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디스인플레이션’ 절차 밟는데 한국은 반대로 가는 이유
한국은 3개월 연속 소비자물가 증가
정부 관계자 “일시적 현상, 곧 한국도 디스인플레이션 절차 밟을 것”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물가 상승 둔화를 의미하는 ‘디스인플레이션’ 절차를 밟기 시작했지만, 한국은 유독 물가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다.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2%로 9월 3.7%보다 둔화했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4.0%로 2021년 9월 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1년 전까지 10%를 넘어섰던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20여 개국)의 CPI 상승률은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2.9%까지 하락했다. 7~9월 중순 유로존의 CPI 상승률은 5%대를 기록하다가 9월 말부터 4%대로 돌아섰고, 10월 말 2%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유로존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경제 지표 둔화로 인해 이들이 내년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의 10월 CPI는 3.8%를 기록하며 EU나 미국의 CPI를 넘어선 것은 물론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 7월 2.3%를 기록한 이후 8월(3.4%)과 9월(3.7%)에 이어 3개월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6%로 높여 잡았다. 이는 지난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제시한 3.4%보다 0.2%포인트(p) 높은 수치다.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종전 2.3%에서 2.4%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서는 이처럼 한국이 미국이나 EU와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로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는 점과 이상기온으로 식품 물가가 크게 올랐다는 점 등을 꼽고 있다.
한국은행은 ‘10월 주요국 디스인플레이션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서 미국의 경우 높은 에너지·식량 자급도로 물가 안정세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유로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그간 의존했던 에너지 부문 등의 타격이 크지만 팬데믹 기저효과로 전년 대비 물가가 안정세를 기록 중이라고 봤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높은 원자재 대외의존도, 환율 상승으로 인한 비용 상승 압력 영향이 이어지고 있으며, 향후 디스인플레이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농산물과 에너지 부문을 뺀 다른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화만으로 측정해서 산정한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물가’의 경우 한국이 주요국에 비해 비교적 안정세에 진입한 상황이다. 9월 기준 한국의 근원물가 상승률은 3.3%로, 미국(4.1%)과 유로존(4.5%)에 비해 낮다.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하고 산정한 근원물가는 장기적인 물가 추세를 예측하는 데 더 유용하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은 에너지의존도가 낮은 편이고, 유럽의 경우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와 밀 공급 타격이 컸는데 그에 따른 기저효과로 인해 물가 상승세가 둔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에너지 의존도가 이들보다 높은 편이고, 3개월 연속 농축수산물이 이상기온으로 인해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물가 상승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IMF가 우리나라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을 올린 것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등 대외적 요인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0월 이상기온으로 농산물 출하 등에 이상이 생기며 생산 및 공급이 다소 지연된 부분이 있지만 11월에는 그런 부분이 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며 “11월 물가상승률은 지난달(3.8%)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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