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빅텐트’ 인요한 혁신위 한 달…‘친윤에 최후통첩’ 승부수 띄웠다 [이런정치]
내주 ‘불출마 및 험지 출마’ 권고안 정식 의결…김기현 지도부 송부 예고
김기현, 그새 ‘비대위 압박 방어선’ 완성…영남 재선 김석기 최고위 합류
친윤도 비윤도 “혁신 없었다” 비판…일각선 “필요한 이야기했다” 호평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출범 한 달을 맞은 국민의힘 혁신위가 중대 기로에 놓였다. 친윤 지도부 및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겨냥한 ‘희생’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표류하면서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표출됐다. 혁신위는 뒤늦게 김기현 지도부 압박 수순에 들어갔지만, 지도부 역시 물밑 비대위 요구를 버텨낼 ‘김기현 총선 체제’를 완성하며 방어에 나섰다. 당 내에선 친윤·비윤을 막론하고 “혁신은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소연·이젬마·임장미 혁신위원은 혁신위 사퇴 의사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는 전날 회의에서 당 지도부와 중진·친윤 의원에 대한 ‘총선 불출마 및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를 정식 안결으로 의결해 최고위원회의에 송부하는 시점을 놓고 격론 벌였다. 인요한 위원장은 “일주일 더 토의를 하고 난 뒤 의결하기로 했다”고 결론을 밝혔다. 그러나 3명 위원들은 논의 과정에서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끌기용”이란 발언이 나온 데 항의하며 사퇴를 결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경진 혁신위 대변인은 “인 위원장은 사의 표명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혁신위 내부 갈등과 관련해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핵심 친윤 인사인 김기현 대표와 3선 장제원 의원이 사실상 혁신위의 희생 권고를 거부했음에도, 혁신위가 ‘조기 해체론’을 진화하며 속도 조절하는 모습을 보인 게 패착이란 평가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그 때 권고를 밀어붙여야 했는데 혁신위가 꼬리를 내린 것”이라며 “타이밍을 놓치고 진의도 의심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미 혁신위가 (지도부를 상대로) 드러누웠어야 한다”고 “(이제 와서 하겠다는 건) 누군가가 기획해서 일주일 내로 작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만든 거고, 이걸 바탕으로 또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가 내주 사퇴 권고를 정식 안건으로 의결해 최고위에 송부하더라도, 최고위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혁신위가 주춤하는 동안 김기현 지도부 체제는 공고해졌다. 약 일주일 앞당겨 전날 열린 전국위에서 김재원 전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었던 최고위원직에 김석기 의원(경북 경주)이 선출되면서다. 경찰 출신으로 영남권 재선인 김 의원은 단수 입후보하며 안정적으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김기현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 김 의원의 합류를 놓고 한 당 관계자는 “비대위로 전환할 수 없는 구조를 완성했다”고 총평했다.
당헌·당규상 비대위는 ▷당 대표 사퇴 등 궐위 ▷선출직(4명)·청년(1명) 최고위원 중 4인 이상이 사퇴 등으로 궐위 시 출범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 내에선 “김기현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물밑 비대위 요구가 있는데, 김 의원이 최고위에 합류하며 김 대표의 당권 장악력 더욱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전날 “총선을 앞두고 저와 함께 당을 이끌어나갈 신임 최고위원을 선출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총선 지휘 의사를 재확인했다. 김 대표는 12월 중 공천관리위를 띄우기 위해 위원장 후보군에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내에선 친윤·비윤을 막론하고 ‘혁신 실패’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혁신위의 권고를 공개 비판한 친윤계 이용 의원은 통화에서 “정치 경험이 없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혁신안들을 내놓고 있다”며 “혁신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한 비윤계 의원은 “당에 필요한 혁신은 ‘위로부터의 혁신’인데 대통령에 대한 요구는 월권이라고 선을 긋더니 결국 지도부에도 밀렸다”며 “이대로면 실패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한편에서는 혁신위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대응에 성공했다는 호응도 있다. 한 당 관계자는 “보선 참패 이후에 정국 주도권이 야권으로 넘어가는 것을 차단했다”며 “보다 세련된 방식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사퇴 권고도 보수 통합도 선거를 앞두고 필요한 이야기였다는 점에서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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