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이 기지개 켜서 시험 망쳤다”…수능 끝, 민원폭탄 시작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3. 11. 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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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능이 끝나고나면 감독관으로 입회했던 상당수 교사들이 후유증을 호소한다.

이 일을 알린 서울교사노동조합의 박근병 위원장은 "보안을 위해 감독관을 맡은 교사의 익명성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며 "현재 교육부에서 만들어 나눠주는 수능 감독관 메뉴얼에도 학부모로부터 공격받을 경우에 대한 내용은 따로 없는데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교육부, 교육청에서 신속하게 대응해서 법대로 처리를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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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넘기는 소리도 신경 쓰인다”
극도로 예민한 수험생 민원 줄이어
감독관 위촉이라지만 실상은 차출
“감독관 수당보다 약값이 더 든다”
한 학부모, 감독관 교사 퇴직 요구
조희연 교육감 “피케팅은 범죄행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7년차 교사 A씨는 이번 수능에서 5교시 내내 감독관 업무를 맡았다. 시간을 꽉 채워서 하다보니 평균보다 더 많은 20만원을 수당으로 받았지만 안 받고 안 하고 싶은게 속마음이었다. 그는 “워낙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보니 받는 수당보다 약값이 더 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 B씨는 ‘이번에는 빠지겠지’ 기대했으나 진단서를 내고 빠진 동료 대신 막판에 감독관으로 차출됐다. 올해도 역시 진빠지는 경험이었다. 그는 “감독관 매뉴얼을 들춰보는데 그것마저도 부스럭거린다고 항의가 들어오더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매년 수능이 끝나고나면 감독관으로 입회했던 상당수 교사들이 후유증을 호소한다. 단순히 긴장되고 고된 경험을 넘어 사후에 ‘수험장 관리를 잘못 해서 우리 아이가 시험을 망쳤다’고 따지는 학부모로부터 협박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1일에는 수능 부정행위로 적발된 수험생 학부모가 감독관이 근무하는 학교에 직접 찾아가 피케팅 시위를 벌이는 일까지 발생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이 23일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감독관의 신원을 개인적으로 확보해 협박하고 학교 앞에서 피케팅을 하는 행위는 매우 잘못된 이의 제기 방법”이라며 “수능 감독 선생님을 위협하는 불법적인 행위에 고발 조치를 포함하여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이 일을 알린 서울교사노동조합의 박근병 위원장은 “보안을 위해 감독관을 맡은 교사의 익명성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며 “현재 교육부에서 만들어 나눠주는 수능 감독관 메뉴얼에도 학부모로부터 공격받을 경우에 대한 내용은 따로 없는데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교육부, 교육청에서 신속하게 대응해서 법대로 처리를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교사노조에 이어 실천교육교사모임도 23일 성명을 내 “교육청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수능감독관의 소중한 개인 정보가 학부모에게 새어 나갔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전교조가 지난 2021년 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능감독제도 개선을 위한 긴급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 93.6%가 ‘의사와 상관없이 수능 감독관에 종사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독관을 지정할 때 교사 동의를 구하는 학교는 그 1/3 수준에 그쳤다. 명목상으로는 위촉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차출 혹은 동원의 형태인 셈이다.

수능은 원래 대학에서 공부를 할 능력이 있는지를 따져보는 시험이다. 하지만 사회에서 그 중요도가 커진만큼 작은 실수도 큰 문제로 번질 수 있어 감독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당시 기준으로 반입가능 물품이었던 디지털시계를 가지고 있다가 빼앗긴 수험생이 감독관은 물론 국가까지 포함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21학년도 수능 당시 서울 강서구 덕원여고에서는 2분 가량 일찍 종이 울려 시험지를 걷었다가 다시 나눠주는 사건이 있었고, 이번에도 서울 성북고 경동고에서 1분 30초 일찍 종이 친 뒤 나중에 추가 시간을 주는 일이 있었다. 제주도에서는 1교시 종료 5분여를 앞두고 정전이 발생하는 사고까지 있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현장을 지키는 감독관들은 보다 명확한 메뉴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0번 넘게 감독관을 맡았다는 한 교사는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나올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실수가 한 번 나오면 그에 대한 반대급부가 너무 크고 감독관에 대한 보호도 부족하다. 감독관 수당이 매년 조금씩 오르고는 있지만 수당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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