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김치, 부자들의 전유물 될까…직접 담가보니 느낌이 옵니다 [기자24시]

김규식 기자(dorabono@mk.co.kr) 2023. 11. 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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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담그는 과정은 고된 노동으로 점철된다.

올해 담근 김치는 모두 100포기.

이렇게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는데 왜 식당에서 공짜로 김치를 줄까.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9620원인 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국내산 김치는 애당초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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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담그는 과정은 고된 노동으로 점철된다. 기자는 올해 처음으로 김장에 참여했는데,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담근 김치는 모두 100포기. 당장 배추를 씻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배춧잎 사이로 이물질이 그렇게 많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배춧잎 사이사이를 씻고 배추를 4등분해 자른 뒤 소금물에 절이고 나니 허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절임 배추를 손질하는 모습. <사진 제공=롯데마트>
겨우 숨을 돌렸는데 본작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배추 사이에 넣을 김칫소를 만드는 과정은 그야말로 중노동이었다. 김칫소는 무, 쪽파, 대파, 마늘, 생강, 액젓, 새우젓 등이 들어가는 종합예술이다. 무는 채칼로 썰어서 산더미처럼 쌓아야 하고 쪽파와 대파는 하나하나 칼로 썰어야 한다. 마늘과 생강은 갈아야 하는데 그나마 믹서가 있어 다행이었다. 김칫소를 만드느라 한나절이 지나갔는데, 몸은 완전히 녹초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마저도 끝이 아니었다. 배춧잎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김칫소를 넣는데 손가락이 마비되는 느낌이 들 때 겨우 마무리됐고 정신은 혼미해졌다.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그때부터 김치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는데 왜 식당에서 공짜로 김치를 줄까. 여느 식품처럼 자동화된 공장에서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담가 보니 이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떻게든 배추와 김칫소를 기계가 만들 수는 있지만 둘을 배합하는 과정은 사람 손을 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김치는 맨손에 있는 유산균이 맛의 원천이라고 한다. 종갓집 김치의 맛은 종부(宗婦)의 손에 서식하는 균이 결정한다. 맛있는 김치일수록 기계가 만들 수 없으니 가격은 인건비와 비례한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9620원인 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국내산 김치는 애당초 불가능했다. 더구나 문제는 저출생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인구가 줄면 임금은 오를 수밖에 없는데, 이런 추세라면 국산 김치는 한우처럼 부자들만 먹는 사치재가 될지도 모른다. 11월 22일은 2020년 제정된 ‘김치의 날’이었다. 과거 유학생들이 양배추로 몰래 만들어 먹던 김치를 이제는 93개국에 수출한다니 자랑스럽다. 하지만 물가가 급등하면서 정작 한국인의 식탁은 중국산 김치가 점령한다니 아쉽기만 하다.
컨슈머마켓부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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