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그들은 왜 회사를 떠나 돌아오지 않는가
심영구 기자 2023. 11. 24. 11:03
[복면제보] 조기 퇴사 후 다시 회사에 취업하고 싶지 않은 20대 (글 : 윤단비 작가)
〈복면제보〉, 이번에는 사회적 고민을 제보합니다.
※ 오늘의 복면제보자 (28세, 첫 직장 8개월 만에 퇴사)
제가 어렵게 들어갔던 회사를 조기 퇴사했던 이유는 이렇습니다. 하루 종일 일했는데도 퇴근하고 나면 상사에게서 카톡이 계속 와요. 퇴근해도 퇴근한 거 같지 않더라고요. 답장하다 보면 저녁 시간이 다 가서 자기 계발은커녕 제대로 쉴 시간도 없더라고요.
불합리한 점도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상사들은 솔직히 일도 안 하고 밑에 사람한테 다 시키는데 왜 똑같은 성과급을 주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일 많이 하고 잘하는 사람한테 성과급 주는 게 맞지 않나요?
주변 선배나, 부모님은 제가 그만뒀다니까 미쳤냐면서 끈기가 없다고 뭐라 하더라고요. 이제 회사는 들어가기 싫고 차라리 창업이나 하면 어떨까 싶은데요.
다니던 회사도 빨리 그만둬 버리고 더 이상 회사에 취업하기 싫은 제가 비정상인가요?
이 궁금증을 사회학자 겸 작가로 활동 중인 오찬호 작가와 행동심리학자 김태훈 교수와 함께 고민해 봤습니다.
※ 권력거리 지수 31인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의 일화
98년 12월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는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상점을 찾았다. 수표로 지불하려는데 스웨덴에선 수표를 사용하려면 수표의 진위 여부를 알 수 있는 수표 카드를 내야 했다. 하지만 칼 구스타프에게 수표 카드가 없었고, 점원은 그의 수표를 확인 절차 없이는 받을 수 없다고 버텼다.
그때 구경하던 사람들이 주머니에서 1크라운짜리 동전을 꺼내 점원에게 보여 주었다. 동전에 칼 구스타프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그제야 점원은 그 동전으로 칼 구스타프의 신분 확인을 대신해 주기로 했다. 스웨덴의 전 국민이 칼 구스타프가 누군지 알고 있었지만, 점원은 수표의 진위 여부를 철저하게 검사하고 수표 소지자의 이름과 주소를 확인하고 난 후에야 그 수표를 받았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국왕도 별도의 대우를 받지 않고 똑같이 긴 줄을 서서 기다렸고, 점원도 남자가 국왕이라는 걸 알고도 다른 사람이랑 똑같이 취급해 스웨덴의 권력 지수가 낮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복면제보〉, 이번에는 사회적 고민을 제보합니다.
※ 오늘의 복면제보자 (28세, 첫 직장 8개월 만에 퇴사)
제가 어렵게 들어갔던 회사를 조기 퇴사했던 이유는 이렇습니다. 하루 종일 일했는데도 퇴근하고 나면 상사에게서 카톡이 계속 와요. 퇴근해도 퇴근한 거 같지 않더라고요. 답장하다 보면 저녁 시간이 다 가서 자기 계발은커녕 제대로 쉴 시간도 없더라고요.
불합리한 점도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상사들은 솔직히 일도 안 하고 밑에 사람한테 다 시키는데 왜 똑같은 성과급을 주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일 많이 하고 잘하는 사람한테 성과급 주는 게 맞지 않나요?
주변 선배나, 부모님은 제가 그만뒀다니까 미쳤냐면서 끈기가 없다고 뭐라 하더라고요. 이제 회사는 들어가기 싫고 차라리 창업이나 하면 어떨까 싶은데요.
다니던 회사도 빨리 그만둬 버리고 더 이상 회사에 취업하기 싫은 제가 비정상인가요?
이 궁금증을 사회학자 겸 작가로 활동 중인 오찬호 작가와 행동심리학자 김태훈 교수와 함께 고민해 봤습니다.
오찬호|사회학자, 작가
최근 복면제보자와 같이 조기 퇴사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신규 입사자 1년 이내 조기 퇴사율 30%"
- 출처 : 사람인, 〈2022년 기업 1124개사 대상 '1년 이내 조기 퇴사' 현황〉
"첫 직장에서 평균 1년 7.3개월 만에 퇴사하는 MZ세대(20~34세)"
- 출처 : 통계청, 〈2023년 5월 경제활동 인구조사〉
게다가 니트족이라고 불리는 '그냥 쉬고 있다'는 청년 67만 명 중(20~39세) 퇴사 후 재취업 안 한 청년이 18.4%나 된다고 하는데요.
- 출처 : 통계청, 〈2023년 8월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 조사〉
*니트족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
MZ세대의 조기 퇴사 이유: 부당함에 항의할 수 없는 조직 문화
김태훈|행동심리학자
가장 큰 이유가 조직문화 때문이죠. 일단 여전히 굉장히 많은 회사에 꼰대들이 많고요. 수직적인 조직문화도 여전히 많이 있어요. 그러면 내가 이런 데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죠.
오찬호|사회학자, 작가
그걸 바로 '권력 거리'라고 해요. 권력 거리가 길면 굉장히 수직적이라는 거죠. 그럴 때 많잖아요. 사장실을 찾아가려니까 24층까지 올라가서 문을 한 4개 열고 들어가면 사장님이 저 끝에 앉아 있잖아요. 그럼 다가가기가 힘들죠. 너무 먼 사장님과의 거리 같은 거죠.
기성세대는 오히려 권력 거리를 인정하고 살면 승진도 되고 하니까 '조직은 이런 거야. 내가 올라가도 나도 이렇게 거리를 둬야지' 이런 자세였던 것 같은데 MZ세대는 그 전제에 대해서 동의를 할 수 없는 그런 세대인 것 같더라고요.
오찬호|사회학자, 작가
권력 거리를 수치로 나타낸 권력 거리 지수(PDI-Power Distance Index)를 조사해 봤더니요.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대만보다 현저하게 높았습니다.
김태훈|행동심리학자
주변에서 권력 거리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가 뭐냐면 많은 분들이 "사장 나오라 그래" 이런 말씀들을 하세요. 이거는 내가 지금 상대하고 있는 그 점원 혹은 종업원이 나랑은 급이 맞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거거든요. 근데 권력 거리가 가장 낮은 나라 중에 하나로 대표되는 스웨덴 같은 경우에는 국왕도 똑같이 줄 서서, 똑같은 시간을 기다립니다.
※ 권력거리 지수 31인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의 일화
98년 12월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는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상점을 찾았다. 수표로 지불하려는데 스웨덴에선 수표를 사용하려면 수표의 진위 여부를 알 수 있는 수표 카드를 내야 했다. 하지만 칼 구스타프에게 수표 카드가 없었고, 점원은 그의 수표를 확인 절차 없이는 받을 수 없다고 버텼다.
그때 구경하던 사람들이 주머니에서 1크라운짜리 동전을 꺼내 점원에게 보여 주었다. 동전에 칼 구스타프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그제야 점원은 그 동전으로 칼 구스타프의 신분 확인을 대신해 주기로 했다. 스웨덴의 전 국민이 칼 구스타프가 누군지 알고 있었지만, 점원은 수표의 진위 여부를 철저하게 검사하고 수표 소지자의 이름과 주소를 확인하고 난 후에야 그 수표를 받았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국왕도 별도의 대우를 받지 않고 똑같이 긴 줄을 서서 기다렸고, 점원도 남자가 국왕이라는 걸 알고도 다른 사람이랑 똑같이 취급해 스웨덴의 권력 지수가 낮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다.
오찬호|사회학자, 작가
MZ세대는 부당함에 대해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드러내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야근을 할래? 안 할래? 네가 야근을 하면 성과가 따라온다.' 그런 식으로 질문을 해보면 40~50대는 지금도 한 35% 정도가 '그러면 괜찮다'라고 답을 하는데, MZ세대는 성과가 있다 하더라도 동의하는 비율이 4050 세대보다 낮아요.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시대가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성과를 위해 야근 어쩔 수 없다"에 4050은 35%가 동의, 2030은 26%만 동의
- 출처 : 대한상공회의소, 2020
회사의 성공보다 개인의 성공, 자율성이 중요
김태훈|행동심리학자
그 성과가 누구를 위한 성과냐는 겁니다. 성과를 위해서 야근을 한다, 회사의 성과를 위해서라면 그만큼 보상을 지급해 줘야 하는 거고요. 그게 아니라 본인의 발전을 위한 성과라면 제가 보기에는 세대와 무관하게 누구나 야근을 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는 회사가 성장하면 너도 같이 성장한다는 말이 자연스러웠지만 지금은 회사가 성장한다고 내가 성장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게 분리되기 시작하면서 그런 걸 당연히 거부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게 흔히 말하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로도 연결되는 거라고 보거든요.
수평적인 조직 문화에서 사실 우리가 기대하는 건 뭐냐 하면 자율성입니다. 그리고 내가 부품이 아니라 중요한 구성원이 돼야 된다는 거죠. MZ세대는 그냥 단순히 지시를 받고 그냥 지시받은 대로 수행하는 그런 걸 원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여기에서 진짜 내가 하고 있는 역할은 무엇이냐 보통 직급이 호칭이 되잖아요. 호칭보다는 내 역할이 무엇이냐가 궁금한 거죠. 그래야 나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으면 제가 보기에는 충분히 회사에 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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