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성역없는 정치인` 김영주 부의장의 국회를 향한 고언
"최악의 대정부 질의로 가고 있다"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지난 9월 대정부 질의에서 여야 의원들을 향해 날린 일갈이다. 당시 현장은 정부 여당과 야당 간 공방이 가열되면서 야유와 고성으로 소란스러웠다. 김 부의장에겐 성역이 없었다. 오랜 기간 몸담았던 민주당에도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다.
소신은 관록에서 비롯된다. 농구선수 출신 정치인, 금융노조 최초 여성 부위원장, 서울이 지역구인 4선 의원,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 헌정사상 두 번째 여성 국회부의장까지. 여러 정체성이 포개진다. 그만큼 '쓴소리를 할 수 있는 포지셔닝'이라는 의미와도 겹쳐진다. 정치는 실종되고 정쟁만이 남은 현재의 국회. 이런 국회를 향한 김 부의장의 고언을 들었다
-국회에서 정책은 실종되고 정쟁만 남은 것 같다.
"국민의 살림살이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취약계층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해서 안 되는 데 걱정이다. 여야 간 마찰뿐만 아니라, 야당과 정부와의 대립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정감사나 대정부 질문에서 단순히 정부를 망신주기만 하려는 태도는 정말 지양해야 한다. 행정부와 입법부는 대한민국을 위한 파트너이다.
-행정부의 입장도 고려하시는 것 같다.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내셨던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책논의를 할 때 어려웠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웃음)
-무엇이 가장 어려웠는가.
"노동자와 고용노동부 간 관계를 가깝게 만드는 게 힘들었다. 과거 노동부는 노동자들에게 너무 먼 기관이었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 노동부에 건의를 해도 오랜 기간이 걸렸다. 장관으로서 이 문제를 바로 잡고 싶었다. 취임하자마자 중대 산재의 범위와 타워크레인 중대 재해 예방 대책을 발표하고,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들리면 곧바로 현장을 찾아가 신속한 조치와 원인 규명을 주문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현장노동청을 설치하고, 시민 곁으로 직접 다가가 민원을 받고 빠르게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노사정 대표자회의도 복원시키신 것으로 알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회의를 양대노총이 모두 참석한 회의로 복원시켰다. 8년2개월만이다. 노동시간 단축, 산업재해 예방, 최저임금 문제는 정치권과 논의해서 해결되는 단순한 문제들이 아니다. 가장 우선 국민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정치권과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조합, 사측과 함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함께 많은 문제들을 해결했고, 실제 장관 재임시절 양대노총의 총파업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시는 것 같다.
"당연하다. 기본중의 기본이다. 입법부의 정부에 대한 적절한 감시와 견제는 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정감사나 대정부 질문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최근에 끝난 대정부 질문에서 사회를 보실 때 "최악"이라는 표현을 쓰셨다. 정쟁만 일삼았던 여야 국회의원들에겐 뼈아픈 지적이다.
"정책토론은 뒤로 한 채 정쟁만 일삼는 것이 과연 국민들이 바라는 것인지, 일부 지지층이 바라는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무총리와 장관, 국회의원 모두 국민들이 신뢰하고 의지하는 지도층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들이 신뢰하고 의지해야 할 사람들이 정쟁만 일삼으면, 국민들이 정부와 정치인들에 대해 느끼는 실망감과 피로도는 심해질 것이다."
-지난달 끝난 국감도 부의장님이 하셨던 말씀처럼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명 지사 때의 경기도 법카 유용 의혹,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 양평 고속도로 의혹이 뒤덮었고, 정책국감은 뒷전이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의원들이 질의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국정감사 준비를 철저하게 하셨다. 다만 일부 국정감사장이 정쟁의 장으로 변질돼 안타까웠다. 국정감사 기간만큼은 정쟁이 아닌 더 나은 국민의 삶을 위한 감사에 집중했어야 한다. 국민들이 국회에 진정 바라는 모습은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부를 꾸짖는 것이다."
-부의장님께선 '맹탕국감'의 기류에도 관록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정책질의를 이어가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1대 국회 여성 최다선 국회의원이지만 보건복지위원회에선 초선이었다. 그동안 금융, 노동, 환경 관련 상임위만 여러 차례 했기에, 4선 국회의원에게도 상당히 생소했던 상임위다. 게다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님들 대부분이 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계 전문가이다. 17대 국회에 처음 등원했던 초심을 가지고, 낮은 자세로 국정감사에 임했다. 보건복지 관련 자료 및 전문서적까지 공부를 상당히 많이 했다. 특히 복지위는 그 어떤 상임위보다 국민들의 삶과 밀접하다. 최대한 국민들과 겪고 있는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노력했다."
-'키 크는 주사' 오남용을 방관한 식약처를 고발한 질의는 여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다.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관심도 뜨거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17대 국회에 입성한 뒤, 2005년부터 지금까지 한해도 빠지지 않고 영등포 관내 초중고 학부모 간담회를 실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키문제를 고민하고 있었고, 키 크는 주사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자료를 받아 검토한 뒤 국정감사에서 다뤘다. 키 크는 주사와 관련해 방송에서도 보도가 됐지만, 기타 60여개 매채에서도 집중적으로 보도될 만큼 학부모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영등포 지역 내 많은 학부모님들에게서 감사 인사를 받았고, 심지어 타 지역 학부모들에게도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
-의원님의 지적에 따라 식약처에서 성장호르몬 제제 실태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보완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키 크는 주사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직무유기에서 비롯된 사태다. 우선 식약처가 아무런 효능, 효과가 없는 고가의 의약품에 대해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데려가 처방을 받고 있는데도 주의조차 주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의약품들이 본래 허가받은 목적과 다르게 오남용되고 있었는데도 관리·감독을 해 오지 않았다. 수많은 아이들이 실제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고, 임상시험조차 한 적 없는 주사를 고통 속에서 맞고 있었던 셈이다. 학부모들은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단 1cm라도 크길 바라는 마음에 연간 10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 왔다. 이런 사태를 알고도 방치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잘못했지만, 대학병원들과 일반 성장클리닉 병원들은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이 오남용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한 만큼, 이번 기회에 키크는주사에 대해 올바른 정보가 제공되길 바란다. 그동안 해당 의약품을 오남용 처방한 대학병원 및 성장클리닉에 대해서도 적절한 처분이 있어야 한다."
-대상포진 백신이 필수예방 접종 사업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질의도 정부의 정책전환을 이끌어냈다.
"대상포진 백신 문제도 지역내 어르신들과 대한노인회 방문때 어르신들께서 주신 민원을 바탕으로 지적한 문제다. 자녀를 포함해 본인들께서도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셨는데, 예방접종 비용이 천차만별이라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셨다. 국내 공급된 모든 대상포진 백신 단가를 조사했고, 예방접종비를 전부 분석했다. 그 결과 의료기관별로 대상포진 예방접종료가 최대 15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유는 의약품 도매업체들이 의료기관에 제각각 공급단가를 조절해 납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비양심적인 의료기관에서 값싸게 백신을 공급받고도 예방접종비는 수십배를 부풀려 큰 수익을 남기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비급여 항목이라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련기관들의 시급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현재 질병관리청에서 필수예방접종 대상 도입 우선순위로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다. 다음달까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가 진행되는데,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된다."
-정책질의를 하실 때마다 상당히 자세한 근거를 갖고 얘기하신다. 정부 부처 기관장들도 상당히 긴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큰 자부심 중 하나는, 우리 의원실에서 사실과 다르거나 수치가 틀린 자료가 나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하나의 헌법기관이다. 의원실에서 생산된 자료는 정부측에서 발표하는 자료만큼 중요도와 파급력이 상당하다. 작은 숫자 하나라도 절대 실수해선 안 된다. 모든 자료가 나가기 전 수차례 검증한다."
-노동부 장관으로서의 경험도 좋은 질의에 밑바탕이 된다고 본다.
"정부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시각은 좀 더 넓다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해 보좌진들도 이슈 몰이보다 정말 국민들이 필요하고, 서민들이 속시원해 하실 기본적인 문제들을 접근한다. 그러다 보니 문제 접근, 심도깊은 분석, 완벽한 결과물까지 세박자가 잘 맞아 떨어졌다."
-앞으로 국회 국정감사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국민을 위한 국정감사, 대한민국을 위한 국정감사가 돼야한다. 국회의원에게는 입법권만큼 감사 권한이 가장 큰 책무이다. 국정감사를 통해 스타의원이 되기 위해 이슈몰이만 생각하면 안 된다. 정말 국민을 위한 국정감사를 해야 한다. 국정감사장을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일년에 한번뿐인 소중한 시간까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 버린다면, 국가적으로 큰 낭비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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