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부정행위 적발하자 “나 변호사인데”···교육당국, 학부모 고발 조치
한 학부모가 지난 16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자녀의 부정행위가 적발되자 감독을 맡았던 교사를 찾아가 부당한 민원을 제기한 일로 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공동으로 해당 학부모를 즉시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16일 수능 감독관으로 참여한 A교사는 한 수험생이 시험 종료 후에도 답안지를 작성하는 것을 목격했다. 같은 고사실에 있었던 감독관 두 명도 같은 진술을 해 해당 수험생은 부정행위 처리됐다. 다음날 해당 수험생의 학부모는 A교사의 학교로 찾아가 “(나는) 변호사이며 우리 아이의 인생을 망가뜨렸으니 네 인생도 망가뜨려주겠다”라고 폭언을 했다. 지난 21일에는 ‘A교사 파면’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A교사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이는 수능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매우 잘못된 이의 제기 방법으로 명예훼손, 협박 등의 범죄행위로 보인다”며 “해당 학부모를 즉시 고발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감독관은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 해당 학생의 부정행위를 적발했고, 이 판단에는 감독관 3명 모두 합의했다”며 “이의가 있을 경우 공식적인 이의신청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전에도 교사들은 수능 후 과도하게 쏟아지는 민원으로 인해 고충을 호소해 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2021년 중고교 교사 48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능감독제도 개선을 위한 긴급설문조사’에 따르면 97.8%가 수능 감독을 기피하는 이유로 ‘과도한 책임’을 꼽았다. ‘현재의 수능감독 조건 하에 수능감독관을 모집한다면 자발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90.7%가 “없다”고 답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수능 감독과 관련된 과도한 학생의 항의, 학부모 민원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고, 교원들은 수능 감독을 갈수록 기피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어떤 교원이 앞으로 수능 감독에 나서겠느냐”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피해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관계 법령에 근거해 특별휴가, 심리상담 및 교원안심공제서비스에서 보장하는 긴급 경호 서비스 등을 안내하고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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