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다름’- 어른의 ‘편견’… 누가 괴물인가[리뷰]

이정우 기자 2023. 11. 2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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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레에다 히로카즈 새 영화 ‘괴물’
두 소년 얽힌 학교 폭력사건
어른들의 오해 쌓이며 혼돈
영화속 ‘괴물찾기’하던 관객
자기안에 숨겨진 폭력 발견
성소수자 논쟁적 소재 다뤄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 인상적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괴물’(29일 개봉·사진)은 ‘누가 괴물인가’란 질문과 ‘아무도 괴물은 아니야’라는 맺음말로 요약된다. 기존 고레에다 영화와 결이 다른 것 같지만, 결국 고레에다 영화로 안착한다. 질문을 책임진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은 동일한 사건에 대한 각 인물의 시선을 교차해 미스터리함을 강화한다. 결말을 책임진 고레에다 감독은 훌륭한 윤리적 태도를 기반으로 휴머니즘을 드러낸다. 상반된 접근방식의 각본과 연출이 작고한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과 맞물려 관객의 마음을 때리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초등학교 5학년 미나토(구로카와 소야)가 어느 날 엄마(안도 사쿠라)에게 이상한 말을 한다. “돼지 뇌를 이식한 인간은 돼지일까 인간일까?” 이때부터 미나토는 이상 행동을 보이고, 홀로 미나토를 키우던 엄마는 아들로부터 담임 선생인 호리(나가야마 에이타)가 자신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는 말을 듣는다. 엄마는 학교를 찾아가지만, 호리 선생은 사죄하는 태도가 아니고 교장 후시미(다나카 유코)는 영혼 없는 눈빛으로 사태를 덮기 급급하다. 학교가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호리 선생이 말한다. “미나토가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를 괴롭히고 있어요.”

영화에서 인물의 시선이 바뀜에 따라 관객들이 화살을 돌릴 대상인 ‘괴물’도 바뀐다. 엄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호리 선생으로 전환되면서 괴물이었던 호리 선생은 어느새 조직에 희생당한 힘없는 구성원으로 느껴진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호리 선생에게 교장은 말한다. “알아요. 그렇지만 조직을 지킨다고 생각해주세요.” 폭력의 피해자인 줄 알았던 미나토는 어느덧 평범한 사람을 매장시킨 거짓말쟁이가 된다.

그리고 마지막 미나토의 시선에서 얽혀 있던 진상의 실마리가 풀린다. 괴물을 찾던 관객들은 자기 안에 숨겨졌던 괴물에 뜨끔할 것. 고레에다 감독은 22일 화상간담회에서 “5년 전 유지 작가가 쓴 ‘괴물’ 플롯을 봤을 때 나도 모르게 괴물 찾기를 하고 있었다. 등장 인물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진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는 걸 나중에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매번 논쟁적인 소재를 들고 왔던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선 성소수자 문제를 꺼내 들었다. 남과 다른 정체성은 ‘돼지 뇌를 이식했다’는 폭력적인 말로 치부된다. 감독은 “‘남자답게’나 ‘평범하게’란 말처럼 상대를 상처 주려 했던 말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겐 폭력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미나토를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은 평범한 행복을 추구하는 엄마의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괴물일까 의심하는 미나토와 괴물임을 긍정하는 요리를 연기한 두 소년의 호연은 눈부시다. 특히 히이라기 히나타는 너무나 순수해 은은한 광기마저 느껴지는 요리로 영화 곳곳에 존재감을 남긴다. 엄마 역의 안도 사쿠라는 영화 초반 긴장감을 이끄는 역군이고, 교장을 연기한 다나카 유코의 무표정도 인상적이다.

영화의 백미는 의외의 인물과 공간에서 나온다. 영화 중반 미나토는 “잘못했어요”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건너편에 있던 교장이 이를 듣고, 소년은 실토한다. “호리 선생님은 잘못이 없다. 자신의 비밀을 말하기가 두려워서 거짓말을 했다”고. 이어지는 교장의 말. “나도 그래.” 이들은 음악실에서 관악기를 꺼내 분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소리로 날려 보내는 순간이자 이전까지 한 번도 접점이 없었던 두 인물이 서로의 위로가 되는 순간이다.

두 소년이 환한 미소로 달리는 영화의 결말은 누군가에겐 먹먹한 울림을 주겠지만, 누군가는 맥없이 풀린다는 인상을 받을지 모른다. 고레에다 감독 말마따나 “두 소년에게 최고의 해피엔딩”이다. 휴머니즘을 극대화하기 위해 관객을 의도적으로 그릇된 길로 모는 1, 2장의 설정이 작위적이라고 느낄 소지도 있다. 그럼에도 긴 터널을 지나 엔딩 크레디트에 흐르는 류이치의 ‘아쿠아’엔 감복할 수밖에 없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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