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더 심할 올겨울,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대전·광주·울산·세종으로 확대

미세먼지가 짙게 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가 뿌옇게 보인다. 오전 8시경 서울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는 ‘나쁨’ 수준이다. 연합뉴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노후 경유차 등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 제한이 대전·광주·울산·세종 등으로 확대된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최대 15기가 정지되고, 코로나19 기간 중단됐던 비상저감조치 시의 행정·공공기관 차량 2부제도 재개된다.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1차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제5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계절적 요인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매년 12월1일부터 이듬해 3월31일까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를 말한다. 12월에서 이듬해 3월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다른 기간보다 45% 정도 높고 기준치(50㎍/㎥)를 넘는 날의 80%가량이 몰려 있는 기간이다.

환경부는 올겨울 미세먼지 농도가 지난해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제5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브리핑에서 “기온 상승과 대기 정체 영향으로 올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난해보다 9% 높은 상황”이라며 “엘니뇨로 올겨울 기온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등 기상 여건이 불리하다”고 말했다.

노후 경유차 등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 제한 지역이 기존 수도권·부산·대구에서 대전·광주·울산·세종까지 확대됨에 따라 수도권과 6대 특별·광역시는 모두 계절관리제 기간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이 제한된다. 단속은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울산은 오후 6시)까지 이뤄지며 적발되면 하루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대전·광주·울산·세종의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은 1년간의 계도 기간을 거쳐 시행되는 것이다. 정부는 2020년 12월 수도권, 2022년 12월 부산·대구, 올해 대전·광주·울산·세종 등으로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을 확대하고 있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휘발유·가스차인 경우 1987년 이전(중형 이하) 또는 2000년 이전(대형 이상) 배출가스 기준이 적용된 차를 말한다. 경유차는 2002년 7월 이전 기준이 적용된 경우다. 수도권에서는 배출가스저감장치(DPF)가 장착된 차량과 긴급·장애인·국가유공자 차량은 단속하지 않는다. 특별·광역시에선 DPF 장착 불가 차량, DPF 장착이나 조기 폐차 등 저공해 조치 신청 차량,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소상공인·영업용 차량은 단속 대상이 아니다.

서울에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23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전광판에 초미세먼지주의보 발령 안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또 미세먼지 배출량 감축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는 최대 15기를 가동 정지하고, 최대 47기의 출력을 80%로 제한 운전하는 상한 제약도 실시할 예정이다. 보령화력발전소 4·5·6기와 당진화력발전소 1·4기 등 노후 발전기 5기는 2172억원을 투입해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개선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계절관리제에 따른 석탄발전 축소를 반영한 겨울철 전력 수급 계획을 다음 주 내놓을 예정이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라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될 경우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중단됐던 행정·공공기관 차량 2부제가 재개된다. 초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관심’ 단계 초미세먼지 위기 경보가 발령됐을 때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또 36시간 전 고농도 미세먼지 예보는 대상지역이 기존 수도권에서 충청·호남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밖에 대형 사업장의 375곳 미세먼지 배출량을 계절관리제 이전보다 45% 감축하고, 대형 공사장 335곳의 실시간 미세먼지 농도를 공개할 예정이다. 불법소각 방지를 위한 영농폐기물 집하장을 확충하는 계획도 추진한다.

정부는 계절관리제 기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중국과도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한반도와 동아시아 대기질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계절관리제를 통한 초미세먼지(PM2.5)와 관련 생성물질의 감축량이 약 10.8만t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의 감축량보다 2.3% 더 적은 수치다. 이를 통해 낮아지는 계절관리제 시행 기간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1.4㎍/㎥ 정도로 예상된다. 정부는 5차 계절관리제 기간 계절관리제 시행 전인 2018년 12월∼2019년 3월 대비 배출량을 초미세먼지 17%, 황산화물(SOx) 41%, 질소산화물(NOx) 13%,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7%를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