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출신이 대학 잘 간다지만… 학교가 불평등의 주범은 아냐[정신과 의사의 서재]

2023. 11. 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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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상위 10개 대학 신입생의 출신 고교를 보면 특목·자사고 출신이 22%였다.

사회의 불평등이 고스란히 확대 재생산되는 학교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마음의 결과다.

정말 학교가 교육 불평등의 원인이고, 고스란히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당연한 것 아니냐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책을 만났다.

저자는 방학과 비교하니 학교가 불평등을 억누르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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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의사의 서재

2023년도 상위 10개 대학 신입생의 출신 고교를 보면 특목·자사고 출신이 22%였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대 입학생의 10%가 강남·서초 지역 고교 졸업생이다. 이런 기사를 보는 부모의 마음은 복잡하다. 더 나은 기회를 주지 못한 부모라는 마음과 동시에 평등하지 못한 교육환경이 원망스럽다. 그래서 아예 중퇴하거나 대안학교를 다니는 게 낫다는 아이와 부모가 의외로 많다. 사회의 불평등이 고스란히 확대 재생산되는 학교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마음의 결과다.

정말 학교가 교육 불평등의 원인이고, 고스란히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당연한 것 아니냐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책을 만났다. 미국의 사회학자 더글러스 다우니가 쓴 ‘학교의 재발견’(동아시아)이다. 이들의 첫 발견은 사회경제적으로 부유한 아이와 가난한 아이의 격차는 학교에서 발생하지 않고 유치원 1학기부터 이미 차이가 분명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까지 관찰을 해보니 그 격차는 학교를 다니며 벌어지지 않고 도리어 줄어들었다. 만일 부유한 동네의 학교가 훨씬 나은 교육을 제공했다면 격차가 더 벌어졌어야 하는데, 결과는 반대였다.

교육 자체의 질을 측정하려면 교육을 받는 학생의 실력이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진행해야 하는데 통계적으로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에 반해 같은 집단을 대상으로 교육을 받는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를 비교하는 것은 단순하고 분명하다. 이 부분에 주목해서 저자는 여름방학을 중심으로 학교에 다니는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를 나눠서 학력의 차이를 비교했다. 부유한 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의 학업성취도 격차는 학기 중에는 차이가 없었는데, 방학 중에 가난한 아이들의 점수가 하락했고, 학습성장률 변이가 2∼3배나 컸다. 저자는 방학과 비교하니 학교가 불평등을 억누르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학교가 제공하는 교사, 교육환경의 차이는 두 지역 간 차이가 적었다. 학업성취도와 부모 소득의 상관관계에서 교사의 수준 차이는 겨우 4% 정도만 기여했다. 즉, 학교와 교사의 수준 차이는 있지만 학력 차이를 분명히 설명하지 못했고, 그보다 가난한 아이가 학교를 통해 얻는 학습효과가 훨씬 컸다.

그런 면에서 학교 자체가 갖는 긍정적 역할이 분명했다. 하지만 두 집단의 격차는 출발선부터 뚜렷한데, 이를 해결하는 길은 무엇일까? 저자는 유치원 교육에 집중보다는 가난한 가족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고용 안정성이 확보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 제안한다. 즉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아이들의 가정이 살 만하고 평온해지면 자연스럽게 인지 발달이 촉진되고, 두 집단 사이의 차이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학교는 불평등 확대의 원인이 아니었고 도리어 50m 앞에서 뛰기 시작한 아이와 격차를 적게나마 줄여주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학교에 대한 억한 심정과 경험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에게 학교가 희망이라는 마음을 갖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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