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한동훈, ‘게임 체인저 기대’와 ‘확장론 한계’ 사이

박나영 기자 2023. 11. 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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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출사표 던진 한 장관, 젊은 층에 인기…‘수도권 역할론’ 주목
尹과 겹치는 이미지에 ‘윤석열 심판론’ 구도 더 굳히는 ‘역풍’ 우려도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별의 순간'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는 걸까.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로 불리는 한 장관의 총선 등판론에 여의도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여권에서는 한 장관을 보수의 새로운 아이콘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로 보고,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게임 체인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연일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물론 '한동훈 띄우기'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 여론도 뜨겁다. 한 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의 장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1년 넘게 여권 인사 중 1위를 지키고 있다.

한 장관도 그동안의 정중동 행보에서 벗어나 사실상 정치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장 메시지와 일정이 달라졌다. 그는 11월21일 대전을 찾아 "여의도에서 300명만 쓰는 고유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사투리' 아니냐"며 "저는 나머지 5000만 명이 쓰는 언어를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17일에는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를 찾아 "대구 시민을 존경해 왔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런 광폭 행보를 선보이면서 거물 정치인에게 필수로 요구되는 팬덤 관리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잇따른 전국적 행보에 정치인 같은 화법을 구사하면서 여권은 물론 정치권 전체에서는 한 장관의 '총선 등판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의 평소 스타일을 잘 아는 법조계에서는 '이 정도 행보면 사실상 출사표를 던진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월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방문 중 한 시민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신당' 폭풍 잠재운 '한동훈 효과'

여권에서 지금 총선을 앞두고 한 장관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①이미지(새 인물) ②구도(이재명 저격수) ③영향력(수도권과 젊은 층에 소구력) 등 다양하다. 무엇보다 지난 '강서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면 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답답한 상황을 타개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물론 한 장관 앞에 꽃길만 놓여 있지는 않다. 역설적으로 현재 한 장관에게 투영되는 정치적 자산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장관의 ①이미지(여당 내 야당 역할을 못 하는 2인자 이미지) ②구도(윤석열 심판론을 더 굳힐 수 있음) ③영향력(전국적 확장성이 있는지 미지수) 등 모두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거나 한계가 뚜렷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한 장관은 별의 순간을 잡게 될까. 그를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와 핵심 변수를 짚어봤다. 

여권 입장에서 '한동훈 효과'는 이미 검증됐다. 지난 한 달여 동안 여권발(發) 뉴스를 도배하던 인물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였다. '이준석 신당' 출현 여부가 내년 총선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고 정국의 핵으로 등장했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강서 참패 이후 '메가 서울' '공매도 전격 중단'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국민의힘이 야심 차게 '인요한 혁신위'를 띄웠지만, '이준석 신당'이 뉴스를 뒤덮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런데 이 흐름을 뒤집으려는 인물이 바로 한 장관이다.

네이버(데이터랩)에서 키워드 '한동훈' 검색량을 '이준석' '윤석열' '김기현' '인요한'과 비교 분석해 보면, 한 장관은 정치 행보로 해석될 만한 광폭 일정을 소화하면서 포털에서 압도적인 검색량을 기록했다. 한 장관이 대구를 찾았던 11월17일 한동훈 검색량은 네이버에서 26이었고, 이후에도 꾸준히 두 자릿수 검색량을 기록했다. 이준석(9), 윤석열(9), 인요한(7), 김기현(3) 등을 압도하는 수치다. 가장 최근 수치인 22일에도 한동훈 검색량은 21로, 이준석(9)과 윤석열(8) 등보다 훨씬 많았다. 

이는 불과 시계추를 20여 일 앞으로 돌려보면 격세지감이라고 할 만한 수치다. 이준석 신당 돌풍이 불기 시작한 11월2일 이준석 검색량은 11로, 인요한(9)과 윤석열(7) 등을 역전한다. 11월9일 이준석(17)은 여권이 야심 차게 띄운 인요한(11) 혁신위를 뒤로하고 계속 포털에서 많이 검색되며 대중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이후에도 계속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지만, 한 장관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이준석 신당은 점차 뉴스의 중심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부정적 보도(한 장관의 아내 사진 의도적 노출 논란 등)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분명 그의 영향력은 일정하게 확인된 셈이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한 장관이 사실상 출사표를 던진 것처럼 광폭 행보를 선보이고 있는 점은 분명 고도의 전략적·정무적 판단의 결과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이준석 신당'이었다. 이 전 대표가 띄운 신당론이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아끼고 아껴뒀던 '한동훈 조커'를 조기에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과 여권 내부에서는 아직 총선까지 활주로가 길게 남았는데, 너무 일찍 조커를 꺼냈다는 아쉬움을 표출하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부인 진은정 변호사가 11월1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2023 사랑의 선물' 제작 행사에서 선물 포장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총선 사용법' 고민에 들어간 與

물론 타이밍을 재고 있었을 뿐 한 장관의 총선 등판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11월말 대규모 개각 대상에서 한 장관이 빠졌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여권에서는 '한동훈 총선 사용법'을 두고 여러 고민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여러 인물과 함께 교체돼 존재감을 떨어뜨리기보다는 '한동훈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출마 시점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예상보다 이르게 '한동훈 출격'이라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한 장관이 맡아야 할 정교한 역할이 부여되지는 않은 모습이다. 여권과 언론에서 지금 한 장관이 출마할 수 있다고 거론되는 지역만 따져도 두 자릿수가 넘는다. 정치 1번지의 상징성을 갖는 서울 종로부터 인천 계양을에 나서 이재명 대표와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백가쟁명식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비례대표 후순위를 받아 선거 전체를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동훈 총선 사용법'을 우선 수도권에서 찾는 모습이다. 기존의 보수층은 물론 대표적인 스윙보터 지역인 수도권에서 중도층과 청년, 여성 표심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이 약세로 평가받는 계층의 표를 한 장관이 공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수도권에서의 총선 승리를 견인할 수 있는 역할 이런 부분을 한동훈 장관에게 기대하지 않을까. 스마트한 이미지 이런 부분들을 통해 국민들이 새로운 리더십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등의 발언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한 장관이 수도권에 소구력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11월7~9일 조사해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한 장관은 13%를 얻어 2위에 올랐다. 1위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21%)와는 격차가 꽤 난다. 하지만 서울에서 한 장관의 선호도는 18%로 17%에 그친 이 대표를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앞섰다. 

한 장관이 수도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의 배경과 이력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강남 8학군 출신에 서울대 법대와 아이비리그 학력을 가졌고, 검사로 임용된 후에도 법무부-대검-서울중앙지검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근무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닮고 싶은 이미지'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계는 물론 경제계 거물들의 부패범죄도 수사하면서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린 경력과 국회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보여준 대야 투쟁력도 여권 지지층에 호소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여권에 박한 평가를 내놓고 있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한 장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후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11월20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한 장관에 대해 아직 정치인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장관으로서 다른 장관에 비해 비교적 신선미를 갖춘 사람이고 자기 나름대로 소신을 피력했기 때문에 일반 국민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지지 기반을 만든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리틀 尹' 이미지, 확장력에 한계…'尹 심판론' 구도도 강화"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동훈 효과'에 대해 너무 장밋빛 기대만 쏟아내는 것에 대한 경계심도 감지된다. 한 장관이 지금 누리는 대중적 인기가 총선 승리라는 결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내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것은 사실이지만, 예측하지 못하는 다양한 변수와 함께 야당·언론의 공격이 쏟아지는 선거판에서도 장점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한 장관의 정치적 확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 황태자'라고 불릴 만큼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다 검사 출신이기도 해 윤 대통령과 겹치는 이미지가 확장력 차원에서는 독이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11월10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부정평가한 응답자 중 한 장관을 차기 지도자로 꼽은 비율은 1%에 불과했다.

한 장관 특유의 사이다 화법도 선거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한 장관이 야당에 밀리지 않는 모습이 통쾌했다. 분명 보수 지지층에는 쾌감을 준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과 싸우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중도층과 무당층에는 피로감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한 장관이 윤 정부의 대표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정치적으로 봤을 때는 보수의 틀 안에 갇힌 사람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법치주의, 상식과 균형 등에서는 장점을 가졌지만 중도나 진보 쪽으로까지 정치적 기반을 넓힐 역량은 아직 갖지 못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리틀 윤석열'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해 내년 총선 구도를 '윤석열 심판론'으로 더욱 굳힐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총선은 대선과 달리 인물과 이슈보다는 구도가 중요한 선거로 평가받는다. 민주당이 한 장관의 총선 등판이 오히려 민주당에 득이 될 것이라고 보는 핵심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한 장관이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에서 뛰어준다면 유권자들이 계속해서 윤석열을 떠올릴 테니 민주당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어 '한동훈 효과'도 그 틀 안에서만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소울메이트 아니겠느냐. 윤 대통령 지지율이 현재 35% 내외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반짝 (한 장관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관심을 받고 있지만 결국 여당의 실패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정성호 민주당 의원)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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