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들쭉날쭉’ 비상장주식 신탁가액, 고객 동의하면 ‘뻥튀기’도 괜찮다?
신탁가액 따라 고객 수수료에 영향…“기준삼을 해법은 필요”
은행과 증권사 등 신탁업을 하는 업장별로 유가증권신탁 비상장주식의 신탁가액 설정 방식이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신탁가액 산정 방식을 자체적으로 선택하게 되는데, 신탁가액이 뻥튀기 될 수도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취합 때도 개별적인 기업의 책정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준은 필요하다는 말들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신영증권 등 신탁자산 규모로 업계 1위 기업들이 비상장주식 신탁가액을 자체적인 방법으로 평가하고 있다. 후발 주자들은 보수적인 방식을 통해 신탁가액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할 때가 있어, 이들 기업 간 양극화 심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특히 신탁가액은 고객 수수료에 영향을 미친다. 최초 계약 시 가액을 산정하고 할인율 등을 적용해 신탁 수수료를 결정한다. 신탁가액에 일정비율을 곱해 정율로 수수료를 정한다. 가액 자체가 크면 고객 부담도 커진다는 얘기다.
신탁업자의 유가증권 평가법은 한국회계기준원 기업회계기준서 제5004호 신탁업자의 신탁계정에 명시된 내용을 따른다. 신탁겸영금융기관의 신탁계정에 따르면 "비상장주식은 취득원가로 평가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취득원가를 책정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격(시가)이 있는 '상장주식'과 달리 비상장주식은 금전이 오가는 게 아니다보니 비상장주식의 한 주 가치를 매겨야 거래할 수 있다. 장부가액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소기업은 장부가를 활용할 순 있겠지만, 개인이 들고 있는 비상장주식은 장부가 없어 가액을 따로 책정해야 한다. 당사자가 합의해 평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얘기다.
회계기준에 따르면 유가증권 평가 방식은 장부가, 취득가, 감정평가액 시가 등 세 가지다. 이마저 어려울 때는 공인할 수 있는 기관에 의뢰해 가액을 산정한다.
회사들이 선택하는 방식은 '감정평가'다. 상증법상 보충적 효력법, 현금흐름할인법(DCF), 비교가치법 등 비상장주식 평가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중 하나은행과 신영증권이 사용하는 방식은 '상증법상 보충적 효력법'이다.
문제는 상증법을 기준으로 평가할 경우 다른 방식에 비해 높은 가액이 책정된다는 것이다. 상증법상 보충적 효력법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함께 평가한다. 향후 자산과 수익이 지속적으로 불어날 것을 예상해 가중평균을 내기 때문에 여타 방식보다 높은 원가가 책정된다. 예를 들어 DCF법은 미래 수년간 현금흐름을 추정하고 현금흐름이 영원히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비상장주식 가치를 책정한다. 자산과 수익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 방식보다는 낮은 원가가 책정되는 것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장부가나 취득가로 평가 할 때는 자본금이 크지 않다. 반면 상증법상 보충적 효력법으로 평가하면, 예를 들어 40억원의 비상장주식이 100억원으로 평가되기도 한다"면서도 "외부에 위탁을 맡길 경우 한 건당 비용이 수수료를 웃돌 때가 대부분이다. 기준이 뚜렷하지 않고 법에 저촉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부적인 평가법을 도입해야 수지타산이 맞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시스템 상 취합되는 비상장주식 자료 역시 업체가 보고한 취득원가를 따른다. 금투협 관계자는 "비상장주식 자료를 취합할 때 업체의 평가법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비상장주식 신탁 물량은 미미하고, 거의 금전 형태 유가증권신탁 현황을 취합하고 있다. 상장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등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뚜렷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기준에 따른 것이고 법률상 위배되는 부분이 없는 상황에서 업체 자체적인 평가법을 제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상증법이 영원불변의 진리는 아니기 때문에 시장 간 충돌되는 부분이 있다면 시정조치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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