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식 회장 아들도 손떼라”…상폐 위기에 지분 모으는 초록뱀미디어 소액주주
초록뱀미디어, 거래소에 상폐 의결 이의 신청 예정
소액주주 “원영식 회장, 아들 모두 경영 참여 제한해야”
콘텐츠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소액주주들이 지분을 모으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이달 20일 원영식 전 회장의 배임 혐의 등을 이유로 초록뱀미디어 상장폐지를 의결한 후, 회사 측은 이의 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상장폐지 사유가 생겼다 하더라도 기업 재무 상태가 안정적일 경우 퇴출되지 않기도 한다. 일부 소액주주는 주식 거래 재개를 위해 지배구조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여전히 원 전 회장이 최대주주 지분을 통해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록뱀미디어의 최대주주인 씨티프라퍼티(전 초록뱀컴퍼니)의 최대주주는 오션인더블유다. 9월 말 기준 원 전 회장이 오션인더블유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아들 원성준씨가 이 회사 최대주주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에 따르면, 초록뱀미디어 소액주주 결집 지분은 23일 기준 7.07%로, 지난달 30일(1.9%) 대비 큰 폭으로 높아졌다. 소액주주 결집 지분의 평가액은 100억원에 육박한다. 참여자는 1100명을 넘어섰다. 상법상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3% 이상 확보하면 주주들은 ‘주주 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초록뱀미디어는 올해 7월 원 전 회장이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되며 상폐 위기를 맞았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회장은 2021년 9월 호재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녀 소유 법인에 초록뱀미디어 전환사채 콜옵션을 무상으로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에 약 15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주가 상승으로 24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원 전 회장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사업가 강종현씨와 주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도 받는다.
거래소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시작하며 6월 28일 장 마감 후부터 초록뱀미디어 거래를 정지시켰다. 초록뱀미디어 주가는 앞서 5월 빗썸 부정거래에 연루된 정황으로 압수수색을 받았단 소식에 9000원대에서 6000원대로 급락했다. 이후 검찰이 원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6월 28일 5400원으로 거래가 끝난 후 매매 정지 상태다.
초록뱀미디어는 거래소가 20일 상폐를 의결한 후 이의 신청 의사를 밝혔다. 상폐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5일(영입일 기준) 이내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회사가 이의 신청을 하면 코스닥시장위원회가 20일(영업일 기준) 이내에 상폐 여부(개선기간 부여 여부 포함)를 결정한다.
소액주주들은 거래소의 상폐 의결에 “오너가 문제지, 회사가 문제가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적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 때문에 상폐될 경우 일반 주주만 큰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초록뱀미디어는 1998년 설립 후 올인, 불새, 주몽부터 최근 7인의 탈출, 펜트하우스, 나의 아저씨까지 인기 드라마를 제작했다. 초록뱀미디어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대비 15% 증가한 1665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8억원으로 146% 늘었다. 증권가에선 올해 초록뱀미디어 연간 매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2022년(1925억원)보다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 주주는 원 전 회장 측이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 전 회장은 7월 퇴임 후에도 여전히 회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초록뱀미디어의 최대주주인 씨티프라퍼티(지분 39.3%)의 최대주주는 오션인더블유인데, 원 전 회장 가족 회사다. 아들 원성준씨가 오션인더블유 지분 51%를 가진 최대주주다. 원 전 회장과 아내 강수진씨도 오션인더블유 지분을 각각 31.9%, 17.1%씩 갖고 있다. 원성준씨는 씨티프라퍼티 주식(보통주) 약 50만주를 가진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아들 원 씨의 경영 참여도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는 횡령 등으로 인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해당 사건으로 기업 경영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면 상폐를 결정하는 편”이라며 “초록뱀미디어는 꾸준히 실적을 내는 회사라 기업 경영 계속성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선 계획이 어떻게 될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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