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삼모사 물가대책, 중장기 안정책 보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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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가 관련 취재를 하며 경제·경영 전문가들에게 들은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 부처 수장들은 최근 '물가안정'에 방점을 찍고 현장 물가 점검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총선을 앞두고 범부처 물가안정전담제를 시행한 것은 이전 MB정부때도 있었던 일이다.
정부는 원윳값·석윳값·밀값 등 원자재 시장 추이를 미리 조사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게끔 보조적인 역할을 하면서 중장기적인 물가 안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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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물가대책은 미봉책”, “총선 끝나자마자 기업들은 되레 가격 폭을 더 키워 인상할 것”
최근 물가 관련 취재를 하며 경제·경영 전문가들에게 들은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 부처 수장들은 최근 ‘물가안정’에 방점을 찍고 현장 물가 점검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부터 정황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등 경제부처 장관들이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이들은 현장 방문을 통해 ‘열심히 기업의 가격 인상을 감시하고 있다’는 모습으로 보이길 바라는 듯하다. 앞서 10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8% 증가하며 7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큰 폭으로 뛴 농축수산물 등 물가를 관리하기 위해 이달 초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각 부처 과장·사무관에게 품목을 지정해 물가관리를 하라고 지정한 데 이어 부처 수장들이 앞장서 현장 방문에 나선 건데,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총선 전 ‘단기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총선을 앞두고 범부처 물가안정전담제를 시행한 것은 이전 MB정부때도 있었던 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2년 1월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물가가 올라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을 못 봤다”며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품목별 물가 관리의 목표를 정해 일정 가격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는 확고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며 이른바 ‘물가책임실명제’를 공표했다.
이 정책 이후 물가상승률은 ‘마의 4%대’에서 2012년 1월 3.3%로 떨어졌고, 2월(3%)과 3월(2.7%), 그리고 총선이 열린 4월(2.6%)에도 하락세를 보였다. 당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52석, 민주통합당이 127석을 확보하면서 ‘물가를 잡으면 총선을 이긴다’는 공식이 세워진 듯했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자 ‘물가책임실명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더구나 당시 물가가 안정된 것은 고환율·고유가 기조의 둔화 등에 의한 현상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한마디로 대외 상황이 잘 풀리며 총선을 앞두고 원하는 시점에 알맞게 물가상승률이 둔화했다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 적용해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대외적 불안 요인이 잠재워진다면, 정부가 과도하게 기업에 눈치를 주거나 소비자 가격에 개입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 물가는 안정세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가격 결정권이 있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당연한 논리다. 공급 측면에서 충격이 있으면 물가가 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수요가 많아져도 물가가 오른다. 정부가 이를 직접 개입해 억누르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는 원윳값·석윳값·밀값 등 원자재 시장 추이를 미리 조사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게끔 보조적인 역할을 하면서 중장기적인 물가 안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가격에 대한 선택은 소비자와 시장에 맡기되 과도한 인상이 발생하지 않은 환경을 조성해 안정적인 물가 관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정부의 할당관세 등 혜택을 받으며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가격을 올리는 ‘편승 인상’, 가격은 유지하되 양을 줄이는 ‘꼼수 인상’ 등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를 감시하는 것은 공정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당장 총선만 바라보고 억지로 기업을 압박해 단기적으로 가격을 유지하다가 총선 후 ‘나 몰라라’ 기조로 바뀐다면 추후 서민 부담이 더 가중되는 ‘가격 인상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잊지 않아야 한다. 물가 대책이 총선용 도구로만 쓰이지 않을 수 있도록 중장기 물가 안정책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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