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달리자"…수능 끝난 고3, 은밀한 '파티룸' 몰린다

천현정 기자, 양윤우 기자 2023. 11. 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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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2시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한 파티룸. 철체문에는 도어락이 있다./사진=천현정 기자


22일 오후 2시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의 한 파티룸. 입구에 설치된 철제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외부에서 내부를 전혀 확인할 수 없는 구조였다. 도어락에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입장할 수 있는 이곳에는 TV·노래방·주방시설·냉장고 등이 마련돼 있었다.

이 업체는 "총 25평의 단독 공간을 이용한 파티룸"이라며 "음료·주류·음식 등 자유로이 반입이 가능하고 매우 저렴하게 이용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요금은 2시간에 6만원인데 10시간을 이용할 경우 20만원으로 시간당 3만원에서 2만원으로 단가가 내려간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능이 끝나고 10대들의 파티룸 예약이 빗발치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파티룸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지난 18~19일 주말 이틀간 10건의 예약 문의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10대 청소년들이었다.

정씨는 "수능이 끝난 이후 야간 시간대에 파티룸을 이용하고 싶다는 10대들의 문의가 늘었다"며 "특히 10명 중 4명은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인 12월24일 또는 25일에 예약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송모양(19)은 "올해 크리스마스에 동성 친구들과 파티룸을 빌려 놀 계획"이라며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붙으면 파티룸에서 술을 먹자는 이야기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송양은 "고등학교 1~2학년에도 친구들과 파티룸에서 생일파티를 한 적 있다"며 "밤 10시 이후 늦게까지 놀고 싶을 때는 파티룸을 잡는다. 잠실에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예약하거나 입실할 때 미성년자였던 게 문제되지 않았다"며 "사장님도 신분증 확인을 안 했고 퇴실할 때도 쓰레기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오니까 문제가 없었다"고 귀띔했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한 파티룸의 내부 모습./사진=파티룸 홈페이지

실제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지난 22일 광진구 건대입구역의 한 파티룸에 숙박 예약을 시도했지만 업주는 신분증이나 나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이날 취재진은 업주 A씨에게 "12월26일 오후 11시에 입실해 다음날까지 숙박하는 '올나잇 패키지'로 예약하고 싶다"며 "인원은 8명"이라고 문의했다. 그러자 A씨는 "예약 가능하다. 총 금액 38만원을 입금해주면 예약이 확정된다"며 은행 계좌번호를 보냈다.

특히 취재진이 "입실 방식이 어떻게 되냐. 당일에 비밀번호를 알려주냐"고 묻자 A씨는 "당일에 비밀번호를 공지해준다. 출입은 아무때나 편하게 이용하면 된다"고 답했다.

이어 취재진이 "사장님이 파티룸에 상주하는 건 아니냐, 그냥 알아서 입장하면 되냐"고 묻자 A씨는 "맞다"고 했다. A씨는 이후 "미성년자만 아니면 된다"고 덧붙였지만 별도로 나이를 물어보거나 확인하진 않았다.

경기 부천시의 한 파티룸 내부 모습./사진=파티룸 홈페이지

문제는 청소년들이 파티룸에 밤 늦게 입실하거나 숙박하는 것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에 따르면 파티룸은 공간 임대업 등으로 분류된다. 구청이나 경찰이 청소년 성매매나 일탈행위 등을 단속하는 숙박업소 목록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파티룸은 밤10시 이후 청소년 출입을 제한하는 업종에 속하지 않는다. 출입 제한 업종은 노래방(음악산업진흥법)·PC방(게임산업진흥법)·찜질방(공중위생관리법) 등이다.

파티룸에서도 남녀 청소년의 혼숙은 청소년보호법 위반이다. 이를 어기면 업주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단속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범행이 발각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대부분의 파티룸은 예약을 온라인으로 받고 있고 무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경찰도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경찰 A씨는 "연말에 미성년자 특별단속을 해도 노래방과 술집 등이 포함되지 무인 파티룸을 단속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서울의 또 다른 경찰 B씨도 "지나친 소음으로 신고가 들어와 출동하는 상황이 아니면 파티룸 내부는 사생활이기 때문에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천현정 기자 1000chyunj@mt.co.kr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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