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진출 기업인들 “경쟁력 약화돼 밀려나…반도체마저 위험하다 ”

이기우 기자 2023. 11. 2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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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보다 중국의 기술력 높아졌기 때문
중국은 규제 거의 없어 빠른 혁신 가능
“反中보다 知中用中 지혜 발휘하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이 입을 모아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내 규제 개선과 경쟁력, 기술력 강화를 주문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밀려난 가장 큰 이유가 자체 경쟁력 약화인 만큼, 이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만기(오른쪽)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23일 중국 상하이GM을 방문해 카허 카젬 상하이GM 부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는 정만기 무협 부회장이 23일 중국 상하이를 방문해 LS일렉트릭·현대네비스·라인프렌즈 등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관계자 10명이 참석한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24일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는 근본 원인에 대해 “미·중 갈등 등 정치적 요인보다는 중국의 기술력·경쟁력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 A씨는 “이제는 한국이 중국 대비 기술이 앞선 분야가 거의 없고, 최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반도체마저 3~5년 내 중국이 한국을 앞설 것이라는 게 중국 기업인들의 전망”이라며 “국내의 기업 환경 개선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이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인 B씨 역시 “중국은 신산업 분야의 규제가 거의 없어 업체의 혁신과 성장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엔 신산업 규제부터 만들어 가고 있어 중국 기업에게 추월당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내의 과장·왜곡된 반중 감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의견도 나왔다. 기업인 C씨는 “중국 지방 정부로의 납품이 거의 결정된 상황에서, 국내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보도와 반중 댓글 확산 등으로 인하여 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이 번지며 수차례의 납품 좌절을 겪었다”면서 “지중용중(知中用中·중국을 알고 중국을 활용하자)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D씨는 “미·중 갈등에 의한 불확실성과 국내 반중 감정 확산으로 인해 기업 최고 경영층의 중국 내 투자 결정이 포기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EU·미국 등 선진국 주요 기업이 중국 내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와 역행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무역량은 국가 간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무역협회의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중국은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면서 “우리 기업의 중국 경영을 지속 유지·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내 규제 개혁을 통한 기업의 혁신·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중국 상하이GM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카허 카젬 상하이GM 부회장과 면담하기도 했다. 한국GM 사장을 역임하기도 한 카젬 부회장은 “한국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노사문제 대응이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중국에서는 노사 문제가 없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면서 “이러한 환경 차이로 인해 중국 자동차 업계의 혁신과 전기차·배터리 공급망 구축 속도가 한국보다 훨씬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글로벌 규범 도입 확대 등 한국의 경쟁력 확보 노력이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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