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대만 총통 선거 혼전…야권 단일화 무산·궈타이밍 불출마
내년 1월 선거 후 5월 차기 총통 취임
선거 결과 따라 양안관계 향방 촉각
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최대 변수로 떠올랐던 야권 후보 단일화가 결국 무산됐다. 집권 여당과 두 야당이 선거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혼전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창업자는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아 차기 대만 총통 선거는 결국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대만 중앙통신사 등은 전날까지 단일화 협상을 벌였던 제1야당 중국국민당(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후보와 제2야당인 대만민중당 커원저(柯文哲) 후보가 후보 등록 마감일인 24일 오전 각각 부총통 후보를 지명하고 선거 후보 등록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대만 총통 선거는 정·부 후보가 함께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로 치러진다. 친중 성향인 국민당과 민중당은 정권 교체를 위한 후보 단일화 추진에 합의해 각각 부총통 후보를 지명하지 않은 채 단일화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결국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양당이 정·부 후보를 확정해 각각 선거를 치르기로 한 것이다.
국민당은 이날 허우 후보와 함께 출마할 부총통 후보로 3선 의원 출신인 자오샤오캉(趙少康) 중광(中廣) 회장을 지명했다. 자오 후보는 국민당 소속 입법위원을 지내고 정치평론가 등으로 활동해왔다. 민중당도 이날 커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우신잉(吳欣盈·신시아 우) 입법위원을 지명했다. 우 후보는 대만 재벌가 3세로 알려져 있다. 커 후보는 “우 후보는 입법위원으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으며 다음 세대를 위해 함께 노력할 확고한 파트너”라고 소개했다.
두 야당이 이날 각각 부총통 후보를 지명해 후보 등록을 마침으로써 대만 총통 선거는 결국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무소속 출마를 준비해 온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는 이날 후보 등록을 하지 않고 “정권 교체를 위해 희생하겠다”며 출마를 포기했다.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앞서 라이칭더(賴淸德) 현 부총통과 샤오메이친(蕭美琴) 주미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부 대표를 각각 정·부 총통 후보로 지명해 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결렬되고 세 후보 진영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됨에 따라 이번 선거는 막판까지 혼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야권 분열은 집권 여당에 유리한 구도다. 민진당 라이 후보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에 우위를 보여왔지만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야권 후보들에 열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진당도 안심할 수 없는 입장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라이 후보와 야권 후보들 간 지지율 격차가 점차 좁혀지는 양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난 20∼21일 대만 인터넷 매체 마이포모사(미려도전자보)가 조사기관을 통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세 후보 지지율 격차가 모두 오차범위(±3%) 안에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지율 변화 추이가 야권 단일화 무산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국민당과 민중당 모두 단일화를 하지 않더라도 민진당과 싸워볼만 하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다.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이번 대만 총통 선거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중국이 모두 주목하는 선거다. 중국 언론은 집권 민진당이 중국 정부가 ‘완고한 대만 독립 분자’로 규정하며 제재 대상에 올린 샤오 대표를 부총통 후보로 지명하자 “라이칭더·샤오메이친 ‘두 독립 조합’은 가장 위험한 조합”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또 내심 반중·친미 성향의 민진당 재집권을 바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우회적으로 대만 선거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대만 총통 선거는 내년 1월13일 입법위원 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당선자는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의 뒤를 이어 내년 5월 취임한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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