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다가오자 11조원 드는 철도 예타 없애는 정치권

이슬기 기자 2023. 11. 2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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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주 11.3조원 고속철도 예타 면제법 심사
경제성 평가 줄곧 낙제점…文정부때도 ‘절반값’
“경제논리로 따지면 안돼” 與野 연내 통과 목표

국회가 대구와 광주를 잇는 11조3000억원대(국토교통부 추산) 고속철도 건설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본격 심사한다. 국토균형발전 및 지역갈등극복을 위해 까다로운 경제성 평가를 생략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텃밭’인 지역 내 초대형 국책사업 예타를 건너뛰자는 것이어서 포퓰리즘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정치권은 당장 연내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어 정부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3월17일 오후 전북 남원 지리산휴게소에서 열린 '광주·대구 공항특별법 동시 통과 기념행사'에 참석해 양 지역 시의회 의장과 2023 하계아시안게임 공동유치와 달빛고속철도 예타면제 특별법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뉴스1

24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는 내달 5일 회의를 열어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을 논의한다. 대구의 옛 이름 ‘달구벌’과 광주의 순우리말 ‘빛고을’의 앞글자를 딴 이 법안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8월 말 대표발의하고, 여야 의원 261명이 대거 참여했다. 그간 소관 상임위 차원의 공식 논의는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여야 모두 균형발전 차원에서 영·호남 간 철도 건설과 예타 면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역 정가에선 15년 넘게 ‘숙원 사업’으로 꼽혀왔지만, 지난 2006년부터 번번이 경제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전임 정부 때인 2021년에도 국토부가 실시한 사전타당성 조사의 B/C(비용 대비 편익)수치가 0.483이었다. 경제성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 값 1.0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다만 국민의힘과 민주당, 대구·광주 정가에선 “경제성만으로 따질 사업이 아니다”라며 법 통과를 서두르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특별법은 대구~광주 간 철도를 ‘고속·복선’으로 추진하도록 명시했다. 국토부가 추산한 총사업비 규모는 12년 간 최소 11조3000억원이다. 연간 1조씩 드는 셈이다. 당초 국회가 특별법을 발의한 당시엔 대략 4조5000억원이 들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추산치인 데다 ▲일반·단선 철도 기준이다. 건설 자재값이 폭등하고 고금리가 지속되는 현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최근 국토부 추산치는 ‘일반철도’에 ‘단선’으로만 따져도 6조원이 넘는다. 4조원대로는 더이상 철도 건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대구와 광주광역시에선 ‘고속철도’를 고집하지 않겠다며 ‘일반·복선’을 요구했다. 일반철도로 변경하면 비용이 줄어 사업 통과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다. 이럴 경우 최소 8조원이 든다. 국회가 낸 ‘복선 고속철도’보다 3분 정도 느리지만, 비용은 2조6000억원이 더 든다.

지자체들이 ‘고속’보다 ‘복선’에 무게를 둔 건 비용 대비 효과 때문이다. 고속철도가 300km로 달릴 경우 대구에서 광주까지 약 83분이 걸린다. 시속 250km 수준인 일반철도(86분)와 3분밖에 차이가 안 난다. 대구~광주 구간에 역이 10개나 있고 산악 지형도 많아 고속철도가 속도를 충분히 내긴 어려워서다. 다만 오가는 열차 간 안전성을 고려해 복선화는 필요하다는 게 지자체 입장이다. 그래도 고속철도가 아니면 2조원 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만 핵심은 ‘예타 면제’다. 설사 국회와 정부, 지자체가 타협해 ‘단선 일반철도’로 합의해도 최소 6조원이 든다. 이런 초대형 국책 사업을 정치적 명분에 따라 경제성 평가 없이 추진하자는 게 여야 정당의 공통 입장이다. 예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회에 의견서를 내고 “국가재정법과 별도로 특별법에 예타 특례를 규정하는 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했다.

이런 우려는 정치권에서도 나온다. 국토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웃기는 것”이라고 했다. 균형발전과 영·호남 간 철도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총선 전 예타까지 법으로 막으며 추진하는 건 성급하단 취지였다. 더불어민주당 국토위 관계자도 “경제성 평가에서 자꾸 걸리니 아예 평가 자체를 없애자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공개적인 발언은 꺼리는 분위기다. 각 당의 텃밭이자 핵심 지지층인 대구, 광주 표심 집결이 절실해서다.

한편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대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 내달 8일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특별법 통과 이후 연구용역비 60억원의 국비를 확보하는 데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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