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창성의 '용산 리포트'] 48. 영국 국빈 방문의 하이라이트
동포초청 격려, 한국전 참전 기념비 헌화
의회 연설 및 버킹엄궁 국빈 만찬
양국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영국 국빈방문이 23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찰스 3세 영국 국왕과의 작별 인사를 마지막으로 끝났습니다.
윤 대통령은 현재 프랑스 파리를 찾아 막바지에 접어든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전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런던 도착후 동포초청 만찬 간담회를 시작으로 진행됐던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영국 국빈방문 주요 장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23일 오전 런던 버킹엄궁을 찾아 찰스 3세 영국 국왕과의 작별 인사를 끝으로 역사적인 국빈방문을 모두 마쳤다.
찰스 3세 국왕은 “어제 수낙 총리와의 정상회담, 런던 금융특구 시장이 주최한 길드 홀 만찬, 왕립학회 행사가 어떠셨습니까. 유익하셨습니까?”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전통을 존중하면서 혁신을 이뤄내는 영국과 안보·경제·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게 돼 기쁩니다. 양국 국민 모두가 큰 도움을 받게될 것입니다. 국왕께서 따뜻하고 세심하게 배려해주신 덕분입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국왕님의 관심과 노력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저도 함께 힘쓰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20여 분 동안 인사후 찰스 3세 내외의 따뜻한 환송을 받으며 버킹엄궁을 떠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영국 국빈방문은 20일 오후 런던 도착직후 동포 초청 간담회로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200여 명의 동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만찬에서 “올해가 한·영 외교관계 수립 140주년으로, 6.25 전쟁 당시 영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군대를 파병하고,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도 산업과 기술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등 양국이 뿌리 깊은 협력과 연대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오늘날 한국과 영국이 자유·인권·법치라는 가치 동반자이자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연결된 경제 공동체로 발전했다”면서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 간 안보협력 체계를 새롭게 구축하고 한·영 FTA 개선 협상을 개시해 공급망과 무역 협력 수준의 업그레이드를 도모하는 한편 양국 협력의 지평을 AI, 원전, 바이오, 우주, 반도체, 청정에너지 분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포들의 노력 덕분에 한·영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수 있었다. 서유럽에서 가장 크고 활발한 한인 사회를 형성한 4만 재영 동포들이 앞으로도 한국과 영국을 잇는 가교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21일 국빈방문 공식 일정에 들어가 이날 낮 호스가즈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 참석, 엠뱅크먼트 가든 한국전 참전 기념비 헌화, 웨스트민스터 사원 무명용사의 묘 헌화 등의 일정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날 공식 환영식에서 사열을 마친후 선두에 흰색 말을 탄 2명이 리드하고 말 4마리가 끄는 금색 왕관 모양의 마차에 탔다. 첫 마차에 윤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 두 번째 마차에 김 여사와 카밀라 왕비가 탑승해 버킹엄궁으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버킹엄궁에 도착하자 애국가와 영국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 내외는 왕궁으로 입장해 오찬을 같이했다.
윤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은 오찬 후 영국 왕실이 소장하고 있는 주요 소장품을 관람했다. 버킹엄궁 픽처 갤러리 테이블에는 한·영수교 당시 고종이 빅토리아 여왕에게 보낸 편지와 휴대용 화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한국방문 당시 사진과 한국이 여왕에게 선물한 청자 꽃병과 안동 하회탈 등이 전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영국 의회를 찾아 웨스트민스터 의회 로열 갤러리에서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을 주제로 연설을 했다.
영국 측에서 존 맥폴 상원 의장, 린지 호일 하원 의장, 에드 데이비 하원 의원(자민당수·한영 친선의원협회장), 사라 챔피온 하원 의원(한·영 친선의원협회 부의장), 데이비드 얼튼 상원 의원(북한에 관한 초당적 그룹 의장), 휴 트렌차드 상원 의원 등 상·하원 의원 및 기타 초청 인사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국은 자랑스러운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만들어 온 공통점과 함께 문화예술의 매력도 지니고 있다”며 “이제 양국이 창조적 동반자로서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증진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 나가자”고 했다.
연설 주요 내용을 들어보자.
“존경하는 상원 의장님!! 하원 의장님!! 상·하원 의원 여러분과 내외 귀빈 여러분, 영국 국민 여러분, ‘의회의 어머니’인 영국 의회에 서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영국은 근·현대 세계사의 개척자였습니다. 자유 민주주의의 주춧돌을 놓고 시장경제 질서를 꽃피웠습니다. 개인의 자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영국 국민들의 신념은 명예혁명을 통해 의회 민주주의를 태동시켰습니다.
영국의 의회 민주주의 확립은 미국, 프랑스를 비롯한 각국의 정치혁명으로 확산되었고, 세계 곳곳에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민주정치가 정착되었습니다.
18세기 후반부터 영국이 주도한 산업혁명은 생산 양식과 경제 패러다임의 혁신을 통해 종래 인류 역사에서 겪어보지 못한 초고속의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19세기 초부터 런던이 세계 금융의 중심이 된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닙니다.
영국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를 선도하고, 전 세계에 전파함으로써 인류의 자유와 인권신장, 그리고 비약적인 성장과 번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러한 위대한 영국을 이끌어온 핵심이 바로 영국 의회임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의원 여러분!! 한국은 유럽 국가 중에서 영국과 최초로 1883년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스코틀랜드 출신 존 로스 선교사는 1887년 최초로 신약성서를 한국어로 번역하였고, 브리스톨 출신 어니스트 베델 기자는 1904년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하고 36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국의 독립에 앞장섰습니다. 1916년 세브란스 병원 수의학자로 한국에 온 워릭셔 출신 프랭크 스코필드 선교사도 한국의 독립운동을 하면서 장학회를 설립하고 한국의 어려운 이들을 보살피는 데 앞장섰습니다.
1950년 영국은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공산 세력의 침공으로 대한민국의 명운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영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8만 명의 군대를 파병했고, 이들 중 천 명이 넘는 청년들이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 국민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제임스 칸 중령이 이끄는 영국의 글로스터 1대대는 임진강 설마리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우리는 행동으로 기억된다’는 글로스터 부대의 구호처럼, 영국군의 숭고한 희생은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6.25 전쟁 참전용사이자 대한민국의 명예 보훈장관인 콜린 태커리 옹을 모셨습니다. 태커리 옹은 2019년 ‘브리튼 갓 탤런트’의 우승자이시기도 합니다. 태커리 옹에게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정전 70주년을 맞은 올해 7월 태커리 옹은 6.25 전쟁 당시 처음 도착했던 부산을 다시 찾아 그곳 유엔(UN)기념공원에 잠든 전우들을 위해 감동적인 노래를 불러주셨습니다. 한국의 민요 ‘아리랑’을 부르셨는데 모두의 마음을 울리는 노래였습니다.
전쟁의 포화로 잿더미만 남은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했습니다. 영국은 이번에도 우리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유엔 한국재건단(UNKRA)에 두 번째로 많은 2684만 달러를 출연했고 울산조선소, 고리 원자력발전소, 울산공대 설립을 지원하는 등 한국이 신흥공업 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자유세계의 도움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기적과도 같은 성공 신화를 써내려 왔습니다. 최빈국이었던 나라가 반도체, 디지털 기술, 문화 콘텐츠를 선도하는 경제강국, 문화강국이 되었습니다.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의원 여러분!!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올 봄 한·미 연합훈련에 영국군이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한·영 간 정보 공유, 사이버 안보 협력 체계가 새롭게 구축되고 있습니다. 영국과 함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처하면서 가상화폐 탈취, 기술 해킹 등 국제사회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공조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양국의 교역과 투자는 금융, 유통, 서비스, 생명공학 등에 걸쳐 활발히 이루어져 왔으며 2021년 한·영 FTA가 발효된후 더욱 활성화되었습니다. 이번에 한·영 FTA 개선 협상을 개시해 공급망과 디지털 무역의 협력기반을 다져 나갈 것입니다.
저의 이번 국빈방문 계기에 체결하는 ‘한영 어코드’를 기반으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납니다. 보다 개방되고 자유로운 국제질서를 영국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영국과 함께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양국의 협력 지평은 디지털, AI,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상풍력, 청정 에너지, 해양 분야 등으로 크게 확장돼 나갈 것입니다. 여기 계신 의원 여러분들의 깊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그리고 영국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새로운 도전과제들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북한 핵 위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 앞에 국제사회가 분열되고 있습니다. 공급망, 기후 대응, 디지털 분야의 격차가 국가 간 경제격차를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문명은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발전한다고 하였습니다. 역동적인 창조의 역사를 써 내려온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하여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합니다.
평화는 혼자 지켜낼 수 없습니다. 한국은 영국, 그리고 국제사회와 연대해 불법적인 침략과 도발에 맞서 싸우며 국제 규범과 국제 질서를 수호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은 영국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보와 경제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함께 힘을 모을 것입니다. 또 한·영 양국은 원자력을 비롯한 청정에너지 확대를 도모하면서 기후 취약국들의 그린 에너지 전환 노력을 뒷받침해 나갈 것입니다.
양국은 자랑스러운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만들어 온 공통점과 함께 문화예술의 매력도 지니고 있습니다. 영국이 비틀즈,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습니다.
윈스턴 처칠 수상은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제 양국이 창조적 동반자로서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할 때입니다.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증진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 나갈 것입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 위대한 영국과 영국인들에게 신의 가호가 깃들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저녁 버킹엄궁 볼룸에서 열린 찰스 3세 영국 국왕초청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우리 측에서 정부의 공식 수행원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블랙핑크(로제, 제니, 지수, 리사), 조소현(토트넘 핫스퍼 FC 위민 축구선수), 올리버 켄달(영국남자 유튜버), 박웅철 셰프, 기보미 파티시에, 박소희 디자이너 등이 참석했다.
영국 측에서는 리시 수낙 총리, 악샤타 무르티 총리 부인, 윌리엄 왕세자, 캐서린 미들턴 왕세자비, 앤 공주, 티머시 로렌스 해군 중장, 글로스터 공작, 글로스터 공작 부인, 후드 자작, 데이비드 카메론 전 총리 외 초청 인사 등 양측에서 170여 명이 참석했다.
만찬은 찰스 3세 국왕과 윤석열 대통령, 이어 카밀라 왕비와 김건희 여사의 입장으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검은색 연미복에 흰색 나비 넥타이를 했고 연미복과 흰색 셔츠 사이에는 사선의 붉은색 띠를 착용했다. 김 여사는 검은색 원피스를, 카밀라 왕비는 붉은색 원피스를 입었다.
찰스 3세 국왕은 윤 대통령 내외 및 한국 측 손님의 버킹엄궁 방문을 환영했고 윤동주 시인의 시 ‘바람이 불어’(바람이 자꼬 부는데/내 발이 반석우에 섰다. 강물이 자꼬 흐르는데/내발이 언덕우에 섰다)를 인용하며 한국어로 “위하여!!”를 끝으로 만찬사를 했다. 영국 국왕은 윤동주 시를 인용해 한국이 빠른 변화 속에서도 자아와 국가 정체성을 굳건하게 지켜온 한국의 근대사를 찬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만찬 답사가 이어졌다.
“존경하는 국왕님!!
대관식 이후 영국을 방문하는 최초의 국빈으로 저희 부부와 대표단을 초청해주시고 이렇게 성대한 만찬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올해는 우리 두 나라가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1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은 1883년 유럽 국가 중에서 영국과 최초로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고 그동안 변치 않는 단단한 우정을 쌓아왔습니다. 1950년 우리가 공산 침략을 받아 국운이 백척간두에 섰을 때 약 8만1000여 명의 영국 병사들이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당시는 영국도 기나긴 2차 세계대전에 지치고 어려울 때였습니다.
저는 오늘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영국 참전용사들과 만나면서 양국의 우정이 피로 맺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새겼습니다. 영국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경제적으로 번영하며 문화적으로 융성한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과 영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나눈 혈맹의 동지입니다. 우리가 미래를 위해 함께 하지 못할 일이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존경하는 국왕님!! 그리고 귀빈 여러분!!
영국은 인류 문명의 대변혁을 이끈 산업혁명의 발상지이며 셰익스피어와 뉴턴을 통해 문학과 과학의 위대한 성취를 이뤄낸 나라입니다. 전 세계 많은 과학자들이 이러한 도전 정신을 본받아 연구해 왔으며 한국도 그런 노력에 힘입어 첨단 과학기술과 IT 강국으로 거듭났습니다. 한·영 양국은 이제 디지털 혁신국가로서 새로운 AI 디지털 규범을 정립하기 위한 국제사회 논의를 주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비틀즈와 퀸, 그리고 엘튼 존에 열광했습니다. 지금 해리포터는 수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의 BTS, 블랙핑크가 영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BTS와 영국의 콜드플레이가 함께 부른 ‘마이 유니버스’는 전 세계 청년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영국은 자유 민주주의 정치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고안하고 선도해 왔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현대 국가들이 영국 의회 민주주의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자유·인권·법치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영국과 함께 전 세계의 자유·평화·번영·미래를 향해 굳건하게 협력할 것입니다. 이제 국왕 내외분의 건강, 한·영 관계의 새로운 미래, 그리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건배를 제의하겠습니다. To me, fair friend, the United Kingdom, you never can be old.”
윤 대통령은 이날 건배사 마지막을 찰스 3세 국왕이 좋아하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04번 구절을 인용했다. 찰스 3세 국왕은 윤동주 시를, 윤 대통령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인용하며 서로 양국의 문화와 역사에 경의를 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오전에는 왕립학회에서 열린 ‘한·영 최고 과학자 과학기술 미래포럼’에 참석했다.
왕립학회에서 소피 에든버러 공작 부인, 아드리안 스미스 왕립학회장, 마크 월포트·조나단 키팅·앨리슨 노블 왕립학회 부회장, 로이 앤더슨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 오톨린 레이저 영국 연구혁신기구(UKRI) 대표, 줄리 막스턴 왕립학회 사무총장, 미셸 도넬란 영국 과학혁신기술부 장관,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 교수,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장이 참석했다.
아드리안 스미스 왕립학회장(PRS)은 이날 윤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는 인사말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한국과 영국의 과학자들이 긴밀히 협력하고 연구를 공유해 주시기 기대한다”면서 “영국 왕립학회와 한국 기초과학연구원·과학기술한림원이 중심이 되어 세계 최고의 연구 성과를 창출하고 미래 연구자를 함께 양성할 수 있는 공동 연구 프로그램을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조 연설을 더 들어보자.
“아드리안 스미스 왕립학회 회장님!!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앨버트 아인슈타인 등 역사를 바꾼 거인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왕립학회에서 최고 과학자들과 함께 과학의 역할과 미래 협력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포럼장에 들어오기 전에 36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왕립학회 소장품들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뉴턴의 운동법칙과 만유인력 법칙이 담긴 프린키피아 초판 원고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과학혁명의 상징이자 현대 과학문명의 초석이 된 기념비적 역사를 직접 보니 세상을 송두리째 바꾸는 과학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우주, 자연, 생명의 근원적 원리를 밝히고 진리를 찾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도전과 헌신은 현대 문명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21세기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진보하는 데 이러한 뉴턴 시절부터의 도전정신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영국이 선도한 산업혁명은 바로 과학혁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고, 이것이 현대 디지털혁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학혁명을 이끄는 왕립학회는 1660년 설립이후 국적과 신분,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뛰어난 과학자를 선발해 지원하고 새로운 발견과 성과를 공유해 왔습니다. 왕립학회의 오랜 역사와 전통에서 알 수 있듯이 과학은 늘 인류의 공동 번영과 협력을 지향해 왔습니다.
글로벌 과학자 여러분!!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경제성장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과학기술 투자에 힘을 쏟고 이를 기반으로 강력한 산업화에 나섰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양적 위주의 성장에서 질적 위주의 성장으로,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전환하기 위해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지원 체계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연간 230억 달러가 넘는 국가 R&D 재정을 민간과 시장에서 투자하기 어려운 기초 원천기술과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중점 사용할 계획입니다. 영국 왕립학회 회원들과 같은 세계 최우수 연구자들과의 글로벌 연구 협력과 교류도 적극 확대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과학기술 협력 파트너로서 영국과의 공고한 연대를 제안하고, 희망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글로벌 이슈의 해결은 물론이거니와 인류의 자유와 후생 증진을 위해 한국과 영국의 과학자들이 긴밀히 협력하고 연구를 공유해 주시기 기대합니다. 오랫동안 교류해 온 왕립학회와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 과학기술한림원이 중심이 되어 세계 최고의 연구 성과를 창출하고 미래 연구자를 함께 양성할 수 있는 공동 연구 프로그램을 추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적극 뒷받침하겠습니다. 아이작 뉴턴이 말했듯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면 더 멀리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여기 모인 최고 과학자들의 연대와 협력이 한·영 양국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거인의 어깨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이날 오후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서 한·영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오후 3시45분 윤 대통령이 총리 관저에 도착하자 리시 수낙 총리와 부인 아크샤타 무르티 여사가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양국 정상은 곧이어 총리 관저로 입장해 1대1 환담을 시작으로 정상회담을 했다.
수낙 총리는 먼저 “오늘 다우닝 스트리트에 모시게 되어서 무척 기쁩니다. 오늘 방문은 영국과 한국간 깊은 관계와 우정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서명하게 될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서 그런 관계를 더 강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방위산업, 안보, 기술, 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이미 깊은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 차원의 많은 협력이 지금도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이번 방문을 계기로 민간 차원의 협력이 더욱더 강화될 것이고, FTA 개선을 위한 재협상을 시작으로 민간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며, 한국 기업들이 영국에 약 200억 파운드의 투자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투자 규모야말로 한국 기업이 영국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신뢰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먼저 따뜻한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다우닝가 10번지 유서 깊은 곳, 역사적 현장을 오게 돼서 아주 감동이 있습니다. 저는 어제 영국 국방부 관내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비를 찾았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무명용사들을 기리는 곳도 찾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더 시티의 맨션 하우스에서 열린 한·영 양국 기업인들의 포럼에도 갔다 왔고요. 그리고 그 이후에는 로열 소사이어티를 방문했습니다. 양국 과학자들의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 자리에도 참석했습니다. 오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한국과 영국이 ‘다우닝가 어코드’를 서명하는데 저는 양국이 혈맹의 동지이기 때문에 경제협력이라든지 또는 과학기술 협력에 있어서 우리가 못 할 일이 없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FTA 개정협상 개시를 곧 하는데 양국의 경제협력을 우리가 보편적 규범으로 잘 정립해서 양국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함께 리드해 나가는 그런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용산 대통령실은 정상 회담후 “윤 대통령은 수낙 총리와 회담을 갖고 양국간 실질협력 방안, 지역 정세 및 글로벌 이슈 등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며 그 결과를 발표했다.
양 정상은 회담에 앞서 140년 전 양국 간 외교관계의 문을 연 1883년 ‘조영수호통상조약’ 원본을 관람하면서 양국 간 역사를 되짚어 보고 양국이 그동안 정치, 경제, 과학기술, 문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깊은 관계를 발전시켜 온 것을 평가하는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향후 양국 협력관계를 더욱 심화·발전시키자는 의지를 확인했다.
윤 대통령과 수낙 총리는 이날 양국 관계를 기존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하고, 제반 분야에서 협력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양국 간 외교·국방 2+2 장관급 회의체를 설치하기로 합의했고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더욱 긴밀히 소통해 외교·안보 협력은 물론 및 전 세계 평화와 안정에도 함께 기여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한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을 체결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안전한 사이버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협력을 확대하고 방산 공동수출 양해각서(MOU)를 통해 양국 간 방산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FTA 개선 협상이 개시된 점을 환영하면서 디지털, 공급망, 에너지 등 새로운 분야의 통상규범 마련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고, 양국이 전략적 통상 파트너로 거듭나길 희망했다.
윤 대통령과 수낙 총리는 이 자리에서 북한의 소위 정찰위성 발사가 명백한 유엔(UN)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한·영 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이를 규탄하고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수낙 총리는 특히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에 우려를 표하는 동시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가하는 안보위협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을 마치며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내용을 총망라한 ‘다우닝가 합의’에 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저녁 런던금융특구 길드홀에서 열린 금융특구 시장 주최 만찬에 참석하는 것으로 영국 국빈방문의 주요 일정을 마무리했다.
영국 측에서 마이클 마이넬리 런던금융특구 시장 부부, 글로스터 공작 부부, 케미 베이드녹 기업통상부 장관, 수전 랭글리 의원 부부, 브로넥 마소야다 의원 부부, 제임스 텀브리지 환영위원장 부부 등이 참석했다.
우리 측에서는 추경호 기획재정부·박진 외교부·이상민 행정안전부·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은혜 홍보·최상목 경제수석, 이충면 외교비서관, 이재용 삼성전자·구광모 LG그룹·조현준 효성그룹·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동행 경제인 등 양측에서 400여 명이 함께했다.
마이클 마이넬리 런던금융특구 시장은 만찬을 시작하며 “윤석열 대통령님과 김건희 여사님을 모시게 돼 영광”이라고 인사했다.
그는 “오늘 만찬은 새로운 세계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와 창의성이 최전선에서 느껴지는 시대입니다. K-팝 그룹 블랙핑크는 어제 버킹엄궁에 왔는데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유튜브에서 가장 많은 팔로우를 받는 그룹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점점 K-세상에서 살아갑니다. 보통 런던 사람은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식당에서 밥을 먹고 K-팝을 듣고 한국의 위대한 축구선수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골을 넣는 것을 봅니다. 저희 가족도 이런 보통 런던 사람입니다. ‘호텔 델루나’, ‘사랑의 불시착’,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드라마들을 좋아합니다. 정말 K-세상이죠. 이것만 보더라도 영국과 한국 관계가 얼마나 멀리까지 왔는지 볼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을 위하여!!”를 외치며 건배를 제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만찬 답사가 시작됐다.
“내외 귀빈 여러분!!
저는 오늘 양국의 굳건한 우정을 되새기고 우리가 보다 발전된 관계로 나아가야 하는 시대적 사명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국제사회는 전례없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공급망 분절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며 물가 상승, 식량과 에너지 위기, 금융시장 불안 등 글로벌 경제지형 전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기후위기와 기술경쟁이 심화되면서 국가 간 격차도 날로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보다 더 자유럽고 더 번영할 수 있도록 한국과 영국은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합니다.
영국은 시장 경제체제와 근대 민주주의의 발상지로서,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헌신해 온 글로벌 강국입니다. 이렇게 경이로운 국가를 일궈낸 영국 시민 그리고 여기 계신 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때 활약한 글로스터셔 연대와 같은 국제사회의 지원에 힘입어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자유와 평화를 통해 번영을 추구해 오고 있습니다.
영국이 지난 몇백 년 동안 해 왔던 것처럼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에 책임감 있게 기여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피로 맺은 우정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영국과 한국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오늘 수낙 총리와 저는 지금까지 양국이 체결한 최고 수준의 협력문서인 ‘다우닝가 어코드’에 서명했습니다. 안보, 국방협력에서부터 첨단 과학기술, 공급망 확보, 에너지 연대 등 경제안보까지 모두 포괄한 협력 방안입니다. 오늘은 이번 영국 방문의 마지막 밤입니다. 그러나 이번 합의와 오늘 밤 여러분과의 인연이 한국과 영국에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것입니다.
다시 한번 환대에 감사드리며 영국과 한국의 영원한 우정과 무궁한 발전을 위해 다 같이 축배를 들 것을 제안합니다.”
국가안보실 김태효 제1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 및 한·영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국방·안보협력 강화를 통해 양국은 인도-태평양, 유럽, 글로벌 차원에서 핵심 파트너 관계를 공고하게 구축하게 됐다”고 전하고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모든 협력 분야가 망라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새로운 양국 관계를 위한 청사진과 나침반이 종합적으로 제시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래 먹거리 산업에 특히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AI, 양자 기술, 반도체와 같은 분야에서의 혁신 잠재력을 활용해 양국 국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발판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이번 한·영 정상회담 결과 인적교류 확대로 양국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도 가져다 줄 것”이라며 “내년부터 한·영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연령 상한을 30세에서 35세로 상향 조정하고 대상 인원도 1000명에서 5000명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 필자 소개 *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2008년부터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을 취재하고 있다. 2022년 정권 교체기 ‘BH 청와대 그 마지막 15일, 북악에서 용산까지’를 출간했다. 강원도민일보 지면은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뉴스 서비스를 통해 대통령실의 국정을 기록하며 뉴스 콘텐츠 소비자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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