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로도 치료 실패한 ‘악성 흑색종’ 피부암 환자에 ‘이 약’ 효과

김태훈 기자 2023. 11. 2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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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유형의 악성 흑색종.발바닥에 발생한 선단 흑색종(왼쪽),결절성 흑색종(가운데),표재 확장성 흑색종의 모습. 국가암정보센터

외과 수술로도 치료에 실패한 악성 흑색종 환자에게 표적치료제 ‘레고라페닙’ 약제가 호전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규현·정민규·신상준 교수 연구팀은 수술로 치료하지 못한 ‘시키트(c-KIT) 돌연변이’ 흑색종 환자에게 해당 약제를 투약했을 때 호전을 보인 환자 비율이 73.9%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유럽암학회지(European Journal of Cancer)’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2014년부터 약 8년간 연세암병원을 비롯한 국내 7개 대학병원에서 수술 또는 항암치료를 받고도 질병이 진행된 악성 흑색종 환자 2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이들 환자에게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표적 치료제인 ‘레고라페닙’을 투약 후 결과를 추적 관찰했다.

연구진은 투약 8주차와 연구 마무리 시점으로 나눠 각각 효과를 분석했다. 투약 8주차에 종양이 완전히 없어진 완전반응은 2명(8.7%), 종양의 크기가 30%이상 감소한 부분반응은 5명(21.7%)에게 나타났다. 약제 투여로 질환이 호전되는 비율인 질병조절률은 73.9%로 확인됐다. 연구 기획 단계에서 사전에 예상한 정도보다 더 많은 종양 감소를 보인 환자의 비율(객관적 반응률)은 30.4%였다.

연구 마무리 시점에서는 질환 악화없이 생존한 기간인 무진행 생존기간이 평균 7.1개월, 전체 생존 기간은 21.5개월로 확인됐다. 해당 질환에 사용하는 기존 치료제인 이마티닙, 닐로티닙과 비교했을 때 무진행 생존기간은 최대 2.5배 연장됐다. 전체 생존 기간으로 봤을 때도 이마티닙(10.7~14.0개월), 닐로티닙(11.9~18.0개월)보다 레고라페닙(21.5개월)의 효과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 흑색종은 피부 겉에서 자외선을 차단하는 멜라닌을 만드는 세포에 발생하는 치명적인 암이다. 1차 치료는 종양과 그 근처를 도려내는 외과 수술을 시행하고,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전이성 흑색종에서는 면역항암제 등 약물을 사용하게 된다. 악성 흑색종을 앓는 환자 중 시키트 돌연변이에 양성 반응을 보이는 비율은 아시아인의 경우 5명 중 1명 꼴로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피부암 연구가 보다 많이 진행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 돌연변이가 매우 드물어 그동안 표준치료가 제시되지 못했다.

정민규 교수는 “시키트 돌연변이 흑색종은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에게서 많이 발병하지만 신약 임상을 주도하는 서양에서는 드물어 표준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라며 “해당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에게서 레고라페닙 효과를 확인한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흑색종 환자 치료 정복을 위한 연구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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