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銀' 한국 럭비, 파리올림픽 본선행 좌절된 속사정

이석무 2023. 11. 2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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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전. 한국 대 싱가포르의 경기 모습. 사진=대한럭비협회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대한민국 럭비 국가대표팀의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이 무산됐다.

이명근 감독이 이끈 7인제 럭비 대표팀은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일본 오사카의 요도코 사쿠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을 최종 5위로 마쳐 본선행에 실패했다.

한국은 2019년 인천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지만 아쉽게 2회 연속 본선행은 이루지 못했다.

이번 지역 예선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일본·홍콩·아랍에미리트(UAE)·싱가포르·태국·인도 등 8개 팀이 참가했다. 4개 팀이 2개 조로 경쟁한 뒤 상위 두 팀씩 뽑아 4강을 치렀다.

한국은 18일 열린 조별리그 A조 3경기에서 중국(29-19), 인도(43-0)를 꺾었으나 일본에 0-34로 완패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인도를 잡았지만, 중국에 14-21로 덜미를 잡혔다.

중국도 인도를 꺾으면서 세 팀이 모두 2승 1패로 승점이 같아졌다. 하지만 골 득실에서 한국이 3위로 밀리면서 4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면 내년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 본선으로 직행할 수 있었다. 2, 3위 팀도 추후 예정된 대륙 간 예선행 티켓을 받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순위가 4위 밖으로 밀려나면서 대륙 간 예선조차 치르지 못하고 파리행 도전이 막을 내렸다.

럭비계에선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선대회 전부터 ‘간판선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전력 구성에 차질을 빚어 사상 첫 2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다.

럭비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럭비 7인제 국가대표팀 코치진은 아시아 지역예선에 앞서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엔트리 구성에 애를 먹었다.

17년만에 은메달을 획득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12명 선수들 가운데 이번 아시아 지역예선에 참여한 선수는 정연식(현대글로비스) 한 명뿐이다. 나머지 11명 선수들은 부상으로 아시아 지역예선에 불참했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연이어 열린 제104회 전국체육대회를 치르면서 다수의 부상자들이 발생했다.

대한럭비협회는 대표팀 공백을 신예선수들로 채워야 했다. 아시아 지역예선 국가대표팀 엔트리 12명 가운데 절반(6명)이 대학생 선수였다. 그마저도 저학년인 1~2학년이 5명이나 됐다.

주력선수들의 잇따른 부상 이탈 소식에 대한럭비협회도 국가대표팀 선수단 지원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여러모로 검토했다.

7인제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신예선수들에게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이달 초 7인제 럭비 세계 최강국인 ‘피지’를 국내로 초청해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또한 국제대회 개최 하루나 이틀 전 개최지로 떠나던 이전 관행을 깨고 대회 5일 전 개최지인 일본으로 이동해 선수들의 현지적응을 도왔다. 전력 재정비를 위한 전지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신예선수들로 꾸려진 선수단은 기대 이상의 선전을 이어가며 올림픽 본선 진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불운을 만나며 본선행이 좌절됐다.

럭비계에선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을 아쉬워하면서도 한편에선 일부 선수에겐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갖는 상징성과 각별한 소명의식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지역예선전을 앞두고 진행된 회복 및 합숙훈련에 앞서 가벼운 부상에 따른 2주 내외 진단서를 제출한 선수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럭비계 관계자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17년 만에 은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룬 항저우 아시안게임 주역 11명 중 몇 명이라도 함께했다면 결과가 조금은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부디 항저우에서 국민에게 전한 럭비 투혼이 빛을 바래지 않길 바랄 뿐이고, 향후라도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남다른 소명의식을 가져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차제에 선수들이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투철한 책임의식과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국가대표 선발 및 관리운영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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