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여론조사] TK 총선 민심 “이준석 신당 영향” 43%…“한동훈 출마 영향” 70%

김종일 기자 2023. 11. 2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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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1000명 여론조사] 15.5% “‘이준석 신당’ 총선서 뽑는다”
“현 지역구에 새 인물 원한다” 64.1%…“영남 중진 험지 출마 찬성” 50.4%
35.8%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향력 있지만, 친박 세력은 없다”

(시사저널=김종일 기자)

대구·경북(TK)은 보수의 심장이라 불린다. 보수진영에서 정치 지도자로 성장하고 우뚝 서기 위해서는 TK의 지지가 필수불가결이다. TK에서 정치적으로 뿌리를 단단하게 내리면, 보수 정치인은 그야말로 날개를 달게 된다. TK가 띄우면 보수정당의 대표도, 대선후보도, 대통령도 될 수 있다. 반대로 TK가 지지를 철회하면, 보수진영의 그 어떤 정치인도 배길 도리가 없다. 정치적으로 치명타를 입게 된다. 그래서일까.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재권력'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이고 '미래권력'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앞다퉈 TK를 찾고 있다.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지금, 보수 정치인에게 TK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상징이자 자산이기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금 여권에서는 다양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영남권 중진 의원들에게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개 촉구하고 나섰다. '이준석 신당'의 출현은 그야말로 총선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이자 보수의 새로운 희망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점점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움직임이 지금 TK라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진행되고 있다. 시사저널이 TK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TK 민심의 도도한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내년 총선에서 여권 행보의 큰 가닥을 잡아나가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신당, 성별·연령대별로 지지 강도 차이 뚜렷

시사저널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11월20~21일 양일간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성인 1015명(대구 477명, 경북 538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년 총선에서 이준석 신당이 창당된다면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영향이 있다'는 응답률은 43.4%로 조사됐다. '영향이 없다'는 52.4%로, 둘의 격차는 9.0%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다. '매우 영향이 있다'가 16.9%,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는 26.5%로 나타났다. '별로 영향이 없다'는 35.6%, '전혀 영향이 없다'는 16.8%였다. '잘 모름'은 4.2%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영향이 있다'는 답변은 18~29세(이하 20대, 50.9%)와 40대(53.8%)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35.9%로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60.1%)과 정의당 지지층(55.4%), 무당층(50.5%) 등에서 높게 나온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34.8%)에서는 저조한 응답률을 기록했다. 이념 성향별로 봐도 진보(56.4%), 중도(50.5%)와 보수(32.6%)의 차이가 분명했다. 성별로는 남성 46.7%, 여성 40.1%로 나타났다. 대구 유권자들(41.7%)과 경북 유권자들(44.9%)의 답변은 대동소이했다.

그렇다면 TK 민심은 과연 내년 총선에서 이준석 신당에 실제 표를 얼마나 줄까. '내년 총선에 이준석 신당이 나온다면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나'라는 질문에 이준석 신당은 15.5%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국민의힘은 50.5%, 민주당은 17.2%, 정의당은 2.0%를 기록했다. 이준석 신당과 국민의힘의 격차는 35.0%포인트, 민주당과의 격차는 1.7%포인트다. 지지 정당 없음은 6.1%, 아직 정하지 않았거나 잘 모름은 6.0%였다.

이런 TK의 민심은 해석이 양방향으로 열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전 대표 입장에서는 아직 창당도 하지 않았는데 이준석 신당의 영향력이 제1야당인 민주당과 오차범위 내에서 경쟁한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구체적인 출마 후보군을 선보이고, 지역 맞춤형 공약 등을 제시하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질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세력과 힘을 합쳐도 국민의힘 후보를 꺾기 쉽지 않다는 점은 큰 숙제다. 보수의 심장 TK는 아직까지는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큰 틀이 흔들리고 있지 않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성별 응답률에서 나타났다. 이준석 신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남성은 20.6%였던 반면 여성은 10.5%에 그쳤다. 10%포인트 넘게 격차가 나는 것인데, 이는 20대(19.4%)와 60대 이상(9.5%)의 격차만큼 큰 차이다. 이 전 대표가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남성 유권자들에게 더 소구력을 가지는 것은 강점이지만, 그 반대급부로 여성 유권자들에게는 외면받고 있다는 점도 나타난 셈이다. 모든 정당을 통틀어 살펴봐도 성별에 따라 오차범위 밖으로 응답률 차이가 나타나는 정당은 이준석 신당이 유일했다.

중진 험지 출마 요구, 고연령일수록 높아

TK 유권자들은 영남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표시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요구한 영남권 국회의원들의 수도권 등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질문에 '찬성'은 50.4%, '반대'는 29.0%로 나타났다. '잘 모름'은 20.7%였다. 

중진들의 험지 출마에 대한 찬성 의견은 고연령층일수록 많았다.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50%대 응답률을 보였고, 30·40대는 40%대를 기록했다. 반면 20대는 30%대를 나타냈다. 성별로는 남성은 53.8%, 여성은 47.0%가 각각 찬성 의견을 보였다.

이런 흐름과 맞물려 TK 민심은 내년 총선에서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더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 총선에서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의 재당선과 새로운 인물의 당선 중 선호 여부'를 묻는 질문에 10명 중 6명 이상(64.1%)은 "새로운 인물이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현역 의원의 재당선을 선호한다"는 응답률은 27.6%에 그쳤다. 잘 모름은 8.3%였다.

전 연령대에서 영향력 확인한 한동훈

구체적으로 보면, 60대 이상(34.6%)과 보수 이념 성향(38.8%)에서는 상대적으로 현역 의원의 재당선을 더 선호했다.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와 중도와 진보 이념 성향에서는 '현역 의원의 재당선 선호'는 모두 20%대의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성별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최근 여권은 물론 가장 정치권에서 주목받는 인물은 바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면 한 장관이 미칠 영향력과 파괴력은 여권을 넘어 야권까지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장관이 새로운 보수의 아이콘으로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려면 보수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TK 민심을 사로잡아야 한다. 실제 한 장관은 11월17일 대구를 방문해 "대구 시민들을 대단히 깊이 존경해 왔다"며 "대구 시민들이 6·25 전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적에게 이 도시를 내주지 않았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고 말하며 대구 민심을 겨냥한 발언을 내놨다. 과연 지금 TK 민심은 그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TK 유권자 10명 중 7명은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여당으로 출마한다면 '영향력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여당으로 출마한다면,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영향이 있다"는 70.7%로 조사됐다. "영향이 없다"는 응답률은 23.7%에 그쳤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영향력 강도를 매우 높게 평가한 응답률이 높았다는 점이다. '매우 영향이 있다'는 42.3%로,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28.4%)보다 무려 14%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별로 영향이 없다'와 '전혀 영향이 없다'는 각각 14.5%와 9.2%로 나타났다. '잘 모름'은 5.6%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 장관은 전 연령대에서 내년 총선에서의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80.7%)에서 가장 호응이 좋았고, 40대(59.7%)를 제외한 18~29세와 30대와 50대에서도 60%대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이념 성향별로 보면, 보수층(85.7%)에서 높은 응답률을 보였고 중도층(63.9%)과 진보층(56.5%)에서도 절반 이상의 응답률을 보였다.

그렇다면 TK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親박근혜)계는 내년 총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을 서울과 대구에서 연달아 만나며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대구에서의 만남은 TK에서의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다분히 신경 쓴 모습이었다. 친박계도 움직이고 있다. 11월22일 친박 좌장 격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자신의 옛 지역구인 경북 경산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경산시장을 방문하는 등 내년 총선 출마 행보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모습을 연출했다. 

'박 전 대통령과 친박 세력의 움직임이 총선에 얼마나 영향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은 영향력이 있지만 친박은 없다"는 답변이 35.8%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과 친박 모두 영향력이 있다"는 23.6%, "박 전 대통령과 친박 모두 영향력은 없다"는 24.1%로 조사됐다. "박 전 대통령은 없고 친박만 있다"는 7.9%였다. 잘 모른다는 8.5%였다.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여전히 살아있는 반면, 친박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더 우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8월15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대통령 지지율 56.4%, 여당 지지율 57.1%

TK에서의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56.4%로 나타났다. '못한다'는 40.1%, '잘 모름'은 3.6%였다. '매우 잘하고 있다'는 37.7%, '어느 정도 잘하고 있다'는 18.7%였다. '어느 정도 잘못하고 있다'는 8.1%,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32.0%였다. 대구와 경북에서의 여론은 비슷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는 60대 이상(79.2%)과 50대(59.9%)에서 높았고, 20대(31.1%)에서 가장 낮았다. 30대(42.2%)와 40대(35.4%)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률이 나왔다. 남성(55.1%)과 여성(57.6%)의 차이는 오차범위 내였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국민의힘이 57.1%로 민주당(20.4%)을 크게 앞서는 모습이었다. 정의당은 1.6%, 기타 정당은 3.8%였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률은 15.7%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11월20~21일 양일간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성인 1015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ARS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6.9%,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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