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5G로 토양에 강수량까지 모니터링… 디지털화된 中 농촌, 생산액 4배 껑충

바오산(중국)=이윤정 특파원 2023. 11. 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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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윈난성 바오산시 커피 생산지 ‘신자이촌’
5G로 커피나무 성장 환경 실시간 모니터링
기업도 5G로 자동화·온라인 판매망 구축
매출 늘어나니 고용 효과… 청년들 귀농↑
중국 윈난성 바오산시 룽양구 신자이촌 전경./이윤정 기자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최서남단 윈난성의 바오산시 룽양구. 수도 베이징을 오가는 직항편조차 없을 만큼 외딴 농촌 지역인 이곳엔 중국 정부가 첫 번째로 인증한 커피 마을, ‘신자이촌(新寨村)’이 있다. 해발 700~1200m에 걸쳐 자리 잡고 있는 신자이촌은 커피 재배 면적이 약 900만㎡(약 2700만평)에 달하고, 주민 2000여명 중 90%가 커피 산업에 종사한다.

지난 20일 신자이촌으로 가기 위해 윈난성 성도 쿤밍시에서부터 2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달렸다. 마을이 가까워질수록 독특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 농촌보다는 확연히 많은 철탑들이 산 곳곳에 촘촘히 세워져 있었다. 이 철탑은 중국 1위 이동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과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세운 5G(5세대 이동통신) 설비다. 이들 기업은 신자이촌 커피밭에만 5개, 신자이촌이 있는 산에 55개, 바오산시 전체에 2656개의 5G 철탑을 심었다.

5G가 들어온지 2년, 신자이촌이 달라졌다. 현재 신자이촌에서 생산하는 커피콩은 kg당 60위안(약 1만1000원)에 시장에서 거래된다. 지난 2018년 6~7위안에서 10배 가까이 뛴 것이다. 신자이촌에서 생산된 커피는 지난해 이탈리아 국제커피시음대회(ICT)에서 우승을 차지할만큼 품질도 인정받고 있다. 5G를 이용해 토양, 기온, 강수량 등 커피의 성장 환경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물류·판매망이 안정되면서 수익이 확 늘었다. 경제가 살아나니 청년들도 돌아오는 등 5G가 중국 농촌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 5G가 바꾼 中 농촌 풍경… IoT 모니터링 장비로 실시간 재배 관리

통신시설이 미비했던 시절, 신자이촌 커피 산업은 한때 위기였다. 왕자웨이 신자이촌 지부 당서기는 “2012년부터 커피 산업이 침체기에 빠졌고, 마을의 수입은 1무(亩·약 200평)당 1000위안(약 18만원)이 채 안 됐다”며 “많은 커피 농부들이 커피 재배는 전망이 없다고 생각해 커피나무를 잘라내고 다른 작물을 심었다”고 전했다.

쓰러져 가는 커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 마을이 나섰다. 신자이촌에 협동조합을 설립해 농부들에게 생산을 독려하는 한편, 생산·가공·판매를 스마트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차이나모바일과 화웨이를 통해 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후 차이나모바일은 신자이촌이 산기슭에 걸쳐있다는 특수성을 고려해 해발 고도를 세 구역으로 나누고, 각 고도에 맞는 사물인터넷(IoT)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치했다. 5G 네트워크에 연결된 장비를 땅에 꽂아 토양 상태와 강수량, 수소이온농도(pH) 등을 체크하는 것이다.

지난 20일 차이나모바일 관계자가 중국 윈난성 바오산시 신자이촌에서 실시간 모니터링 플랫폼과 사물인터넷(IoT) 모니터링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윤정 기자

이 정보는 ‘5G+ 디지털 농촌 진흥 플랫폼’이라는 종합 현황판을 통해 농부들에게 전달된다. 차이나모바일 관계자는 “재배 세부 현황과 권장 사항, 경고 사항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정보에 힘입어 현재 신자이촌은 1000m 이하 고도에서는 일반 커피를 재배하고, 그 이상 고도에서는 프리미엄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신자이촌의 연간 커피 생산액은 2018년 3000만위안(약 55억원)에서 지난해 1억2000만위안으로 4배 늘었다.

커피 산업이 살아나면서 청년들이 돌아오고, 관광산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왕 서기는 “청년들이 고향으로 오려면 일단 생활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지금 신자이촌에는 10개 이상의 커피 관련 기업이 있고, 4000~5000위안(약 70만~90만원)의 월급을 줄 수 있다”며 “대도시인 선전에서 일해도 월급이 5000위안 정도인 만큼, 고향으로 돌아와 일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5G로 생활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신자이촌에는 약 11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 기업도 5G 덕에 자동화… 판매량 증가에 고용효과 ‘톡톡’

지방 기업도 5G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날 바오산시에서 함께 찾은 커피 기업 ‘중카커피’ 역시 화웨이를 통해 5G를 도입, 자동화율을 60%까지 달성한 상태다. 이곳의 스젠처 행정부 매니저는 “현재 하루에 15톤(t)의 원두를 생산하고 있는데, (자동화) 이전에는 절반도 채 생산하지 못했다”며 “자동화 덕에 원가가 30% 줄었고, 매출은 150% 늘었다”고 말했다. 중카커피는 2024년 완전 자동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일 중국 윈난성 바오산시 '중카커피'의 라이브커머스 현장./이윤정 기자

매출이 늘어난 데는 자동화를 통해 빠르게 생산한 덕도 있지만, 판매망 최적화도 한 몫 했다. 이날 중카커피에서는 자체 라이브커머스 현장도 볼 수 있었는데, 매일 오전 8시부터 중카커피에 소속된 진행자가 중국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서 제품을 판매한다고 했다. 스 매니저는 “라이브커머스를 하고, 신속하게 배송하려면 속도가 빠른 인터넷망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광군제(11월 11일)때 24시간 배송을 약속했는데, 이는 모두 온라인 네트워크가 보장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용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중카커피는 2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3분의 1이 생산직이고 나머지는 행정과 판매 분야에 배치돼 있다. 스 매니저는 “통상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직원을 줄인다고 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반대”라며 “고품질 작업이 요구되고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120명에서 직원 규모가 확 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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