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술특례상장 투자설명서, 투자자 보라고 만든 것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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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는 ASIC chip을 구현함에 있어 핵심적인 IP를 모두 자체설계를 통해 개발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회로 구성을 최소화하였고 die size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확보하였다."
'기업가치 뻥튀기 상장'으로 논란이 된 반도체 기업 파두의 기술에 대해 전문평가기관인 이크레더블이 낸 의견이다.
예비 상장사의 기술 혁신성을 판단하는 주체는 전문평가기관 24개사다.
대부분의 투자설명서 속 전문평가기관의 평가 의견은 해당 기업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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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는 ASIC chip을 구현함에 있어 핵심적인 IP를 모두 자체설계를 통해 개발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회로 구성을 최소화하였고 die size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확보하였다.”
‘기업가치 뻥튀기 상장’으로 논란이 된 반도체 기업 파두의 기술에 대해 전문평가기관인 이크레더블이 낸 의견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 문장은 전문가끼리 주고받은 서류에서 쓰인 게 아니다. 개인 투자 판단의 기초가 되는 ‘투자설명서’에 쓰인 말이다.
투자설명서는 기업이 상장하기 전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개요와 사업 내용, 재무 관련 사항 등을 소상히 알리는 문서다. ‘우리는 이런 회사인데, 이래도 투자할 건가’라고 회사가 투자자에게 묻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투자설명서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쓰여야 한다.
파두의 투자설명서에 위와 같은 기술에 대한 설명이 등장한 건 이 회사가 기술특례상장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익을 내거나 시가총액 기준을 맞춰야 하는 일반 상장 트랙과 달리 기술특례상장은 시총이 작아도,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해도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킨다. 미래에 이익을 창출할 만한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서다. 예비 상장사의 기술 혁신성을 판단하는 주체는 전문평가기관 24개사다.
전문평가기관의 평가 의견은 투자설명서에 모두 공개되나 문제는 내용이 불친절하다는 점이다. 기술에 대한 설명이라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영어 단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없다.
평가 의견에 또 하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비판이다. 대부분의 투자설명서 속 전문평가기관의 평가 의견은 해당 기업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기술의 특정 지점을 언급하며 경쟁사보다 강점이 있으니 잘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평가 의견만 보면 모든 회사가 글로벌 기업과 비견할 만한 1등 기술 회사다. 하지만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 대부분이 상장 후 시간이 꽤 지났어도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일반 기업에도 기술은 주가의 향방을 좌우하는 요소다. 재무 요건이 튼실하지 않아 기술 하나로 상장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기술과 그 상업성에 따라 주가가 크게 등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전문평가기관의 의견은 보다 친절한 언어로 세밀하게 쓰여야 한다.
최근 파두 쇼크로 한국거래소는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내놨다. 주관사에 대한 책임은 다소 늘었지만, 전문평가기관에 대한 내용은 전무했다.
지금은 별다른 기술이 없어도 포장만 잘한다면, 그래서 전문평가기관의 문턱만 넘으면 창업자는 수백억 부자가 될 수 있다. 파두 사태에서도 전문평가기관보다 주관사가 비판받고 있다. 하지만 전문평가기관의 책임은 없을까? 전문평가기관 또한 지금보다는 훨씬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외계어’가 가득한, 자기들만의 언어로 쓰인 투자설명서를 고쳐야 한다. 쉽게 쓰여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또 다른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 개인 투자자도 기업의 기술력을 더 이해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친절한 투자설명서가 개편안에서 빠진 것이 추후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실책이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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