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외야수 1위' 벨린저는 안 되고 '2위' 이정후는 된다? 양키스 영입후보의 교묘한 차이

안호근 기자 2023. 11. 2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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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이정후.
이번 오프시즌 메이저리그(MLB) 자유계약선수(FA) 야수 최대어는 단연 코디 벨린저(28)다. 외야수로 범위를 좁히면 이정후(25)가 그 뒤를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둘은 뉴욕 양키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앞서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은 '좌타 외야수 2명'을 보강하겠다고 콕 집어 말했기 때문이다.

다만 상황이 엇갈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흥미로운 건 정작 1순위 벨린저는 양키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2순위 이정후가 양키스 유니폼을 입게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데뷔한 벨린저는 그해 39홈런을 몰아치며 내셔널리그(NL) 신인상을 차지했고 2년 뒤엔 타율 0.305에 47홈런 9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35로 최우수선수(MVP)도 거머쥐었다.

그 후 3년 연속 매 시즌 20홈런을 넘기지 못하며 하락세를 탔지만 올 시즌 시카고 컵스에서 타율 0.307 26홈런 97타점, OPS 0.881로 반등했다. FA 시장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야수 1위인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코디 벨린저. /AFPBBNews=뉴스1
미국 ESPN은 벨린저의 계약 규모로 7년 1억 4700만 달러(1917억 원)를 예상했다. 벨린저가 매우 뛰어난 타자임에도 양키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컵스만을 예상 행선지로 꼽았다. 그만한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팀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전히 벨린저는 양키스의 영입 대상 중 하나다. 앞서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양키스는 코디 벨린저, 이정후,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 등 외야수에게 적합할 것이다. 글레이버 토레스에게 매달릴 수도 있다"며 "전반적으로 더 젋고 균형 잡히고 민첩해지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해야 하고 이것은 양키스가 시장에서 더 활발히 움직일 것이란 걸 의미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벨린저로선 기분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이날 "양키스는 벨린저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적합하진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MLB 네트워크 인사이더의 존 헤이먼 기자의 글을 인용했다. 매체는 벨린저의 하드컨택트율이 31.4%로 규정타석 타자들 중 10위라고 전했다. 평균 이상의 하드히트 비율을 갖춘 타자를 선호하는 양키스의 성향을 고려하면 벨린저가 선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드 히트란 시속 95마일(152.8㎞) 이상 빠른 타구를 의미한다.

그 중요한 이유 뒤엔 후안 소토(25·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있다. 김하성의 동료인 그는 FA 계약을 1년 앞둬 트레이드 가능성이 점쳐지는 타자다. 올 시즌 타율 0.275 35홈런 109타점 OPS 0.929를 기록했다.

후안 소토. /AFPBBNews=뉴스1
벨린저보다 타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홈런 9개가 많고 12타점을 더 올렸다. 단순 결과보다도 헤이먼은 하드컨택트율에서 이유를 찾았다. 매체는 소토가 올 시즌 하드 히트 비율이 3위다. 매체는 "소토는 양키스의 조직 철학에 더 부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벨린저를 데려오는 대신 내년 FA로 풀릴 소토를 트레이드로 미리 데려와 그와 미래를 그리는 게 낫다는 것이다.

다만 이정후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양키스는 2023년 82승 80패로 5할 이상 승률을 기록했지만 쟁쟁한 팀들과 경쟁하는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에선 크게 경쟁력 없는 성적이었다. 지구 선두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승차는 무려 19경기에 달했다.

양키스 외야수들의 부진이 뼈아팠다. 10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는 단 3명이었는데 리그 정상급 선수인 애런 저지는 37홈런 OPS(출루율+장타율) 1.019로 맹활약했지만 오스왈도 카브레라와 아이재아 카이너-팔레파는 OPS가 각각 0.574, 0.646에 불과했다.

하드히트라는 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안타와 장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토가 벨린저에 비해 타율이 더 낮았음에도 더 많은 홈런을 날린 것으로도 어느 정도 체감할 수 있다.

벨린저. /AFPBBNews=뉴스1
벨린저는 팀에 장타력을 보태줘야 하는 선수다. 그런 면에서 나이도 더 어린 소토가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정후와 벨린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정후는 중견수 수비는 물론이고 코너에서도 뛸 수 있는 수비 능력과 정교한 타격 기술 덕분이다. 대부분 매체가 이정후의 파워를 지적하지만 그럼에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다.

지난 22일 미국 뉴욕 지역 매체 NJ닷컴은 키스 로 디 애슬레틱 기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정후는 현 시점 한국 최고의 타자"라며 "(이치로와 유사한) 탁월한 손과 눈의 조화를 갖췄고 많은 하드히트 타구를 날린다. 또 지난 두 시즌 동안 그의 삼진률은 6% 미만이었다"고 평가했다. 양키스 타자들의 삼진 비율은 23.9%로 MLB 전체 10위였고 좌타자(25.7%, 7위)는 더욱 상황이 심각했다. 벨린저가 올 시즌 삼진 87개를 당한 것과 달리 이정후가 당한 건 23개에 불과했다.

이러한 강점으로 인해 이정후는 여전히 양키스의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 이날 뉴욕포스트도 양키스의 새 시즌 외야 보강에 대해 전망하며 벨린저, 소토와 함께 이정후의 이름을 언급했다. 매체는 "양키스는 이정후에 대한 문의를 했지만 20개 팀이 이정후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정후의 빅리그 진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KBO는 24일 키움 히어로즈 구단의 요청에 따라 이정후 선수를 MLB 30개 구단에 포스팅하여 줄 것을 MLB 사무국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MLB 30개 구단은 MLB 사무국이 포스팅을 고지한 다음날 오전 8시(미국 동부시간대 기준)부터 30일째 되는 날 오후 5시까지 이정후와 계약 협상이 가능하며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경우 한·미선수계약협정에 따른 이적료를 키움 히어로즈에 지급해야 한다.

만약 협상 만료일까지 계약에 이르지 못할 경우 포스팅은 종료되며, 이정후 선수는 다음 연도 11월 1일까지 포스팅될 수 없다.

이정후.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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