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촌·병원 공격에 의료진 체포…휴전 직전까지 맹폭 나선 이스라엘
“일시 휴전이 발효되기 직전 몇 시간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남부에 이르기까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가장 유혈이 낭자한 시간이었다.” 23일(현지시간)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군이 휴전이 시작되기 직전의 마지막 순간까지 가자지구에 맹폭을 퍼부었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알자지라·CNN 등에 따르면, 이날 하마스는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에 있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학교를 이스라엘이 공습해 약 3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난민촌 내 병원에서 일하는 한 의사는 “최소 27명이 숨지고 93명이 다쳤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자발리야 난민촌은 앞서도 여러 차례 이스라엘군의 집중 공격을 받았던 곳이다.
자발리아 주민 아민 아베드는 뉴욕타임스(NYT)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전쟁이 시작된 이래 목숨을 잃은 친지와 이웃이 5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린 사망자 숫자를 더는 세지도 않는다. 가자지구 북부는 사람이 살 수 없고 안전하지 못한 곳”이라면서 지난 20일 피란을 시도했으나 저격수의 총성이 울려 포기했다고 말했다.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도 전날에 이어 이날 주거용 건물이 공습을 받아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은 또한 마지막까지 알시파 병원을 지키다 피란길에 오른 무함마드 아부 살미야 병원장을 이날 체포했다. 살미야 원장은 가자지구 남부로 대피하기 위해 유엔 호송대에 올랐는데, 이스라엘 검문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구금됐다.
이스라엘군은 “그가 직접 관리하는 알시파 병원이 하마스 지휘 통제 센터 역할을 했다는 점에 대해 심문했다”고 확인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본인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어떻게 병원 총책임자가 지하터널의 규모를 모를 수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병원장뿐만 아니라 다른 의료진도 여럿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근거지’로 지목한 가자지구 북부 알시파 병원을 포위하고 병원 내 환자와 의료진에게 소개령을 내렸다. 그러나 알시파 병원에는 아직도 일부 환자와 의료진이 남아 있다. 남은 의사 2명 중 한 명인 아메드 모칼랄라티는 “끔찍한 상황이다. 환자 200명 정도가 남았고 의료진은 소수에 불과하다. 최근 10일 동안 병원에 물, 전기, 음식이 공급되지 않았다”고 CNN에 전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은 떠나라고 계속 요구했지만 척추 골절, 허리 부상 환자는 구급차 없이는 불가능하다. 들것이 필요한 환자가 최소 57명”이라면서 “불행히도 이스라엘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이 제공한 구급차 14대와 20인승 버스 2대만을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휴전이 환자를 대피시킬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밝혔다.
알시파 병원 인근에 있는 인도네시아 병원도 휴전 전날 밤 공격을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어젯밤 이스라엘군이 탱크로 병원을 공격해 1층을 모두 파괴했다. 휴전 개시 전까지 병원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공격으로 여성 1명이 숨지고 아동 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병원에는 환자 약 550명과 의료진 200명, 최소 1500명의 피란민이 남아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은 “휴전을 앞두고 22일부터 23일 오후까지 24시간 동안 가자지구 공습이 강화돼 많은 사상자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달 7일 이후 23일까지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가 1만480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아동이 6150명, 여성이 4000여명이다. 아동 4700명을 포함한 약 7000명은 실종 상태다. 이스라엘 측의 공식 사망자수는 약 1200명이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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