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알테오젠, MSD에 매각→독점계약… 협상 막바지
M&A 가능성은 여전… "연구정신 이어갈 상대 물색"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와 매각설이 불거진 알테오젠(196170)이 머크에 회사를 매각하는 대신 계약을 독점계약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이번 독점계약 건을 마무리한 후 은퇴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데일리는 지난 9월 19일 기사를 보도했다. 취재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MSD와 독점 계약에 대해 협의하는 중 MSD에 인수합병(M&A)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이후 M&A 대신 독점 계약으로 진행하기로 확정한 후 현재 막바지 협상안을 주고받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기존 1차 계약 내용에는 얼만큼 팔리면 얼마를 주겠다는 포상은 있었지만 비율로 정해진 판매 로열티는 없었다”며 “이번 계약에는 판매량과 연동하는 로열티가 추가될 거란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MSD는 알테오젠의 ALT-B4 기술로 ‘키트루다SC’를 개발하고 있다.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의 물질특허는 2028년 끝나는데, MSD는 2025년 키트루다SC를 선제적으로 출시해 정맥주사(IV)시장을 SC시장으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증권사 전망에 따르면 2028년 키트루다SC와 관련한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조원으로 추정된다.
알테오젠은 지난 2020년 머크에 ALT-B4를 4조6000억원에 기술이전 했다. 비독점 계약이며, 판매에 따른 로열티가 정해진 계약이다. 즉 머크가 아무리 많이 팔아도, 알테오젠이 전체 계약금 4조6000억원 이외에 추가로 받는 금액은 없는 구조다. 또 키트루다 물질(펨브롤리주맙)에 대한 비독점 계약이기 때문에 알테오젠은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려는 다른 기업에도 ALT-B4를 팔 수 있다. MSD가 키트루다에 한해 비독점을 독점으로 변경하려는 협상을 진행하는 배경이다.
현재 유력하게 점쳐지는 협상은 독점계약 변경하고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추가로 받는 계약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알테오젠이 판매 로열티 5%를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알테오젠 측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연내 독점계약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연말 안으로 계약을 마무리 하는 게 목표긴 하지만 서두를 이유는 없다”며 “협상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아직 최종 협상안을 제시했는지까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테오젠의 독점계약이 확정되고 판매 로열티를 5% 받게 되면, 2028년 매출을 20조원 수준으로 가정 시 연간 예상 마일스톤만 1조원 수준이 된다. 알테오젠이 현재까지 ALT-B4 플랫폼으로 수령한 마일스톤은 총 6650만달러(약 856억원)이다.
박순재 대표는 이번 계약건을 마무리하고 은퇴 수순을 밟을 것이란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은퇴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실제 알테오젠 공동 창업자이자 박 대표의 아내가 최근 퇴사하면서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알테오젠 공동 창업자이자 박순재 대표 아내인 정혜신 사장(CSO)이 지난 9월 퇴사했다. 정 사장은 그간 알테오젠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을 맡아왔다.
박 대표는 여전히 M&A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모습이다. 이달 9일 열린 주주간담회에서 김중원 부사장은 박 대표가 “회사를 더 키울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하면 응원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 알테오젠은 매각이나 자회사 상장 등 업무를 맡을 임원 후보군을 꾸준히 물색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 9월 지인들에게 임원급 경영기획 본부장 후보군을 추천해달라고 연락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은퇴 후 대표이사를 사내에서 모실 수도 있고, 매각을 할 수도 있다”며 “다만 매각을 한다면 회사의 연구개발 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이어줄 수 있는 상대를 찾을 것 같다. 현재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알테오젠은 제형 변화 플랫폼 기술과 바이오시밀러 기술력을 갖췄다.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로 약물 전달 방식을 바꾸는 기술인 ‘하이브로자임’은 알테오젠의 원천기술이다. 하이브로자임으로 만든 물질이 ALT-B4다. 알테오젠은 이 기술을 미국 바이오 기업 할로자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했다. 병원에서 4~5시간 맞아야 하는 IV 제형과 달리 SC 제형은 5분 내로 주사할 수 있다. 알테오젠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는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ALT-L9’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석지헌 (ca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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