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네옴시티 건설을 밀어붙이는 이유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도 거대한 산업구조 개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동 산유국들은 첨단산업 국가가 되기 위하여 일본을 파트너로 삼는 듯하였다.

일본은 중동 산유국들로부터 가장 많은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이고 첨단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중동 산유국들의 관심이 빠르게 우리나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은 무엇보다 빠른 산업구조 개편을 통하여 선진국으로 올라선 경험을 가지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이 가장 원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은 중동 산유국들이 유치하고 싶어하는 산업들이다.

사실 그동안 중동 산유국들과의 경제협력은 실패로 끝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중동 산유국들의 의지와 시급함, 그리고 막대한 재원을 고려하면 그들과의 경제협력 규모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두 번째 중동 붐이 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산업구조를 한 단계 더 고도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중국으로의 경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것은 덤이다. 글로벌 석유 수요의 빠른 감소를 감안한다면 중동 산유국들은 앞으로 5년 안에 중요한 결정들을 할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방문은 시기적으로 적절한 마중물이었다. 몇 번을 더 방문하여도 좋을 것이다.

[김세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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