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안부 판결, 윤석열 정부에 찬물 끼얹어... 한일관계 영향은 제한적”
한국 법원이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데 대해 일본 정부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판결이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윤석열 정부가 입게 될 타격을 주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24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판결과 관련해 “국제법과 한일 정부 간 합의에 명백하게 반하는 것”이라며 “매우 유감스럽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계속해서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마쓰노 장관은 한일 양국의 협력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거듭하는 등 냉엄한 전략 환경을 고려한다면 한일 간 긴밀한 협력이 지금처럼 필요했던 시기는 없었다”며 “양국 정상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적극적으로 움직여 왔다. 계속 여러 측면에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 서울고등법원이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청구 금액을 모두 인정한다고 판결하자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명의로 낸 담화문에서도 이번 판결을 비판한 바 있다.
담화문에는 ‘협정 체결일 이전 발생한 사유에 기인하는 것에 대해서는 (재산과 권리, 이익과 관련된)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다’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조문이 실리기도 했다. 청구권 협정 이전 발생한 위안부 피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이번 재판에선 일본 정부의 불참으로 인해 청구권 협정의 문제를 판단하지 못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오는 26일 한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이번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불만을 직접 언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본 언론들은 그가 최근의 양국 관계 개선 분위기를 감안해 한국 정부를 과도하게 자극하는 발언은 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판결이 일본 정부에 즉시 실질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은 아니기에, 현 시점에서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압류 대상이 될 수 있는 한국 내 재산 목록을 일본 정부가 공개할 가능성이 없는 데다, 공개한다고 해도 대사관 등 재외공관 자산들은 ‘외교관계에 대한 빈 협약’에 따라 원칙적으로 압류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관계를 우선하는 윤석열 정부의 성향도 일본의 낙관적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이날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은) 양국 사이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도 “지금 좋은 흐름을 한국 정부와 만들어 오고 있기에, 이번 판결이 양국 관계 개선에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 일각에선 이번 판결이 윤 정부에 미칠 타격에 주목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법원은 그간 일본에 엄한 국내 여론에 영합하는 판결을 자주 내놨다”며 “윤 정부가 강제동원 소송 등 법원의 판단이 원인이 된 현안에 해결책을 발표하고 이행을 추진했으나, 이날 판결은 이같은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윤 정부에 있어 난제가 하나 늘어난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윤 정부는 이번 판결을 자세히 살펴본 뒤 당분간 관망할 태세”라며 “다만 야당(민주당)이 앞으로 정권의 대응을 비판할 가능성도 있어, 여론의 반응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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