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번 식도암 수술...사망률 1%까지 낮춘 이 의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먹는 일이다. 목구멍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위로 흘려보내는 장기인 식도는 그래서 중요하다. 불과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식도에 생기는 암은 사망선고나 다를 바 없었다. 길이가 단 2mm만 부족해도 음식이 샐 수 있고, 심장과 대동맥, 기관지 등 예민한 기관 사이에 놓여 수술도 어려웠다. 당시 수술 후 사망률이 30% 안팎에 달했던 이유다.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분과 석좌교수는 모든 의사들이 피했던 식도암을 정복해 수술 후 사망률을 현재 1%로 만든 인물이다. 아직 국내 식도암 수술 개념조차 잡혀 있지 않던 시절 30대 초반의 나이로 수술을 시작해 지금까지 3000번의 수술을 집도했다. 심 교수는 조선일보가 새롭게 선보인 고품격 의학 토크쇼 ‘명의의 전당’에 출연해 “어느 날 원자력병원 병실에 갔더니 식도암 환자가 생각보다 너무 많은 것을 보고, 식도암 수술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외국 논문을 보며 독학으로 수술을 익혔고 이를 국내에 전파했다. 그 노력 덕분에 2000년 당시 15.7%에 그쳤던 식도암의 5년 생존률이 2020년 42.2%로 폐암(36%)보다 높아졌다. 심 교수가 있는 삼성서울병원에선 지금도 1년에 200명이 넘는 식도암 환자를 수술한다. 1년에 생기는 식도암 환자가 2000명 수준이고 이중 수술이 가능한 사람이 700명 정도인 걸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심 교수는 식도암 수술의 표준을 바꿀 새로운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암 종양이 점막 너머까지 침범한 경우 점막의 종양은 내시경 절제로 제거하고, 더 깊은 부분은 항암 방사선으로 치료하는 방식이다. 식도를 잘라내지 않아도 돼 몸을 더 보존할 수 있다. 6년간 이 연구를 진행해 3상을 마쳤고, 앞으로 최소 3년간 환자 생존율을 지켜보는 상황이다. 심 교수는 “이렇게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식도를 잘라내는 방식을 쓰면 거의 100% 음식이 역류하는 현상이 생겨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고 했다.
심 교수는 식도암 수술이라는 어려운 일을 개척할 수 있던 원동력에 대해 “식도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환자에 대한 애정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식도가 아파 30년간 물 같은 유동식만으로 산 환자가 수술을 받고 사과를 씹어 먹으며 흘린 눈물은 여전히 그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다. 심 교수는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말했다.
격주 금요일마다 방영되는 국내 최고 명의와의 한판 수다를 담은 ‘명의의 전당’은 조선일보 건강 전문 유튜브 채널 ‘오!건강’에서 찾아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chosunmedia_health 네이버에선 주소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 넣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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