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기획 선정지만 50곳… 착공 발목 잡는 정비구역 지정
착공 시작한 곳은 한 군데도 없어
서울시-주민 갈등으로 사업속도 ‘발목’
“공공성 확보 핵심… 협의 필요”
서울시가 선정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가 50곳을 넘었지만 아직 착공까지 진행된 사업장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비구역 지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추진 과정에서 서울시의 개입으로 잡음도 생기면서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2일 제6차 신속통합기획 민간재개발 후보지 선정위원회에서 3곳의 후보지가 추가 선정했다. 이날 선정된 곳은 ▲동대문구 전농동 152-65일대 ▲성북구 성북동 3-38일대 ▲마포구 망원동 416-53일대다. 이로써 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는 총 52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50곳이 넘는 후보지 중에서 아직 신통기획으로 ‘첫 삽’을 뜬 곳은 한 곳도 없다. 사업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신통기획의 전신인 ‘도시건축혁신사업’ 일환으로 진행 중인 흑석11구역이다. 흑석11구역은 지난 2019년 5월 서울시 도시·건축혁신방안 적용 1호 시범사업으로 선성된 바 있다. 최근 이주를 거의 완료하고 철거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흑석11구역은 신통기획의 1호 사업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만큼 속도가 빨리 진행되고 있는 곳은 드물다”며 “다른 사업장도 속도가 빠르다고 볼 수 있는 곳들은 애초에 재개발 촉진계획이 있던 곳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신통기획이 이름처럼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는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의 가이드라인과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서울시는 지난 1월 여의도 한양아파트를 재건축한다는 내용의 신통기획을 확정했지만 시공사 선정 추진 과정에서 위법사항을 시정조치하도록 하면서 사업이 멈춰섰다. 정비계획 내용을 따르지 않고 시공사 입찰을 공고했다는 이유에서다. 압구정 3구역 역시 신통기획안 내 용적률인 300%보다 높은 360%를 제시했던 건축업체를 설계사로 선정했다가 서울시와 마찰을 빚었다. 현재는 서울시 권고에 따라 설계사 재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17%에 달하는 기부채납률 등을 이유로 주민들은 신통기획 반대 청원도 제출했다.
신통기획의 핵심은 서울시에서 사업 초기 단계부터 진행을 주도해 행정절차를 간소화한다는 점이다. 지난 8월에는 ‘정비계획 입안 동의율’을 기존 토지 등 소유자 3분의 2 이상에서 2분의1 이상으로 완화하면서 정비구역 지정까지 기존 5년 이상 걸리던 기간을 2년6개월 이내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처럼 서울시 개입이 늘고 정비계획 변경에 오히려 시간이 소요되면서 본래 취지를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통기획이 인센티브를 받는 사업인만큼 임대주택 가구 수, 기부채납시설 규모, 공공 보행통로 등에 대한 서울시의 개입이 큰데, 주민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공공기여 사업을 서울시가 과도하게 요구할 경우 반발도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름에 걸맞는 기대감이 있다 보니 속도감 있게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마찰이 생기는 것은 맞다”면서 “다만 신통기획으로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받으면서 재개발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데, 사전에 주민들에게 서울시가 공공성 확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신통기획이 시작된 지 이제 2년 남짓 된 시점이기 때문에 앞으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는 곳이 늘어나는 등 속도가 붙을 것이란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에 재개발을 하던 지역을 신통기획으로 한번 더 씌워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는 속도가 더 나기도 하지만, 아예 처음부터 신통기획으로 시작한 사업지들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며 “정비구역 지정까지 5년 이상 걸리던 사업속도를 2년 6개월까지 단축시키겠다고 했는데 이제 사업이 진행된지 2년 2개월이 막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정비구역이 지정되는 곳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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