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동 방화살인’ 무기징역 선고···피해자 유족 측 “부당한 결과, 항소 희망”

층간누수 문제로 다투던 아랫집 이웃을 살해하고 방화한 혐의를 받는 정모씨가 지난 6월27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 송치에 앞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랫집에 사는 70대 노인을 살해하고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정모씨(40)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당우증)는 살인·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충분히 유죄로 인정되며, 재범의 위험성도 있다고 판단된다”며 24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층간 누수 문제로 갈등을 빚었는데,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 문제를 모두 피해자의 문제로 돌리고 범행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범행 직후 도주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불을 지르고 절도 범행까지 저질렀으며, 수사기관에서 초기에 범행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유족과 매우 깊은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유족들이 범행 이후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등 상처를 감히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적개심 때문에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사실대로 자백하고 있다”며 “가족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무기력감과 분노를 느끼는 사정도 모두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선고 직후 피해자 유족 측은 기자들과 만나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며 “검찰이 항소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 유족은 울먹이며 “가해자는 70대인 연로한 어머님을 무참하고 치욕스럽게 생을 마감하게 했다”며 “가족들은 하루하루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마땅히 사형이 선고돼야 했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 정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정씨는 지난 6월14일 오후 8시쯤 서울 양천구 신월동 다세대주택에서 자신의 아래층에 거주하는 7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과 집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도피자금으로 쓰려고 A씨의 돈을 훔친 혐의도 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A씨의 자녀로부터 층간 누수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구를 받자 앙심을 품었고, 지난 6월 임대차 계약 만료로 살던 집에 더 거주할 수도 없게 되자 적개심을 가지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