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尹’과 ‘非明’의 커지는 원심력에 정치판 지각변동 예고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신당설이 여의도를 본격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대표 등이 정치 개혁을 명분으로 일찌감치 제3지대에서 신당 창당에 나설 때만 해도 약한 진동에 그치는 느낌이었으나, 총선이 다가오면서 거대 양당 진영 내 비주류 인사들의 원심력이 날로 커지면서 정치판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연일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하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혁신계'를 자처한 비명(非이재명)계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거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특정 팬덤을 가진 인사 및 세력의 신당 창당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신당 창당의 마지노선으로 거론되는 12월에서 1월 사이에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거라는 전망도 낳고 있다.
"신당 명분 없어 따를 사람 없을 것" 회의적 전망도
단연 신당설의 중심에 서있는 이준석 전 대표는 12월말을 결단의 시점으로 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를 전제 조건으로 국민의힘 잔류 가능성도 열어놨지만,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을 좀 더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가 이미 창당 물밑 작업에 돌입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11월18일부터 지지자들 연락망을 구성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그것을 관리하기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고, 그를 통해 누군가에게 큰 빚을 지는 정치보다는 3000만원으로 전당대회를 치러낸 것처럼 경쾌하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 측에 따르면 11월23일 기준 연락망 등록 인원은 5만 명을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이 전 대표 신당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주요 변수로는 세력이 거론된다. 이 전 대표는 11월11일 측근으로 분류되는 '천아용인'(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 이기인 경기도의원)과 회동해 신당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최근엔 이언주 전 의원과 함께 지역을 돌며 토크콘서트에 나서는 등 연대를 구성하는 모습이 관측된다. 이 전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은 현역 의원의 동참 여부다. 이 전 대표는 "여당 현역 중 함께할 사람이 당연히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천하람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총선 이전에 현역 의원 20명 이상을 모아 원내교섭단체를 이루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회의적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이 혁신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신당을 만들기엔 명분이 없기 때문에 따라 나갈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이 전 대표 신당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추후 내부 갈등, 공천 파동 등으로 인한 추가적인 이탈을 우려하는 분위기는 감지된다.
이 전 대표와 다른 세력의 연대 혹은 결사 여부도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11월10일 창당 작업 중인 금태섭 대표와 회동한 후 연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정치권에선 금태섭-양향자-이준석 등의 '신당 빅텐트' 연대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시사저널에 "최대한 다양한 사람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도 당내 주류(친명계)와 비주류 사이의 정서적 간극이 커지며 분열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12월초 탈당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이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과 신당 창당 등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의원과 함께 지속적으로 이재명 대표에 대해 견제 및 비판을 해왔던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은 최근 '원칙과 상식'이라는 모임을 만들고 이 대표 등 당 지도부에 혁신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당장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으며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좀처럼 원심력이 줄어들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결국 총선 전에 공천 갈등 등으로 인해 비명계가 독자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이낙연 전 대표,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 등 당내 대권주자 및 원로급 인사들이 움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의 한 중진 인사는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화'처럼 돼버린 지금,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당내 원로 등의 목소리가 많다"면서 "결국 동력이 중요하겠지만, 그럼에도 더 이상 당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같은 생각을 가진 인사들이 총선을 앞두고 어떤 형식으로든 움직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근인 신경민 전 의원은 최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가 제3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 대해 지지를 갖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비주류 인사들이 여타 다른 세력과 손잡을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비명계가 신당을 차리게 된다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작용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정통성을 가져가는 방식이 돼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그런 의미에선 생각이 완전히 다른 보수진영은 물론이고, 금태섭·양향자 대표 등과도 함께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조국 신당도 주목…"曺, 후방 지원·직접 출마 놓고 고심"
주목받는 또 하나의 움직임은 조국 전 장관의 신당이다. 조 전 장관이 최근 "비(非)법률적 방식으로 명예 회복할 길을 찾겠다"고 밝히면서 그의 호남 출마설, 혹은 비례 신당 창당설이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내에 조 전 장관에 대한 팬덤이 존재하는 만큼 그가 비례 신당에 도전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 시나리오의 경우 선거제 개편 등의 변수가 관건이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병립형으로 회귀할 경우 비례 신당의 성공 가능성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도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 전 장관의 측근 인사는 시사저널에 "윤석열 정권의 무도함이 인내심을 벗어나는 상황에서 조 전 장관도 어떤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는 것 같다"면서도 "신당 외에도 진보진영을 후방 지원할지, 본인이 직접 출마할지 등 여러 경우의 수가 있어 본인도 결정을 못 한 상태다. 확정적으로 밝힐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조 전 장관과 추미애·송영길 전 대표의 '반윤(反윤석열) 연대' 결성 가능성도 거론된다. 송 전 대표가 최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과 "간접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이에 대해 SNS에서 "저는 송 전 대표와 '신당' 관련 의논을 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미 밝힌 대로 저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민주당을 필두로 민주진보진영이 연대하여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마음으로 '길 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슈퍼 빅텐트' 구상도 주목받고 있다. 현실화할 경우 제3지대 신당은 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 김기현 대표는 11월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나라의 발전적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분과 함께 '슈퍼 빅텐트'를 치겠다"며 "부정부패 정당이 돼 개딸들에게 휘둘리는 지금 민주당에게 나라의 미래 맡길 수 없다는 양심을 지키는 분들이 민주당에 비록 소수나마 있다는 점도 유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비명계를 향해 손을 내민 것으로, 이후 실제로 이상민 의원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한국의희망 신당 창당 작업을 마친 양향자 대표에게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대표는 11월23일 국민의힘 혁신위 회의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양 대표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세력과 정책 연대나 선거 연대는 다 열려 있지만 흡수와는 거리가 멀다"고 답변했다.
☞ 'TK 총선 민심' 특집 연관기사
[시사저널 여론조사] TK 총선 민심 "이준석 신당 영향" 43%…"한동훈 출마 영향" 70%
[시사저널 여론조사] 대구 2030세대 60% "홍준표, 시정 잘한다"
'非尹'과 '非明'의 커지는 원심력에 정치판 지각변동 예고
움직이는 한동훈, '게임 체인저 기대'와 '확장론 한계' 사이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새 주인 못 찾는 맥도날드·버거킹·맘스터치, 호시절 끝났나 - 시사저널
- ‘희대의 망작’이라더니…아이폰15 흥행에 방긋 웃는 ‘이 종목’ - 시사저널
- “쇠파이프로 맞고 얼굴 처박혀” 조선대병원 교수 전공의 폭행 파문 - 시사저널
- 《더 마블스》 잘 가세요, 이젠 멀리 안 나갈게요 - 시사저널
- “아빠가 성폭행” 자매 교인 세뇌해 거짓 고소시킨 남성, 檢 수사관이었다 - 시사저널
- “억울” 항변했던 尹대통령 장모, 실형 확정…내년 7월 출소 - 시사저널
- 송영길 “난 전세 사는데 10살 어린 한동훈은 타워팰리스” - 시사저널
- 집 화장실·변기만 더럽다?…의외로 ‘세균 득실’한 물건 3가지 - 시사저널
- 하루 세 번 양치질, ‘이렇게’ 하면 되레 건강 악영향 - 시사저널
- 건강차, 많이 마실수록 좋다?…물처럼 마시면 안되는 차는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