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화폐 우려에… 선진국, CBDC도입 속도

김지현 기자 2023. 11. 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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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물었다.

카르스텐스 총장은 이 총재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민간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주권 화폐에 우려가 된다"고 답했다.

민간 핀테크 기업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 개별 국가 통화의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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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년까지 24개국서 보유”
기축통화 달러 시험대 오르자
美, 국가 주요과제로 연구 박차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
디지털 위안화 도입 최전선에
佛·獨 등 유럽도 준비 돌입
2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활용성 테스트 활용사례 및 세부 계획에 대한 기자설명회’에서 김동섭(가운데) 한국은행 디지털화폐기획팀장이 발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비자나 마스터가 페이팔USD 같은 사업을 한다면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CBDC)를 준비할 시간이 충분할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물었다. 카르스텐스 총장은 이 총재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민간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주권 화폐에 우려가 된다”고 답했다.

현재 미국, 유로존 등 선진국 중앙은행이 CBDC 사업에 속도를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간 핀테크 기업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 개별 국가 통화의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BIS가 지난해 86개국 중앙은행을 조사한 결과 오는 2030년까지 24개국이 CBDC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100개 이상 국가가 CBDC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국은 CBDC 도입에 관한 노선을 가장 크게 변경한 나라다. 지난해까지도 CBDC 발행에 미온적이었지만, 지난 3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CBDC 연구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이 CBDC 연구개발을 국가 주요 과제로 지정하고 박차를 가하는 것은 기축통화인 달러의 패권이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결제망(SWIFT)에서 배제된 뒤 위안화결제시스템(CIPS)을 우회로로 활용하자 위협을 느낀 것이다.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은 CBDC 도입의 최전선에 있다. 중국 런민(人民)은행에 따르면 2021년 말까지 2억6100만 개의 디지털 위안화 지갑이 열렸다. 앞서 중국은 2014년부터 디지털 위안화(e-CNY) 연구개발을 추진해 왔다. 선전(深) 등 주요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운영했고, 지난해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경기장 등에서 내국인·외국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지급 수단으로 실제 활용하기도 했다.

유로존은 2028년 디지털 유로 발행을 목표로 이달부터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2019년 리브라(페이스북이 출시한 스테이블코인)의 유럽 지역 출시를 반대했던 것에 비춰보면 전향적인 전개다. 다만 개인정보 침해 논란을 둘러싼 논의가 첨예한 상황이다.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은 아직 CBDC 발행 계획은 없지만 기술적·법적 검토와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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