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흉기난동” 한마디에… 아일랜드서 대규모 폭동

이현욱 기자 2023. 11. 2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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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초등학교 앞에서 이민자로 추정되는 한 5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여 어린이들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범인이 이민자로 추정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더블린에서는 반이민 시위가 벌어져 차량이 불타고 상점이 약탈당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한편 이번 사건 용의자가 알제리 출신 이민자라는 소문이 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이날 저녁 더블린 중심지 오코넬가에선 이민자를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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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내 커지는 ‘반이민’ 불길
알제리인 추정 남성 흉기공격
어린이·여성 4명 다쳐 병원행
SNS 통해 용의자 소문 퍼지자
도시 전역서 ‘이민자혐오’ 시위
버스 등에 불 지르고 상점 약탈
아수라장 된 더블린… 23일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중심가에 있는 버스 등의 차량이 불에 타고 있다. 이날 이민자로 추정되는 50대 남성이 더블린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흉기 난동을 벌여 어린이 3명 등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자 시내에서는 이민자를 반대하는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AFP 연합뉴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초등학교 앞에서 이민자로 추정되는 한 5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여 어린이들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범인이 이민자로 추정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더블린에서는 반이민 시위가 벌어져 차량이 불타고 상점이 약탈당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이번 사건으로 유럽 각국에서 커지고 있는 극우 물결이 더욱 거세게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일랜드 공영방송 RTE에 따르면 23일 오후 1시 30분쯤 더블린의 파넬 스퀘어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으로 5살 여자아이와 30대 여성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밖에 5살 남아와 6살 여아가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았으며, 남아는 퇴원했다. 다친 아이들은 학교에서 나오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체포된 50대 남성 용의자도 중상을 입어 치료받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당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경찰과 구급대가 올 때까지 용의자를 잡고 있었다. 경찰은 아직 범행 동기는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테러 등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용의자의 정확한 신분은 밝히지 않았다.

한편 이번 사건 용의자가 알제리 출신 이민자라는 소문이 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이날 저녁 더블린 중심지 오코넬가에선 이민자를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가디언에 따르면 시위대 중 일부는 상점 유리창을 부수고 상품을 약탈했으며, 경찰관들에게 폭죽을 던지기도 했다. 또 경찰차를 비롯해 버스와 승용차들이 불길에 휩싸였다. 이에 경찰 측은 시위대 진압과 해산을 위해 헬리콥터까지 동원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관 여러 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는 오후 9시쯤 해산했다. 마이클 히긴스 아일랜드 대통령은 “오늘 끔찍한 공격을 받은 이들의 회복을 빈다”며 “이번 사건을 사회적 통합 원칙을 공격하는 데 사용하는 집단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최근 유럽 전역에서는 중동 지역 전쟁에 따른 난민 급증과 식량·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경제난으로 반이민을 주장하는 극우 세력이 득세하고 있다. 이탈리아, 핀란드, 스위스 등에선 극우 정당이 연달아 집권에 성공했고, 전날 네덜란드 총선도 극우 정당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아일랜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난민 약 10만 명을 수용하면서 이민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아일랜드 인구(530만 명) 대비 이민자 수가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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