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나이에 비참한 최후" 질타 판사 '주문' 발언에 정유정 '움찔'

부산지법 형사6부 김태업 부장판사, 정유정에게 무기징역 선고
"타인생명 경시한 범죄에 대가 원칙 천명할 필요"

일면식도 없는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23)이 24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3.11.24/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피해자는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억울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24일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잔혹한 범죄로 기소된 정유정(23)에게 '타인의 생명을 경시' '왜곡된 욕구 실현' '비참하게 살해' 등 엄중한 표현을 거론하며 꾸짖었다.

재판부가 이날 법정에서 밝힌 유족들의 탄원서에 따르면 피해자는 밝고 친절하며 사회성이 좋은 평범한 20대였다. 판사는 정유정과 과외앱으로 나눈 대화 내용을 통해서도 이같은 성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제 막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던 20대 젊은 청년이 꿈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일면식도 없었던 피고인에 의해 왜곡된 욕구실현의 도구로써 허망하고 비참하게 살해돼 꽃다운 나이에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숨져 범행 당시의 경과를 밝혀줄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피고인은 범행에 대해 말을 바꿔가며 거짓 진술했다"며 "형사소송법에 보장되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로 볼 수는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김 판사는 "그러한 행태들은 객관적 증거에 의해 밝혀지는 진실 앞에 무색하게 된다"며 "과연 범행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범행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타인으로부터 아무런 원한을 사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범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를 일으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또 "최근 우리 사회에는 단지 타인과 사회에 대한 자신의 분노를 표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자비한 살인을 저지르는 반사회적인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며 "타인의 생명을 경시한 범죄에 대해선 그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해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원칙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녹색 수의를 입은 채 고개를 떨구고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정유정도 판사가 '주문'이라고 크게 외치자 순간적으로 움찔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정유정의 신상공개 사진. 2023.6.2/윤일지 기자 ⓒ News1

다만 사형 선고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판사는 검찰의 사형 구형에 대해 "우리 법제상 사형 이외에 가장 무거운 형벌인 무기징역의 형을 가해 사회로부터 온전히 격리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 이유로 "사형을 선고함에 있어선 피고인의 나이, 성장과정, 전과유무, 범행동기, 피해회복의 정도, 재범우려를 철저히 심리해야 한다"며 "사형이 정당화될 수 있는 사정이 있음이 밝혀진 경우에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정은 살인·사체손괴·사체유기·절도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받았다.

blackstam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