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표명 부인으로 혁신위 갈등 봉합…중진 용퇴론 이끌어낼까
중진들 침묵 길어질 경우 조기 해산 카드로 배수진 칠 가능성도
(서울=뉴스1) 한상희 박기범 이밝음 기자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임기를 한 달 남기고 조기에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야심차게 발표한 혁신안들이 지도부의 미온적 반응으로 무기한 표류하는 와중에 내분까지 불거지면서 활동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복수의 혁신위 관계자에 따르면 박소연·이젬마·임장미 등 혁신위원 3명은 전날 열린 회의에서 김경진 혁신위원으로부터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인 위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은 혁신위 활동이 무의미하다며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의 가장 큰 배경에는 혁신위가 지난 3일 지도부·중진·대통령 측근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권고한 지 3주가 지난 상황에서 당사자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사의를 표한 혁신위원들은 혁신위가 다음 주에 지도부·중진·대통령 측근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를 공식 안건으로 의결하려는 것에 대해 "어떤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회의 도중 한 원내 인사가 외부 혁신위원들을 겨냥해 "정치권이 아니면 모르는 게 있다"고 발언해 한때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혁신위원은 "저희가 모르는 걸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저희를 설득시켜달라는 것이었는데, 12명 중 4명의 비정치권 사람조차 논리적으로 납득시키는 못하는 사람들이 정치하는 것에 회의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인 위원장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사의를 밝힌 3명의 위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했다. 이들은 인 위원장에게 2호 혁신안의 수용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김 혁신위원의 공식 사과와 대변인직 사퇴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혁신위가 "3명의 혁신위원이 사의 표명을 한 바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공지하면서 일단은 갈등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혁신위 권한에 대한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 내홍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아울러 혁신위는 다음 주 권고안을 정식 안건으로 의결해 최고위원회에 송부한다는 방침이지만, 최고위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는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할 문제이지, 의결 사항이 아니라는 게 지도부의 입장이다. 권고안이라는 이유로 지도부에 정식으로 보고되지도 않았다.
지도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혁신위 내부 진통이라고 보고 있다"며 "봉합이 될지 더 큰 사단이 날지 혁신위 내부 논의를 봐야할 것 같지만 중진 용퇴론을 의결한다고 바뀔 건 없다"고 했다.
지도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다"며 "혁신위가 그동안 나름대로 의미있는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혁신위 활동 결과를 잘 지켜보도록 하겠다"고만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입법을 통해 그 취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기존 지도부의 입장을 반복했다.
인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임명된 후 총 5개의 혁신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도부는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를 해제하는 1호 혁신안 '대사면' 이후 안건을 의결하지 않고 있다.
혁신안에 대한 당내 침묵이 길어지면서 혁신위가 '조기 해산'으로 배수진을 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전날 브리핑에서 조기 해산 가능성에 대해 "선택지에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따른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출범한 혁신위가 민감한 공천 문제를 건드리다 오히려 당내 갈등만 유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혁신위가 추구하는 건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이지만, 추상적인 말이 아닌 현실로 옮기기 위해 필요한 준비와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 "당내에서는 강서구청장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서 혁신위를 만들었으면 거기에 부응해야 하는데 공천만 얘기하는 데 대한 반발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당내 무반응에 혁신위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인요한 혁신위'가 역대 혁신위처럼 용두사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활동한 '최재형 혁신위'는 이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로 대표직을 상실하면서 개혁 움직임은 사실상 좌초됐다.
2014년 '김문수 혁신위'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의원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국회의원 세비 동결 및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 불체포특권 완화 등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내 친박계 반발에 부딪치면서 혁신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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