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청대피소에서 만난 산객들] "많은 추억 깃든 곳이 사라진다니…"

윤성중 2023. 11. 2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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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월 설악산 중청대피소를 이용하려면 아주 많이 서두르거나 끈기 있게 기다려야 했다.

"8~9년 전일 거예요, 당시 속초 기상대장으로 근무했었는데, 중청대피소로 위문을 왔었던 적 있습니다. 그때 이후 9년 만에 방문했네요. 중청대피소는 없어지면 안 됩니다. 설악산 대청봉을 찾는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아닐까 싶어요. 대피소 기능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케이블카도 절대 반대예요. 끝청이 산양 서식지라고 하는데. 참 많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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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월 설악산 중청대피소를 이용하려면 아주 많이 서두르거나 끈기 있게 기다려야 했다. 대피소가 곧 폐쇄된다는 소식을 접한 등산객들이 예약 날짜에 맞춰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사이트가 마비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정해진 날짜에 예약하지 못한 사람들은 하루 종일 사이트에 접속해 빈자리가 나길 기다려야 했다. 그러니까 중청대피소는 한동안 등산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기자가 중청대피소를 찾은 날은 궂은 날씨 탓에 예약 취소자가 많아 기대와 달리 한적했다. 이날 대피소까지 올라온 이들 일부와 이야기를 나눴다.

서광신(66)

"8~9년 전일 거예요, 당시 속초 기상대장으로 근무했었는데, 중청대피소로 위문을 왔었던 적 있습니다. 그때 이후 9년 만에 방문했네요. 중청대피소는 없어지면 안 됩니다. 설악산 대청봉을 찾는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아닐까 싶어요. 대피소 기능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케이블카도 절대 반대예요. 끝청이 산양 서식지라고 하는데. 참 많이 아쉽습니다."

안중태(63)

"오색에서 올라왔습니다. 중청대피소에 얽힌 옛날 추억이 많은데 없어진다고 하길래 아쉬움이 커 올라왔습니다. 눈 많이 왔을 때 설악산에 왔다가 여기로 대피한 적 있었고, 좀 더 나은 시설로 재탄생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이 저 같은 마음일 겁니다."

최광근(34)

"수렴동대피소를 거쳐 약 8시간 만에 올라왔어요. 비가 많이 내려서 좀 힘들었어요. 하지만 대피소에 들어오니 살 것 같네요. 중청대피소에는 대학교 산악부 활동할 때 종종 왔습니다. 당연히 이곳과 관련된 추억이 많죠.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중청대피소가 없어지고 대신 케이블카가 놓이는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어 걱정스럽습니다."

문경빈(50)

"없어진다고 해서 올라왔어요. 대기자가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다가 겨우 예약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때 와서 자고 갔던 기억이 나네요. 수렴동대피소에서 하루 자고 올라왔어요. 많이 서운합니다. 여기 올라와보니 바람이 무척 세던데, 중청에 올라왔다가 대피할 공간이 없으면 분명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김주헌(37)

"저는 속초에 삽니다. 적십자산악구조대 활동도 했었고요. 구조대 입장에서 보면 중청대피소는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어요. 중청에서 소청이나 희운각까지 내려가려면 시간이 꽤 걸립니다. 여기 대피소가 없어질 경우 등산객 사고 위험이 높아질 건 분명합니다. 굳이 없애야 할까 싶어요."

홍신표(61)

"한계령에서 올라왔습니다. 중청대피소에는 9년 전에 한 번 왔습니다. 대청봉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여긴 아주 유용한 장소입니다. 대피소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왔어요. 많이 아쉽습니다. 여기서 소청이나 희운각까지 내려가서 자는 건 상식적으로나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시설만이라도 유지됐으면 합니다."

김방일(61)

"백담사에서 출발해 6시간 넘게 걸려 도착했습니다. 여기 오려고 예약 사이트를 계속 들여다봤어요. 갑자기 대기자가 나오는 바람에 운 좋게 왔습니다. 중청대피소에서 숙박은 처음이에요. 어제 좀 힘들었는데, 중청대피소 덕분에 설악산에서 좋은 기억 남을 것 같아요."

안병윤(52)

"저는 등산 초보자입니다. 10년 전에 여기 와보고 이후 처음이네요. 중청대피소가 얼마 안 있다가 없어진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크게 정이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약간 섭섭합니다. 리모델링을 한다고 들었는데,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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