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는 모든 죄악의 부모’라 외치더니…“기준금리 40% 가자”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3. 11. 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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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화 가치 폭락과 고물가로 신음하고 있는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터키)가 기준금리를 40%까지 올리는 깜짝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정책금리에 해당하는 1주일 만기 레포(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종전 35%에서 5%포인트 올린 40%로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상으로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올해 6월 이후 6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고물가 완화와 추락하는 리라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긴축 정책을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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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예상 밖 깜짝 인상
리라화 폭락·고물가 못견디고
에르도안 대통령 ‘백기 투항’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사진=AP연합]
리라화 가치 폭락과 고물가로 신음하고 있는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터키)가 기준금리를 40%까지 올리는 깜짝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정책금리에 해당하는 1주일 만기 레포(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종전 35%에서 5%포인트 올린 40%로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시장에서 예상하던 2.5%포인트 인상폭 대비 두 배에 달하는 깜짝 인상 조치였다. 이날 긴축 강화 조치에 달러당 리라화 가치는 한때 28.61리라로 0.3% 넘게 상승했다.

이날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성명을 통해 “현재 통화 긴축 수준은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수준에 상당히 가깝다”며 “통화긴축 속도가 둔화되고 긴축 사이클이 단기간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발표하며 올해 5월 이후 바짝 죄어오던 긴축의 고삐를 점차 풀어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번 인상으로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올해 6월 이후 6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고물가 완화와 추락하는 리라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긴축 정책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 2021~2022년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팬데믹과 러·우 전쟁 이후 공급망 불안으로 인해 연일 치솟는 물가에도 불구하고, 리라화 약세가 수출 증대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라 주장하며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해 왔다.

그는 경제학 상식과 정반대로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주장도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2021년 9월 이후 기준금리를 19%에서 8.5%로 대폭 인하했고, 리라화는 달러당 8.9리라에서 올해 상반기 26리라로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 밖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고금리는 모든 죄악의 부모”라든지 “신의 의지로 인플레이션은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경제정책에 종교적 신념을 투사하기도 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61.26%를 기록하며 올해 내내 60%대 전후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5월 대선에서 압승하며 재집권에 성공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물가가 지속되고 튀르키예 경제가 붕괴 위기로 치닫자 기존의 입장에서 180도 선회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올해 상반기 정통 경제학자인 메흐메트 심셰크 재무부 장관을 경제 정책 컨트롤타워로 재기용하고, 미국 금융업계 임원 출신이자 튀르키예 첫 여성 중앙은행장인 에르칸을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했다.

튀르키예의 긴축 선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튀르키예 경제에 대한 신뢰 회복과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가 경제 정상화를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심셰크 장관은 23일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재설정하려면 신뢰가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라며 “우리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지만 인내심을 가져가 하고, 여전히 경제는 어렵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밝혔다.

튀르키예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당분간 경제와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높게 유지될 전망이다.

튀르키예 정부는 2021년 말 리라화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도입한 ‘외환보호예금(KKM)’을 올해 6월부터 점진적으로 축소에 나서면서 달러당 리라화 가격은 올해 달러당 18.7리라에서 28.7리라로 절반 수준으로 추가로 하락했다.

KKM은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외화예금계좌를 리라화 정기예금계좌로 전환하면, 예금 만기 시 금리·환율 차이를 산정해 손실을 보전해 주는 제도다. KKM 시행으로 인해 튀르키예 정부가 지난해 한 해 동안 지출한 비용만 925억리라(약 34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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