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팍스, 연내 '변경신고' 재도전…바이낸스 '사법 리스크'는 해소
이르면 연말 변경신고 재도전…바이낸스 '사법 리스크 해소' 영향 주목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가 대관 인력을 영입하고 이르면 연내 세 번째 변경신고에 나선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한국 진출의 통로로 고팍스 인수를 택한 이후, 고팍스는 두 번의 변경신고를 거친 바 있다. 바이낸스의 '사법 리스크'를 인지한 금융당국이 변경신고 수리를 계속 미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바이낸스는 미국 법무부에 43억달러(5조5000억원) 규모 벌금을 내며 사법 리스크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 이 같은 소식이 고팍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조조정 후 첫 대관 인력 영입…고팍스, 금융당국 소통 집중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술기업을 두루 거친 대외협력 담당자를 영입했다.
고팍스의 인재 영입은 올해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처음이다. 앞서 고팍스는 '고파이 사태'로 인해 자본잠식 상태가 되면서 지난 7월 구조조정을 감행한 바 있다. 지난해 해외 대형 거래소 FTX가 파산한 여파로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는 고객들에게 원리금 및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감행했음에도 대관 인력을 채용했다는 것은 고팍스가 금융당국과의 소통에 매우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새로 영입된 담당자는 12월부터 금융당국과의 소통 등 대관을 주도할 예정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블록체인 1세대 기업을 두루 거친 인물로, 업계 내 네트워크가 강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 영입 후 고팍스는 이르면 연말 세 번째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신고에 나선다.
고팍스는 지난 3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전(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였던 레온 싱 풍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또 바이낸스 측 외국인 인사 2명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이에 따른 변경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변경신고 심사가 길어지자 금융당국과의 소통을 위해 한국인이자 고팍스 부대표였던 이중훈 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른 변경신고서는 지난 8월 9일 다시 제출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의 심사는 계속 지연됐다. 대주주이자 해외 기업인 바이낸스의 적격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는데다, 고팍스 외국인 임원들의 금융 관련 법 위반 여부도 검토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코스닥 상장사인 시티랩스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시티랩스는 현재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지분을 8.55% 취득했으나, 향후 최대주주 수준까지 지분율을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율 확대는 바이낸스와의 협의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이후 시티랩스 측 인사로 대표를 다시 한 번 바꿨다. 고팍스는 지난달 조영중 씨티랩스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또 스티브 영 킴 바이낸스 이사를 제외한 이사진 5명 중 4명을 한국인으로 채웠다.
따라서 대표이사 변경에 따른 변경신고를 다시 해야 한다. 그간 변경신고 수리가 줄곧 미뤄졌던 만큼, 재무상태 등 여러 제반사항부터 정비한 후 변경신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바이낸스, 고팍스서 발 안 뺀다…'사법 리스크 해소' 영향은
고팍스의 변경신고 수리 여부는 바이낸스의 사법 리스크 해소 정도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최근 바이낸스는 돈세탁 혐의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미국 법무부와 합의하면서 사법 리스크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 국내 금융당국이 바이낸스의 사법 리스크를 주시해온 만큼, 이 같은 소식이 금융당국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확률이 높다.
문제는 대주주 적격성이다. 바이낸스의 고팍스 지분은 67.45%로, 여전히 강력한 최대 주주다. 씨티랩스가 향후 대주주 수준까지 지분을 늘리겠다고 예고했지만, 바이낸스의 지분이 큰 만큼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와 당국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 시 대주주의 적격성을 검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서는 대표 또는 임원이 특금법, 자본시장법 등을 위반해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을 경우 신고를 불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국내 법 위반 시 해당하는 요건으로, 대주주에도 같은 요건이 적용될 경우 해외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이낸스는 요건에서 제외된다. 단, 대주주 적격성을 어느 정도로 판단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바이낸스의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리차드 텅(Richard Teng)이 취임했다는 소식은 고팍스에 긍정적이다. 리차드 텅은 바이낸스의 '미국 외 시장'을 담당해온 인물이다.
그가 미국 외 시장을 담당한 이후, 바이낸스가 태국에 설립한 합작법인은 현지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 허가를 받아냈다. 또 바이낸스가 일본에서 인수한 거래소 '사쿠라 익스체인지'도 '바이낸스 재팬'으로 개편돼 지난 6월 영업을 재개한 바 있다. 따라서 바이낸스가 한국 시장 진입에도 좀 더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씨티랩스가 지분을 늘리더라도 바이낸스가 고팍스에서 발을 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고팍스를 통해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만큼 향후에도 바이낸스는 어느 정도의 지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바이낸스는 고파이 사태를 해결해줄 구원투수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이 변경신고 수리를 미루면서 상황이 달라졌지만, 당초 바이낸스는 고파이 인수 당시 고파이 사태 해결을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씨티랩스가 주요 주주로 등장했다고 하더라도 고파이 사태는 바이낸스에서 책임질 확률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낸스가 고팍스에서 완전히 엑싯(Exit)할 가능성은 없다. 주주 간 협의를 거쳐 씨티랩스에 지분을 얼마나 넘겨줄지 정하고, 남은 고파이 미지급액을 어떻게 지급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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