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단장애 비보이, 발달장애 무용가…미셸 슈와이저 '제자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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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처음 보는 그들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마. 넌 그들이 다른 곳을 볼 선택의 여지를 남기지 않아. 넌 너무나 눈에 띄고 생기 넘치니까."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고 의족을 한 비보이 '곰' 김완혁(33), 20대 연극배우로 활동했지만 마음의 병으로 오랜기간 사회와 단절됐던 류원선(54), 뇌병변을 앓은 사진작가 이민희(40), 발달장애 무용수 이정민(26), 시각장애를 가진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부단장 이승규(43)가 프랑스 연출가 미셸 슈와이저의 다원예술공연 '제자리'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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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너를 처음 보는 그들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마. 넌 그들이 다른 곳을 볼 선택의 여지를 남기지 않아. 넌 너무나 눈에 띄고 생기 넘치니까."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고 의족을 한 비보이 '곰' 김완혁(33), 20대 연극배우로 활동했지만 마음의 병으로 오랜기간 사회와 단절됐던 류원선(54), 뇌병변을 앓은 사진작가 이민희(40), 발달장애 무용수 이정민(26), 시각장애를 가진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부단장 이승규(43)가 프랑스 연출가 미셸 슈와이저의 다원예술공연 '제자리' 무대에 올랐다.
출연자들은 각각 성을 뺀 자신의 이름으로 무대에 올라 '빛', '나의 원자들', '칼날', '우즈의 춤', '처음', '우주와 의지', '공기'를 주제로 연기를 펼친다.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을 툭툭 친다. "내 옷에 열은 있지만 빛은 없는 것 같아. 이게 바로 내 삶이야. 내가 너희를 향해 발산하는 빛을 느끼는 것."(승규), "내 속에는 원자가 천만 개 있어. 나만 그런건 아니지."(원선)
승규는 무대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배우, 관객들과 소통한다. 원선은 우아한 몸짓의 춤을 보여준다. 민희는 촬영기기를 들고다니며 무대 뒤 스크린의 화면을 담당한다. 정민은 무대를 빙글빙글 돌며 해맑은 표정으로 춤춘다.
공연 내내 무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완혁은 의족을 하고 무대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는 2013년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그리고 고교시절 포기했던 비보잉을 다시 시작했다.
"네가 나를 볼 때 너는 나의 의지를 봐야 해. 내 몸의 선 하나하나가 보여주는 게 그거야. 나 자신을 지탱하는 이 능력, 어떤 상황에서나. 난 이 세상에 다시 익숙해졌고, 세상이 다시 친숙해졌어. 하지만 난 내 몸의 시작, 어린시절 좋았던 모습을 잊어야 했어."
완혁이 비보잉 솔로공연을 펼친다. 무대를 돌고, 뛰고, 이리저리 움직이는가 싶더니 의족을 벗어던진다. 그리고 프리즈 등 고난도 기술을 선보인다.
비장애 예술가들도 함께 무대에 올라 출연자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극을 이끈다. 소리꾼 김혜린(23), 아쟁연주가 정지윤(26), 발달장애인 무용단을 이끄는 박기자(67). 연극을 하는 박채린(23)이다.
이중 박기자는 발달장애 무용수 이정민과 인연이 깊다. 정민이 부모를 모두 잃었을 때 그를 맡아 모자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정민이 춤을 출 때 기자의 눈은 그를 따라다닌다. 때로는 미소를, 때로는 뭉클한 표정이다.
'제자리'는 국내 최초의 장애예술공연장 '모두예술극장'이 해외 초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한 한국-프랑스 공동 창작 작품이다.
장애인문화예술원은 이번 공연을 위해 프랑스 극단 '라 콤마'의 창립자이자 연출가 미셸 슈와이저에게 작품 기획을 요청했다. 슈와이저는 훈련된 배우가 아닌 사회 현실을 반영하는 인물들을 찾아내 특정 장르에 한정되지 않은 공연을 창작하는 주목받는 연출가다.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다. 슈와이저와 예술원은 지난해 8월 오디션을 통해 출연자를 모집했다. 최종적으로 캐스팅된 배우 중에는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60대도, 20대도 있었다. 연극에 숙련된 이도, 아무 경험이 없는 이도 있었다. 9월부터 세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작품이 완성됐다. 출연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눈을 가린채 상대방의 지시에 따라 걸었다. 서로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작품이 완성됐다.
슈나이저는 지난 23일 프레스리허설을 마친 후 "제자리 프로젝트를 하면서 4차례 한국에 왔다"며 "10명의 배우와 작업하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됐고, 이를 통해 작품을 이끌어냈다"고 소개했다. "선입견을 깨고 싶었어요. 공연을 통해 '살아있다는 것', '빛나는 것'을 부각시키고자 했습니다. 단순히 공연이 아니라 사람의 만남과 삶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제자리'는 오는 24~25일 서울 충정로 모두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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