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랠리 기대감 꺾는 고배당 통신주의 이상한 랠리 [분석+]
연말 앞두고 흐름 잠잠한 통신주
3사 모두 코스피 상승률 밑돌아
통신주는 증시 대표 고배당주
합산 영업익 4조원 돌파 유력
적극적 주주환원책 눈에 띄는데도
개인투자자는 통신주 내다 팔아
배당 매력이 한껏 부각되는 연말이다. 뒤숭숭한 장세 속에서 배당주 투자는 수익률 방어에 상당히 효과적이어서다. 그런데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전통의 배당주로 꼽히는 통신주를 내던지고 있다. 5G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한 탓에 고배당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5.80%, KT 1.53%, LG유플러스 2.67%…. 11월 통신주가 기록한 등락률(23일 종가 기준)이다. 상승세이긴 한데,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왠지 아쉽다. 같은 기간 10.40% 상승한 코스피와 견줘 보면 이동통신 3사 모두 수익률이 낮았다.
현재 국내 증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긴축 종료 기대감과 인공지능(AI)ㆍ반도체주 강세 현상이 차트를 밀어 올리곤 있지만 장기화한 고금리, 경기침체 위기 등 변수도 기세등등하다.
이렇게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선 배당 매력이 쏠쏠한 업종이 주목받는데, 통신주는 대표적인 배당주다. 주가 변동성이 높지 않다 보니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해 왔다.
최근 들어선 이런 경향이 더 세졌다. 수개월의 리더십 공백을 겪다 '김영섭 체제'를 출범한 KT의 사례를 먼저 보자. 이 회사는 지난 10월 중기(2023~2025년)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다. 재원은 '별도 조정 당기순이익의 50%'로 삼기로 했고, 지난해 연간 배당 수준의 최소 주당 1960원을 보장했다. 일관성 있는 배당금 지급을 위해 내년 1분기부턴 '분기 배당'도 도입한다. KT가 분기 배당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SK텔레콤은 2021년 2분기부터 분기 배당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최소 배당을 보장하는 한편 실적과 연동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7월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3000억원을 취득하고 이중 2000억원을 소각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2021년 중간배당 제도를 도입했고, 조정 당기순이익의 4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배당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배당정책 덕분에 5~7% 수준인 통신주의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현금배당 실시 법인의 배당수익률이 보통 2% 안팎이라는 걸 고려하면 매력적이다.
더구나 통신주의 배당 전망은 꽤 긍정적이다. 5G를 앞세운 이동통신사업은 견고하다. 비非통신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이통3사 모두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클라우드 부문에서 두자릿수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이를 토대로 올해는 3년 연속 합산 영업이익 합계 4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3년 이통3사의 영업이익 전망치 합산은 4조5077억원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합산 영업이익 4조3835억원보다 높은 수치다.
그런데도 개인투자자의 통신주 매수세는 두드러지지 않다. 오히려 내다 팔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11월 들어 SK텔레콤 주식 587억원어치(22일 기준)를 팔았다. 지난 9월과 10월에도 '팔자'가 우위를 보였는데, 기세가 이어졌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KT와 LG유플러스 주식도 각각 95억원, 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5G 가입자 순증 지표가 급감했고 이에 따라 SK텔레콤을 제외한 통신주 실적 전망치도 갈수록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마케팅비는 정체 상태로 유지하겠지만 물가 상승 여파를 고려하면 내년 실적도 전년 대비 감소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통신주는 과연 연말 산타랠리에 올라탈 수 있을까. 현재로선 낙관하기 어렵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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