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선 공천심사에 '막말'도 반영한다…홍익표 "유튜브 부적절 발언도 문책"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으로 위기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이 '막말 리스크'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최 전 의원에게 당원 정지 6개월 비상징계를 내린 당 지도부는 향후에도 막말 파문을 일으킨 이들에 대해 징계는 물론, 내년 총선 공천심사에도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현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선 더욱 강력한 제재 방안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특히 최 전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지도부가 책임지고 당사자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최 전 의원의 발언을 옹호한 인사들에 대한 징계를 시사했다. 홍 원내대표는 "일부 유튜브 방송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경우도 어떤 형태로 책임을 물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어떠한 형태든 저는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튜브 방송에서 최 전 의원을 두둔한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조준한 발언이다.
남 부원장은 지난 22일 유튜브 채널 '박시영TV'에 출연해 최 전 의원에 대한 당의 징계 조치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며 "어떻게 보수 언론 프레임에 갇혀서 민주당은 매번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게 만드나"라고 했다. 이어 "잘못된 것을 지적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빗대어 <동물농장>에 나온 상황으로 설명한 것이 무엇이 그렇게 잘못됐나. 왜 욕을 못하나"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가 이날 징계를 예고하자, 남 부원장은 즉각 사과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든 책임을 지고 민주연구원 부원장직을 내려놓겠다"며 "유튜브 박시영TV에 출연해서 제가 한 발언으로 당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사려 깊지 못한 점에 대해서 거듭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다만 최 전 의원의 문제 발언 당시 같은 자리에 있었던 김용민‧민형배 의원의 징계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민 의원이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동물농장 안에서는 그 말이 문제가 안 된다"라고 말한 데 대해선 "그것은 본인이 해명을 하도록 하겠다. 어떠한 형태든"이라며 별도 대응을 시사했다.
민 의원은 전날 '동물농장 안에서는 그 말이 문제가 안 된다'라고 말한 데 대해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소설 밖에서 현장에 나와서 이야기할 때는 어떤 사람이 들으면 느낌이 안 좋을 수도 있고 불편할 수도 혐오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동물농장>이라는 소설 안에서는 암컷, 암탉이라는 표현이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소설 안에서는 그런 표현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최 전 의원을 옹호한 것처럼 언론 보도가 많이 되고 있지만 절대 사실이 아니고, 그렇게(옹호하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어 문제의 발언이 나온 당시 상황에 대해 "그때 사람들이 왜 웃었냐면,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 한다' 할 때 특정인(김건희)을 말하는구나 해서 나는 박장대소한 것도 아니고, '아이고메' 하면서 상체를 숙였다"며 "그러니까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이 확 터졌다. 그런데 북 토크가 끝나고 나서 '말실수 한 것 아니냐'고 염려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의 징계 예고와는 별개로, 민주당 총선기획단에서는 내년 총선 출마 후보자들의 언행 검증을 강화해 공천 심사에 반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총선기획단 간사인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최고위원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기획단은 부적절한 언행과 관련해 후보자의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공직자 후보자 검증위원회에 부적절한 언행을 한 후보자 검증을 강화할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당은 공직자 윤리의식 및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막말, 설화 및 부적절한 언행을 검증위 단계부터 검증하고 공천 심사에 반영할 것"이라며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해선 부정부패, 젠더폭력, 입시부정, 공직윤리위반 등을 서약서에 제출하게 돼 있는데 향후 막말 설화 관련한 내용도 추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당 지도부는 막말 파동 수습에 여념이 없지만, 정작 당사자인 최 전 의원은 반성의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 전 의원은 조정식 사무총장이 "국민에게 실망과 큰 상처를 주는 매우 잘못된 발언"이라고 경고한 당일인 21일 박시영TV에 출연, 자신에 대한 비판 보도에 대해 "심심했나보다. 나 없어서"라고 하는가 하면, "백수가 되어도 왜 난 물의가 빚은 사람이 되는지 몰라"라고 했다.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에 "It's Democracy, stupid!(이게 민주주의야, 멍청이)"라는 글을 올리며 당의 경고에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 전 의원은 당원권 정지 6개월 비상 징계를 받은 데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오영환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당사자 사과 없는 당의 징계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청년 비하 논란에 이은 심각한 여성 비하 발언은 우리가 추구해온 관철해온 철학과 인권 평등의 가치 이런 것을 완전히 무너뜨려버린 것 아니냐"며 "지도부가 빠르게 사과하고 징계하면 뭐하나. 당사자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반성도 사과도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가 나서서 '오만하지 말라'고 했지만 결국 당 중심이 서지 않는 것"이라며 "지도부가 리더십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프레시안>에 "최 전 의원 징계가 너무 약했다. 나는 제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국민의힘에서 다른 일과 엮어서 계속 공격할 것이기 때문에 총선까지 두고두고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전 의원은 지난 19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민 의원의 북콘서트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고 말해 여성 비하 논란을 촉발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22일 최 전 의원에 대해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의 비상 징계를 결정했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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